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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했던 독일 네트워크집행법(NetzDG, Netzwerkdurchsetzungsgesetz)이 곧 폐지된다. 하지만 실효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유럽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 즉 ‘유럽판 네트워크집행법’으로 다시 돌아온다.
네트워크집행법, SNS에 벌금 부과 잇따라
2017년 9월 발효된 네트워크집행법은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 법률이다. 불만 제기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자들의 신고를 받고, 위법적인 게시물을 정해진 시간 내에 삭제해야 한다. 책임자를 명시하고 불만 제기 절차 보고서를 발행해야 하는 등 법 시행 이후 독일 내에서는 SNS 사업자의 책임이 커졌다. 규정 위반 시 최대 500만 유로(약 71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법’이라고 불렸지만,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의가 컸다. 반면, 당시 독일 법무부의 주도로 신속한 입법이 이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플랫폼의 오버블로킹(과도한 차단) 위험성과 유럽의 원산지원칙(Herkunftslandprinzip)과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법무부는 2019년 7월 네트워크집행법에 따른 보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페이스북에 200만 유로(약 28억 4,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1) 2021년 7월에는 불만 제기 절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300만 유로(약 42억 6,000만 원)를 부과했다.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500만 유로(약 71억 원)의 벌금을 모두 납부했다. 네트워크집행법 위반으로 인한 벌금 부과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법무부는 지난 3월 텔레그램 메신저에 두 차례에 걸쳐 512만 유로(약 72억 7,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위법적 게시물에 대한 불만 제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텔레그램 측은 텔레그램이 SNS 플랫폼이 아니 개인적인 메신저라고 주장한다. 본 건은 텔레그램의 항소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2)
일부 조항, EU 규정과 불일치
네트워크집행법을 위반한 SNS에 대한 강력한 벌금 부과가 이어지는 한편,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EU 규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구글, 메타 등 거대 미디어 플랫폼은 네트워크집행법 시행 이후 독일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위법적 게시물을 연방범죄청에 신고할 의무(§ 3a NetzDG),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게시물 삭제 결정을 재검토할 이의 제기 절차를 갖출 의무(§ 3b NetzDG)가 쟁점이었다. 구글과 메타는 해당 조항이 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 및 독일 텔레미디어법이 규정한 원산지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산지원칙은 유럽 시장 내에서 국경을 넘는 서비스 및 상품에 관한 규정으로, 공급자는 본사가 위치한 국가의 법률을 우선적으로 적용 받는다. 개별 국가의 규정을 모두 준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미디어 사업자의 자유로운 활동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원산지원칙은 청소년 보호 등 특정 이유로 제한될 수 있지만, 당사국에 먼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EU 집행위원회에 이를 알려야 한다. 구글과 메타는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어 기본적으로 아일랜드 법 적용을 받는다. 독일 정부는 네트워크집행법 입법 과정에서 원산지원칙 예외 적용을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독일 쾰른 행정법원은 네트워크집행법의 신고 의무가 EU의 원산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구글과 메타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네트워크집행법의 이의 제기 절차 조항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고등행정법원은 1심에서 적법하다고 판단한 이의 제기 절차 조항도 원산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모두 플랫폼이 주장한 대로 결론이 난 것이다. 쟁점이 된 두 조항은 현재 효력이 중지된 상태다.
법원은 또한 네트워크집행법 담당 기관인 법무부가 미디어 규제기구로서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독일 기본법에 보장된 방송의 자유 및 이를 해석한 판례에 따라 미디어 감독 기구는 국가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하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행정부처인 법무부가 직접적인 미디어 감독 기구로 작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럽판 네트워크집행법? EU 디지털서비스법 제정
독일에서 네트워크집행법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이 제정됐다. 지난해 11월 발효된 DSA는 불법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네트워크집행법과 맥락이 유사하다. ‘유럽판 네트워크집행법’인 셈이다. DSA에 따르면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불법 콘텐츠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불만 제기 절차를 갖추고, 플랫폼은 이를 검토 후 신속히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삭제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 및 피해 구제 절차 또한 갖추어야 한다.
대형 플랫폼에는 더욱 엄격한 책임이 부여된다. EU 집행위는 지난 4월 25일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형 플랫폼을 발표했다.3) 초대형 플랫폼 17개(알리바바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부킹닷컴, 페이스북, 구글 플레이, 구글 지도, 구글 쇼핑,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핀터레스트, 스냅챗, 틱톡, 트위터, 위키백과, 유튜브, 잘란도)와 초대형 검색엔진 2개(구글 검색, 마이크로소프트 빙)가 리스트에 올랐다. 이 플랫폼은 공고 4개월 내 법률 규정을 준수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를 거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DSA는 범유럽 감독 기구로 작동한다. 지정된 대형 플랫폼은 EU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는다. 규정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반복 위반 시 EU 내 영업 금지 조치도 내릴 수 있다. 중소 규모 플랫폼의 경우 각 회원국에서 감독하며, 디지털서비스조정기관(Digital Services Coordinators)을 통해 EU 차원의 협력을 이어간다. 네트워크집행법에서 문제가 됐던 원산지원칙을 넘어 역내 단일 법령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 회피를 막겠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집행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4월 “DSA는 EU 역내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기본 원칙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다. DSA는 온라인 환경이 표현의 자유와 디지털 기업들의 기회를 보호하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DSA는 오프라인에서 불법인 콘텐츠는 온라인에서도 불법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온라인 플랫폼의 규모가 클수록 수반되는 책임도 크다”4)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집행위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플랫폼 기업들은 자사의 콘텐츠 조정 결정을 투명하게 내려야 하며, 위험한 허위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것을 막고, 안전하지 않은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방지해야 한다”며 “우리는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가 사회와 시민들에게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해당 기업이 책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DSA, 네트워크집행법 대체
DSA가 제정됨에 따라 독일도 관련 국내법을 재정비하고 있다. 타게스슈피겔 및 넷츠폴리틱(Netzpolitik) 보도와 공개된 법률안 초안에 따르면 DSA에 따른 독일 미디어서비스법(Digital-Dienste-Gesetz)이 제정되고, 네트워크집행법과 텔레미디어법은 폐지될 예정이다. 미디어네트워크집행법과 텔레미디어법의 법률 조항 다수가 독일 미디어서비스법으로 통합된다. DSA 독일 내 담당 기구는 연방아동청소년미디어보호센터(Bundeszentrale f r Kinder- und Jugendmedienschutz)가 맡게 된다. 다만 연방아동청소년미디어보호센터 또한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직접적인 미디어 관리 감독 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독립적인 미디어 감독 기구로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방송과 온라인 미디어 등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융합으로 미디어 관리 감독은 더욱 어려워졌다. 표현의 자유와 통합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도 과제다. 유럽은 DSA로 디지털 미디어 규제 시스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분명한 점은 불명확한 경계 속에서 규모를 키우는 글로벌 플랫폼이 이제 더 이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1) <Hass im Netz: Facebook zahlte fünf Millionen Euro Strafe>, Tagesspiegel, 2021.9.3, https://www.presseportal.de/pm/2790/5010339
2) <Änderung der Pressemitteilung vom 2. März 2023: Bundesamt für Justiz hält Bußgeldbescheide in Höhe von 5,125 Millionen Euro gegen das soziale Netzwerk Telegram aufrecht>, Bundesjustizamt, 2023.4.3, https://www.bundesjustizamt.de/DE/ServiceGSB/Presse/Pressemitteilungen/2023/20230302.html?nn=39384
3) <GesetzüberdigitaleDienste: Kommission benennt erstmals sehr große Online-Plattformen und Suchmaschinen>,
Europäische Kommission, 2023.4.25,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de/ip_23_2413
4) Gesetz über digitale Dienste: Kommission benennt erstmals sehr große OnlinePlattformenund Suchmaschinen, 2022.4.23,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de/ip_22_25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