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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통신그룹인 NTT가 이동통신 자회사인 NTT도코모(이하 도코모)를 완전 자회사로 흡수했다. 1992년 분리된 이래 28년 만의 복귀다. NTT는 지금까지 도코모 주식의 약 6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작년 12월까지 남은 34%를 주식공개매수(TOB, Take Over Bid)로 모두 취득했다. 공개매수 총액은 일본 내 최대 금액에 해당하는 4조 3,000억 엔(약 44조 원)에 달한다. NTT가 왜 그런 거액을 들여 도코모를 복귀시켜야 했는지, 그룹 재집결을 통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거대 독점 기업의 부활?
일본 최대 점유율을 보유하는 이동통신 회사, 도코모가 NTT로부터 독립한 것은 1992년이다. 이번 흡수 통합으로 도코모는 28년 만에 다시 NTT와 하나가 됐다. 과거 일본 정부 소유였던 NTT는 1985년에 민영화됐다. 일본 정부는 통신업계에서 압도적 독점 기업인 NTT에서 도코모를 분사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려 했다. 도코모는 1998년 10월 도쿄 증시에 입성한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1999년에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i-모드’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2002년에는 런던과 뉴욕에서 동시 상장하며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한때는 도코모의 시가총액이 모회사인 NTT를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NTT 그룹 내 주요 수입원이었던 도코모도 최근 들어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스마트폰 사업에 뒤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많은 고객을 잃은 탓이다. 게다가 한발 앞서 캐시리스 등의 스마트라이프 사업을 전개한 소프트뱅크와 KDDI의 통신 브랜드 au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며, 이동통신 주요 3사 가운데 영업이익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도코모의 완전 자회사화는 튼실했던 그룹의 에이스가 이대로 밀려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그룹 경영진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NTT에 기업 분할을 요구했던 일본 정부도 통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상은 “유선전화가 일반적이었던 시대와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보급된 시대는 환경이 다르다”며 NTT의 입장을 지지했다. 스가히사 슈이치(菅久修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총장도 도코모는 NTT의 자회사로, 이번 통합으로 새로운 결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 결합에 대한 규제적 관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사에는 도코모의 NTT 복귀가 ‘거대 독점 기업의 부활’로 비친다. 특히 5G 기지국을 연결하는 광회선은 NTT 히가시니혼(東日本)과 니시니혼(西日本)이 약 75%를 점하고 있다. 향후 도코모가 이를 유리하게 사용한다면 경쟁사가 상당히 불리해진다. 이 문제에 대해 NTT 측은 NTT 히가시니혼과 니시니혼이 엄격한 법규제를 받고 있어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주장하나, 반발이 여전하다. 28개사 통신사업자들이 연명으로 총무성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규제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압력에 부응
도코모는 작년 12월 3일, 20GB 데이터 용량을 2,980엔(약 3만 1,000원)에 제공하는 새로운 요금제 ‘아하모(ahamo)’를 발표했다. 이 요금제엔 5분 이내 무료통화 서비스도 포함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계약·변경 등의 절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해 비용을 삭감했다.
지금까지 도코모를 포함한 이동통신 주요 3사는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7,000엔(약 7만 4,000원)대로 제공해왔다. 2,980엔 요금제는 가격파괴 정책을 펼치며 작년 4월부터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든 라쿠텐모바일의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이다. 데이터 용량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라쿠텐모바일의 요금제가 더 실속 있지만, 최대 이용자를 보유하고 광범위한 통신 지역과 고품질 통신을 자랑하는 도코모가 가격 경쟁을 하면 라쿠텐모바일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도코모는 5G의 대용량 요금제도 올해 4월부터 월 1,000엔(약 1만 600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7,650엔(약 8만 1,000원)인 요금제를 6,650엔(약 7만 700원)으로 인하하고, 데이터 용량은 지금의 100GB를 무제한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과감한 요금 인하에 나선 도코모의 의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도코모 측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은 일본 정부가 이동통신사에 요금 인하 압력을 넣는 시기기도 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부터 “휴대전화 요금은 40% 정도 내릴 여지가 있다”고 발언해 왔다.
일본 정부는 주요 통신3사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라쿠텐모바일을 네 번째 사업체로 인가하고, 2019년에는 전기통신사업법까지 개정해 가격 경쟁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이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스가 총리는 부임 후, 곧바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삼았다. 이 타이밍에 도코모가 NTT로의 복귀를 발표하고 요금 인하까지 나서자, 일각에서는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통합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NTT 복귀로 도코모의 재정 기반이 강화되면 요금을 인하할 여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도코모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발표해 정부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요구에도 응함으로써, 정부가 완전 자회사화를 용인해 준 것에도 얼추 보답한 것으로 보인다.
도코모의 이번 움직임이 경쟁사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 소프트뱅크와 au도 도코모에 대항하는 형태로 20GB 데이터를 2,000엔대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부터 시작되는 각 사의 새로운 요금제로 스가 정권이 바라는 가격경쟁이 본격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6G 선점 노리는 NTT
NTT가 거액을 투자해 상장 자회사였던 도코모를 완전 자회사로 복귀시킨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GAFA로 불리는 거대 IT 기업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위협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GAFA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각국에 설치한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통신인프라를 스스로 보유하고자 해저 케이블로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실로 일본 정부와 통신업계에는 통신망까지 GAFA에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사와다 준(澤田純) NTT 사장은 통합 방침을 발표한 작년 9월 말 기자회견에서 “잃어버린 20년 동안 세계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세계 시장에서 게임의 흐름을 바꾸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룹 전체가 똘똘 뭉쳐 다시금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5G 경쟁에서 뒤처진 NTT는 6G 와 같은 차세대 통신기술의 패권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 NTT에 필요한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술개발 강화다. 사와다 사장은 도코모의 복귀로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룹 내 의사결정의 신속화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투자나 경영판단을 할 때, 양사 주주 간 이해가 상충돼 경쟁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더는 그런 걱정 없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NTT는 올해 중에 도코모의 산하에 완전 자회사인 NTT커뮤니케이션즈와 NTT컴웨어를 이관시켜 기술개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동안 도코모와 장거리 통신회사인 NTT커뮤니케이션즈가 통신인프라 등의 투자를 독자적으로 추진했는데, 이들 회사가 하나가 되면 수천억 엔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자본 여력 있는 도코모가 그룹의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강한 NTT컴웨어와 하나가 되면 개발한 기술을 신속하게 실용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룹 재편이 이뤄지면 NTT가 주력하고 있는 핵심 기술인 광통신 네트워크 구상, ‘아이온(IOWN, 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의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온은 광기술을 도입한 기존의 100배에 달하는 데이터 전송 용량을 가진 기술이다. 지금보다 대용량 정보 전송이 불가결한 6G 규격에서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NTT는 그룹 일체화로 2030년 아이온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텔과 소니 등과도 손잡고 글로벌 전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NTT의 재집결에 그 거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본 통신 기술의 세계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