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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6-04

공정해야 할 방송·통신 행정 업무가 왜곡됐다는 의문과 더불어 총무성의 유착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세간이 떠들썩하다. 총무성은 일본의 방송·통신을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전파와 방송 관련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 총무성의 간부가 이해관계에 있는 민간사업자로부터 불법 접대를 받아왔고, 사업자의 방송법 규제 위반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알려졌다. 이에 “총무성이 민간사업자와 유착해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고, 나아가서는 인허가 권한을 관료 조직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는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총리 장남 회사의 접대 받은 총무성 간부들

 

지난 2월, 현직 총리 아들이 엮인 불법 접대 스캔들이 터졌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방송 관련 업체 도호쿠신샤(東北新社)에 근무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장남, 스가 세이고(菅剛正)가 총무성 간부 네 명을 접대하고 선물과 택시 티켓을 제공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스가 세이고는 스가 총리가 과거 총무상을 역임할 당시 비서관으로 일한 뒤, 도호쿠신샤에 입사했다.

 

일본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은 공무원이 이해관계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접대와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자기 몫의 비용을 지불하는 회식은 인정되나, 비용이 1회 1만 엔(약 10만 3,000원)을 넘을 경우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도호쿠신샤는 1980년대부터 방송 사업을 추진해, ‘더 시네마4K’, ‘바둑·장기 채널’, ‘스타채널’과 같은 위성방송 채널의 신설 및 갱신 허가를 총무성을 통해 받아왔다. 이들이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접대에 스가 세이고가 동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도호쿠신샤가 총리 아들을 로비 창구 역할로 이용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문제의 조사를 맡은 총무성은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에 위반된 접대였음을 인정했다. 2월 22일, 총무성은 2016년 이후 총무성 직원 12명과 과거 총무성에 재직했던 야마다 마키코(山田真貴子) 내각홍보관을 포함한 13명이 도호쿠신샤로부터 39회에 걸쳐 총 60만 엔(약 621만 원)이 넘는 접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접대를 받은 총무성 직원들은 과장급 이상 간부로, 위성방송 인허가 담당자도 포함됐다.

 

총무성 내에서 이해관계자의 접대가 일상화돼 있단 사실에 일본 사회는 아연실색했다. 이에 덧붙여 총리 아들이 관련돼 있어 도호쿠신샤를 특별 대우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업자에 대한 접대도 있었는지 등의 다양한 의문이 터져 나왔다. 총리 책임론도 거세지는 가운데, 스가 총리는 국회에서 “장남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위반 행위를 한 것이 됐다.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허위로 밝혀진 접대 해명

 

불법 접대를 받은 총무성 간부들의 태도도 문제였다. 참고인으로 국회에 불려가서도 진지하게 반성하고 사실대로 진술하기는커녕, 허위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한심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들은 줄곧 “도호쿠신샤와의 회식 자리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슈칸분이 회식 자리에서 도호쿠신샤 관계자와 총무성 간부의 업무 관련 대화 음성파일을 추가로 폭로하면서다. 보도 후, 파일에 등장한 총무성의 아키모토 요시노리(秋本芳徳) 정보유통행정국장은 “지금 와서야 위성방송 채널에 대한 발언이 있었다고 생각된다”며 말을 바꿔 인정했다.

 

뿐만 아니다. 총무성 간부들은 그동안 도호쿠신샤 외에 접대를 받은 일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사를 맡은 총무성도 “다른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 슈칸분이 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에게서도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그간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졌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번졌다. 보도를 계기로 마지못해 진술을 번복하고 조사 결과도 완전히 뒤엎어지는 상황에, 일전에 국회에서 야당이 지적한 대로 조직이 한통속이 돼 은폐하려 한 격이 됐다.

 

일본 정부가 최대 주주인 NTT는 사업 계획과 임원 선임 등에 있어 총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NTT의 접대에는 도호쿠신샤의 접대를 받은 다니와키 야스히로(谷脇康彦) 총무심의관 외에도 역대 총무상들이 줄줄이 연루돼 정치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현직 총무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케다 총무상은 국회에서 “국민의 의혹을 살만한 회식에 응한 적이 없다”며 NTT와의 회식 여부에 대한 확답을 얼버무려 왔다. 그러나 그 또한, 슈칸분이 NTT 사장과 회식한 사실을 추가 보도하자 회식에 동석했다고 인정하는 우스운 꼴을 보였다.

 

다니와키 총무심의관과 다케다 총무상이 NTT와 회식한 시기는 NTT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휴대전화 자회사인 NTT도코모의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하던 전후로 알려졌다. 이후, 스가 총리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휴대전화 요금 인하에 도코모가 파격적인 요금제도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NTT의 도코모 완전자회사화를 놓고 그 거대화를 우려하는 경쟁업체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총무성은 NTT의 방침을 용인하는 입장에 있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총무성의 2015~2019년 회식 신고 건수는 8건이었다. 농림수산성이 413건, 경제산업성이 350건인 것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데다가, 이미 밝혀진 접대 건수에 비춰볼 때 회식에 대한 총무성 관료들의 인식이 얼마나 해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가 총리의 아들이 총무성 간부들과 회식한 사실을 보도한 2월 11일 자 슈칸분슌의 해당 페이지 <출처 – 슈칸분슌 갈무리>

 

 

불투명한 행정 업무


총무성을 덮친 악재는 접대만이 아니었다. 총무성이 관할 방송 사업자의 규제 위반을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접대 문제에 대한 국회 심문 과정에서 도호쿠신샤의 과거 외국자본 비율이 20% 이상으로,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방송법은 방송 사업자에게 외국자본 비율을 20%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공공성이 높은 전파 이용은 국민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외국인 개인이나 법인 등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비율을 제한한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돼 있다.

 

도호쿠신샤는 외자 규제를 위반한 상태였지만, 2017년 1월에 위성방송 채널 ‘더 시네마4K’의 사업 인가를 받았다. 도호쿠신샤 측의 제출 자료만 보고 위반 사실을 간과한 총무성의 책임이 무거울 뿐 아니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가 절차에 접대와 관련해 이를 덮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심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도호쿠신샤와 총무성 측의 주장이 서로 달랐다. 도호쿠신샤 측은 위반 사실을 깨달은 같은 해 8월 총무성에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총무성 담당자는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며 부인했다. 만일 도호쿠신샤 측의 주장이 맞다면, 결국 행정 업무가 왜곡된 것이 된다.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서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비난이 심해지자, 3월 26일 총무성은 진상 규명이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 시네마4K’의 사업 인가를 취소시켰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 지상파 민영방송사인 후지TV의 모회사인 후지미디어홀딩스(후지HD)도 과거 외자 규제를 위반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후지HD는 2012년 9월부터 약 2년간 일시적으로 외국 자본이 20%를 넘은 상태였다. 이후, 이를 정정해 2014년 12월에 총무성에 보고했고, 구두로 주의를 받는 것에 그쳤다.

 

당연히 도호쿠신샤와 후지HD의 처분 내용이 극명하게 다른 점이 이슈가 됐다. 양사의 차이는 인가 신청 시에 위반이 있었는가, 과거에 위반이 있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후지 HD에는 현실적인 행정처분이 이뤄진 반면, 도호쿠신샤에는 인가 취소라는 이례적인 처분이 내려졌다. 총무성은 후지HD의 경우, 외자 규제 위반 상황이 해소되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의 견해가 실린 1981년 내각법제국의 문서를 참고로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주장대로라면 외자 규제를 위반하더라도 사실 보고를 늦추면 누구든지 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결국 자의적인 행정 판단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헌법학자 니시도 쇼이치로(西土彰一郎) 세이죠대 교수는 “지상파로 영향력 있는 후지HD에 비해 위성방송 사업자인 도호쿠신샤는 스가 총리의 장남이 관련된 접대 문제가 얽혀 있어,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바라봤다.

 

추락한 신뢰, 총무성 해체설도

 

최근 수개월간, 부패한 총무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여전히 숱한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행정 업무에 왜곡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철학자 마츠오 요(松尾陽) 나고야대 교수는 접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 점을 들어 “적어도 유착을 허용하는 체제였다. 이런 유착이 공정해야 할 행정을 왜곡한 것은 분명하다”며 “사업자의 방송법상의 외자 규제 위반을 간과한 것 또한 그 왜곡의 하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삼자 위원회인 ‘정보통신행정 검증위원회’가 설치돼 총무성의 접대 문제와 관련해 공평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부분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외자 규제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다케다 총무상이 근본적인 재검토를 위해 법 개정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정치 주도로 인한 폐단으로 보는 입장이 많다. 중앙행정기관의 인사권을 장악한 스가 정권의 막강한 권력 앞에 관료들이 그의 눈치를 보며 불법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해당 총무성 관료들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총리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정책의 오른팔로 불리던 총무성 이인자인 다니와키 총무심의관은 도호쿠신샤에 이어 NTT로부터도 접대를 받은 점이 밝혀져 이중으로 징계를 받으며 결국 사직했다. 스가 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대변인으로 발탁한 야마다 내각홍보관 역시 불법 접대 사실이 발각된 후 사임했다. 스가 총리의 장남이 관련된 접대가 발단이 돼 결국 자신과 가까웠던 관료들이 부정에 연루되며 줄줄이 징계를 받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교도통신이 3월 20~21일간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무성 접대와 관련해 총리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73.9%로, 국민의 불신이 강하게 남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봇물 터지듯 줄줄이 드러난 총무성의 대형 스캔들은 스가 정권에도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총무성이 전파의 인허가 권한을 가지는 담당부처로 적절한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앞선 마츠오 교수는 “특정한 집단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부패를 부른다”며 “권력분립의 정신에 서서 새로운 이해 상황과 가치관에 입각해 균형 있고 바람직한 운영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나카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교수도 “실질적으로 총무성의 관료가 방송면허를 부여하는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의 접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착 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인허가 권한을 관료 조직에서 분리해 서구와 같이 독립행정위원회가 담당해 투명성, 공개성, 공평성을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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