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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2월 17일부터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기다리던 백신이었지만, 그간 언론이 비춘 백신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는 백신 기피 풍조가 심하다. 일본 언론은 백신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어떠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가 하루 최대 8,000명에 육박했다. 매일 기록을 경신하는 입원 환자로 인해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대도시의 의료 체계가 위태로웠다. 이에 일본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을 제한한 긴급사태 선언을 또다시 발령했고, 일상에 제약과 희생이 뒤따르는 시민들의 절박함도 극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일본은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 백신이 맨 먼저 공급돼 2월 17일부터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 접종이 이뤄졌다. 기다리던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일본은 유독 백신 기피 풍조가 심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으로서는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 면역의 획득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유일한 열쇠로 불리는 만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접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언론에는 백신의 장단점을 과학적으로 보도해 이성적인 판단 근거를 전달하는 역할이 요구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화이자와 최종 계약을 체결해 일본 내 백신 공급 시기가 구체화되던 1월 20일쯤부터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이른바 ‘반백신 보도’가 줄줄이 나와 의료 종사자들이 비판하고 나서는 소동이 일었다. 백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본 언론이 백신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 소개해 본다.
과학적 근거 없는 허위 보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상에서는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 “접종하면 유전자가 변한다”, “임신하지 못하게 된다”는 등의 루머다.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과학적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일부 매체에 보도돼 문제가 됐다.
1월 20일, 출판사 신쵸사(新潮社)의 뉴스사이트 데일리신쵸(デイリー新潮)에는 <코로나19 백신, ‘절대 맞고 싶지 않다’고 의사가 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몇몇 의료 종사자의 부정적인 견해를 나열해, 전체적으로 백신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기사였다. 본문에는 “감염 예방 효과는 없다”, “mRNA가 체내에 영구적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었는데, 보도 후 과학적 근거 없는 허위 정보임을 주장하는 의료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 의료 종사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보도 내용이 의도한 바와 다르다며 조작 보도라고 항의했다.
특히 SNS로 백신에 관련된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체크하고 있는 지넨 미키토(知念実希人) 의사 겸 소설가는 신쵸사 편집부 측에 직접 항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신쵸사를 통해 다수의 저작을 발간해 온 그는 문제의 기사를 철회하고 과학적이지 못한 보도를 자숙할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향후 발간을 끊겠다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요구였다.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에 의료 종사자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신쵸사의 주간지 슈칸신쵸(週刊新潮) 1월 28일 자에도 실려 있지만,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를 삭제하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허위 정보로 백신 공포를 조장한 것도 문제지만, 언론이 전문가를 선정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네 소타로(峰宗太郎) 미국국립보건원산하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 박사연구원은 “일반인부터 백신 연구를 하는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고 말한다. 그 목적은 승인 욕구, 사업 목적, 신자 만들기, 쾌락 충족, 소속 기관을 향한 복수 등 다양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노시타 다카히로(木下喬弘) 일본구급의학회 구급과 전문의는 “심지어 와이드쇼와 같은 경우, 의료계 전문가가 아닌데도 전문가인 양 주장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위기와 백신 보도를 안이하게 내보내는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백신 공포 강조한 편향 보도
설령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부를 강조하거나 중립적이지 못해 백신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도 반백신 보도로 취급됐다. 아시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AERA)는 <의사 1,726명의 본심, 백신 ‘바로 접종’ 30%>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1월 25일 자). 자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사로 제목만 보면 의사 중에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작 내용은 “접종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11.8%였고, “접종한다”가 31.4%, “종류에 따라 접종한다”가 27.3%로, 접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60%에 달했지만 말이다. 제목만 보고 마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나온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 기사를 작성한 후카자와 유키(深澤友紀)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로 “많은 사람이 접종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성을 확인하고 정보를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한 것이다”며 보도 의도를 해명했고, 비판 내용은 편집부와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아에라 측은 <의사 1,726명의 본심, ‘코로나19 여름까지 종식’ 1% 미만, ‘백신 접종’ ‘종류에 따라 접종’은 60%>로 제목을 수정해 사이트에 게재했다.
또한 1월 20일, 연예계 온라인 뉴스사이트 오리콘뉴스는 여고생 100명에게 실시된 설문조사를 토대로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실었다. 백신의 과학적 유효성에 대한 설명 없이,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고생들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여러 신문사 사이트에도 게재됐다.

그중에서도 마이니치신문이 자사 SNS에 실으면서 화제가 됐는데, 기사의 편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신문사가 백신 공포를 퍼 나른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송미현(宋美玄) 산부인과 전문의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실시된 설문조사를 뉴스화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나, 당장의 조회수로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일본만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은 건가”며 규탄하기도 했다. 결국 오리콘뉴스 측은 기사를 내렸고, 마이니치신문도 팩트체크 기능의 부재를 인정하는 입장을 트위터로 전했다.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 후에 고령자 줄줄이 사망 노르웨이>(TV아사히, 1.19), <우리는 실험대? 선행 접종하는 의료 현장의 불안한 목소리>(TBS, 1.20)가 대표적이다. 사망을 백신 탓인 양 보이게 하는 성급한 제목 뽑기나, 일부 불안해하는 목소리를 도려내 자극적으로 보도한 곳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나쁜 선례 반복하나
앞서 나열한 보도는 주로 의료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의료 종사자가 백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반백신 보도로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예로 자궁경부암 백신 보도가 거론된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의 부작용을 일본 언론이 과잉 보도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으로, 접종을 권장하는 국가가 많다. 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국가가 권장하는 정기 접종으로 구분돼 무료로 실시됐다. 하지만 접종 후에 통증, 태만감, 근육통, 운동 장애, 실신, 경련 등의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났고,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전해지자 불안감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후생노동성이 백신에 대한 적극 권장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 결정타가 돼 일본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은 초반의 70%에서 1% 미만까지 떨어졌고, 현재까지도 미미한 상황이다. 이러한 경위에서 의료종사자 중에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부진에 대한 문제의 책임을 언론에 묻는 사람이 많다.
백신 접종 후의 부작용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나바 가나코(稲葉可奈子) 산부인과 전문의는 “당시의 보도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이후로 전 세계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암 발병 예방에 대한 유효성을 보고하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추적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2018년 나고야스터디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들이 백신 접종 여부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것은 나고야시가 백신 접종과 부작용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대규모 역학조사의 결과였다.
당시 논문을 저술한 역학자인 스즈키 사다오(鈴木貞夫) 나고야시립대 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논문이 일본 내 의학계에서는 큰 반향을 얻은 반면, 언론은 취재한 곳이 방송국 두 군데(그중 방송된 곳은 한 군데)였고, 신문은 그조차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적 판단 재료 제공해야
일본은 유독 백신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국제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15개국 조사 결과에 의하면, 백신 접종에 동의하는 사람은 영국이 89%, 중국 85%, 한국 78%, 미국 71% 등이었지만, 일본은 64%로 저조했다. 백신 접종을 강하게 동의하는 사람은 19%로, 러시아에 이어 2번째로 낮아, 일견에서는 ‘백신 후진국’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의 좋지 못한 백신 보도로 인해 언론이 일본 내 백신 기피 풍조에 일조했다는 말도 있는 반면, 백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언론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일본백신학회는 2월 23일, “현재 공급되고 있는 백신의 유효성이 충분히 높고 코로나19를 종식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실현 여부는 행정기관의 신속하고도 정확한 정보 공개와 함께 그 내용을 언론이 편향되지 않게 보도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다케다 도오루(武田徹) 센슈대 교수도 “반백신론자의 비과학적인 논리에는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언론계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심각한 이상 반응이 없고, 백신을 접종함으로 인해 얻는 효과가 접종 후의 부작용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집단면역 확보를 위해 접종을 노력 의무로 지정해 권장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 또한 100% 안전한 백신은 없다고 말한다. 몇몇 이상 반응이 보고되고 있지만, 예측 범위 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가운데 우려하던 사망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3월 2일, 백신을 접종한 60대 여성 의료 종사자가 접종 후 사흘 만에 사망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원인은 지주막하 출혈로 추정된다고 했고, 인과관계를 분석한 의료기관은 당장은 평가 못한다고 보고했다. 각 매체도 사망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민영방송국 TBS가 <백신 접종 후 여성 사망>이란 제목으로 보도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일본 주류 언론은 ‘백신 접종 후 사망’으로 제목을 달면서도 ‘인과관계 불명’이라는 구절을 덧붙여 정부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향후 화이자를 비롯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백신이 공급돼 고령자와 일반인에게 순차적으로 접종이 이뤄지게 된다. 아무리 정부와 의료계가 백신 접종을 권장해도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 백신 기피 풍조가 만연하는 일본에서 되도록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접종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