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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독일도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상반된 특성을 지닌 정론지와 타블로이드지가 공존하는 독일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보도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19를 보는 독일 언론의 시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됐다. 독일도 지난 2월 말 지역 감염이 시작되자마자 전염병 확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위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대하는 정부와 사회의 인식, 그리고 언론 보도의 양상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언론의 코로나19 보도 특징을 분석하기 전에 먼저 독일 사회가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난 3월 11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코로나19 사안과 관련해 처음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전에는 독일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로버트코흐연구소(RKI, Robert Koch Institut)와 옌스 슈판(Jens Spahn) 연방보건부 장관이 언론 대응을 도맡았다. 일각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총리가 단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독일 정부가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방역도 마스크도 아닌 바로 ‘시간’이다. 전염 속도를 최대한 더디게 해서 의료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동안 한국의 방역 대책을 경험하고 지켜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의 ‘대책’이었다. 한국은 초기부터 확진자들의 동선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전방위적으로 방역 대책을 실시해 코로나19를 ‘퇴치’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반면 독일은 그러한 메시지는 전달하지 않는다. 전염병은 피할 수 없으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주된 목표다. 처음부터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면서 손 씻기와 거리두기, 기침 예절을 강조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잡히지 않자 독일연방정부는 3월 23일 전국적으로 3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약국, 슈퍼, 주유소, 신문가판대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 중지가 내려졌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외출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3월25일기준, 독일내확진자는3만7,000명을넘어섰다. 확진자 통계는 하루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지만, 확진자들의 동선 등 세부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독일 언론을 보면 정론지와 타블로이드지의 보도 행태가 분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관심 있게 다루는 보도도 많다.
속보를 간결하게 처리한 디차이트의 코로나19 뉴스 실시간 업데이트 기사 <출처 - https://www.zeit.de/wissen/gesundheit/2020-03/corona-pandemie-virus-covid-19-ausbreitung-live-blog>;
팩트 중심 정론지 vs. 혼란 중심 타블로이드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쥐트도이체차이퉁(SZ, Süddeutsche Zeitung), 슈피겔(Spiegel) 등 독일 유력 일간지 및 주간지들은 비교적 건조하게 팩트 중심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관한 새로운 뉴스는 시시각각 올라오지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뉴스 블로그’나 ‘뉴스 업데이트’ 형식을 이용해서 주요 뉴스를 전한다. 비슷한 내용의 속보가 계속해서 재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별로 주요 사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업데이트된다. 주간지인 디차이트(Die Zeit)와 슈피겔은 물론 FAZ,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 등 전국․지역 일간지 다수가 이러한 뉴스 업데이트 형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덕분에 코로나19 관련 뉴스의 절대적인 분량은 줄어들고 독자들은 사안의 흐름을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기자들은 속보 작성에 들어가는 에너지 대신에 심층적인 분석 기사를 기획하고 쓸 여력이 생긴다.
슈피겔 ‘학술’ 섹션으로 분류된 코로나19 문답형 기사. 기사보다는 보고서처럼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는 학술이나 건강면에 보도하면서 차분함을 유지한다. 바이러스의 증상과 예방 대책 등 주요 정보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질의응답도 뉴스 블로그처럼 한 페이지에 계속 업데이트돼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을 만한 분량이 쌓인다.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가 문을 닫거나, 예정된 문화 행사가 취소되는 등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사안이 있을 때는 즉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2월 26일 독일 하인스베르크시가 처음으로 학교를 폐쇄했을 때 슈피겔은 곧바로 <지금 부모가 알아야 할 것>1)이라는 기사를 발행, 학교 폐쇄 결정 과정과 부모의 출근 문제 등 부모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정보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제공했다. 우리나라 언론 보도에서 관성적으로 나오는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 같은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형 행사와 여행 일정이 취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FAZ, 슈피겔, 디벨트(Die Welt) 등 대다수 언론사가 소비자의 권리와 대처 방안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소비자의 불안함이나 혼란을 언론이 되새김질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미 불안한 상태다. 현상이나 스케치 중심의 보도보다는 이 순간 진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알리는 데 집중한다.

시민들의 혼란과 분노에 집중하는 매체는 이른바 ‘타블로이드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독일은 정론지와 타블로이드지의 구별이 뚜렷한 편이다. 이미지 중심에 짧고 강렬한 문장, 자극적인 편집으로 눈길을 끈다. 베를린 지역에서 발행되는 B.Z. 1면만 봐도 타블로이드지가 어떻게 코로나19를 보도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현상을 발 빠르게 보도한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한 한 승객이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 ‘베를린 실내 수영장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뉴스가 긴급 속보로 나온다. 이후 확진된 경우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B.Z는 스스로 ‘경보 해제’라면서 또 속보를 발행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을 가져와 사재기 현상도 지속해서 보도한다. 타블로이드지 보도에서 독자들이 얻는 것은 ‘불안함’ 뿐이다.
독일 타블로이드지는 자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까지는 인종주의적 보도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독일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지 빌트(BILD)는 지난 1월 30일 중국인 가족이 함께 즐겁게 식사하는 이미지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로 이렇게 우리에게 왔다>2)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이어 포춘 쿠키 사진과 함께 <독일의 아시아 식품-중국과자 먹어도 될까?>3)라는 기사도 이어졌다. 이 기사는 코로나19를 둘러싼 팩트체크 기사였지만, 전형적인 중국의 이미지를 이용해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호평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증가하면서 각국의 대처 방안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투명성을 가지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방역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유럽연합 내 국경을 차단하는 공통 기조가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경 봉쇄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과 같이 강제로 도시를 봉쇄하고 시민의 자유를 막는 시스템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대처 방안에 관심이 높다.
슈피겔은 지난 2월 29일 <한국의 급진적인 투명성 전략>4)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문자 경고로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리고 접촉자를 찾는 시스템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독일 시스템에서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식에 집중했다. 같은 날 독일 공영방송 ARD는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검사 방식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빠르고 투명한 검사 절차와 일본의 더딘 검사 시스템을 비교하는 기사를 발행했다. 이어 슈피겔도 3월 5일 <독일은 이렇게 코로나19를 검사한다>5)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며 독일 내 도입을 촉구했다. 이 방식은 지난 10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시작돼 첫날부터 500여 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현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바이에른주 등 독일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차이트는 3월 12일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는가>6)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을 제외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처 방식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한국은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대처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한국의 사례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디차이트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시스템적으로 자국의 국민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한 나라는 없다”면서 “한국은 넓은 지역 격리와 외국에서의 입국 금지 조치 없이도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잡아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슈피겔도 <세계가 한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7)이라는 기사로 한국 사례를 또 한 번 조명했다. 독일에서 코로나19 국면이 확대되면서 해외의 모범 사례가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슈피겔은 “지금 바이러스는 전 세계 시민들의 자유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한국인들은 투명성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우수한 의료기술로 민주주의가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다루는 독일의 언론 보도를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독일은 정론지와 타블로이드지의 외형과 역할, 수용자가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론지의 외형을 한 타블로이드지가 많다. 독일에서 타블로이드지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속보와 현상 보도를 주로 한다.
독일 정론지에는 정제되고 유용한 정보가 쌓인다. 사실과 맥락, 배경이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 즉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정보는 독일연방의 질병관리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정보와 입장을 최우선으로 신뢰한다. 독일 사회에 ‘전문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전염병이라는 전 세계적 이슈를 다루면서 통신사의 뉴스뿐만 아니라 특파원과 프리랜서 기자들을 통해 외국 소식을 비교적 자세히 전달한다. 특히 코로나19가 뒤늦게 퍼진 덕분에 선발 주자인 한국과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대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독일의 언론보도
코로나19 속보 업데이트 형식 보도
∙디차이트(Die Zeit) https://www.zeit.de/wissen/gesundheit/2020-03/corona-pandemie-virus-covid-19-ausbreitung-live-blog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https://www.faz.net/aktuell/gesellschaft/gesundheit/coronavirus/live-blog-der-faz-zum-coronavirus-alle-entwicklungen-im-ueberblick-16663569.html
∙디벨트(Die Welt) https://www.welt.de/vermischtes/live206505337/Coronavirus-Donald-Trump-hatte-Kontakt-mit-Corona-Infiziertem.html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 https://www.tagesspiegel.de/berlin/kampf-gegen-das-coronavirus-shutdown-fuer-berlins-kultur-alle-grossen-einrichtungen-geschlossen/25605226.html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 https://www.morgenpost.de/berlin/article228672243/Coronavirus-in-Berlin-Newsblog-Newsticker-Ticker-Covid-19-SARS-Cov-2.html
코로나19 학술 정보 질의응답형 보도
∙Baum, C., Gutensohn, D., Mast, M., Schade, AK., Schuler, K., Stockrahm, S., Fischer, L., & Götz, S.,
, ZET ONLINE, ∙
, Süddeutsche Zeitung, https://www.sueddeutsche.de/gesundheit/coronavirus-symptome-schutz-1.4785988 ∙Richard Friebe, <66 wichtige Fragen und Antworten>, Der Tagesspiegel,
코로나19 이슈별 질의응답형 보도
∙Daniel Zwick,
, Welt, https://www.welt.de/wirtschaft/plus206166217/Coronavirus-Diese-Rechte-haben-Verbraucher-Reisende-und-Touristen.html?source=k239_plusdichte.capping.sondergruppe-lage-1.1.206166217 ∙Nina Weber,
, Spiegel, ∙Timo Kotowski,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
, Süddeutsche Zeitung, https://www.sueddeutsche.de/bildung/coronavirus-schule-kinder-eltern-rechte-1.4842740?reduced=true
코로나19 한국 사례 평가 보도
∙Berres, I., Rydlink, K., & Weber, N.,
, Spiegel, 2020.3.5,∙
, Spiegel, 2020.3.10,∙Kathrin Erdmann,
, Tagesschau, 2020.2.19,∙Katharina Graça Peters,
,Spiegel, 2020.2.29,∙Katharina Graça Peters,
, Spiegel, 2020.3.12, ∙Lill, F., Peer, M., Kretschmer, F., & Bardenhagen, M.,
, ZET ONLINE, 2020.3.12,https://www.zeit.de/politik/ausland/2020-03/sars-cov-2-ausbruch-suedkorea-taiwan-japan-singapur-strategie
1) Miriam Olbrisch & Lea Hensen,
2)
3)
4) Katharina Graça Peters, , Spiegel, 2020.2.29,
5) Irene Berres, Katherine Rydlink, & Nina Weber,
6) Felix Lill, Mathias Peer, Fabian Kretschmer, & Klaus Bardenhagen,
7) Katharina Graça Pet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