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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 독일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3-11-24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정부가 지난 11월 3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공영방송(RBB, Rundfunk Berlin-Brandenburg)을 위한 새로운 방송국가협약(RBB-Staatsvertrag)에 비준했다. 지난해 6월 파트리시아 슐레진저(Patricia Schlesinger) 전 RBB 사장의 부패 스캔들에서 시작된 공영방송 개혁 움직임이 1년간의 논의 끝에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것이다.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정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공영방송 측은 방송의 독립성 저해가 우려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RBB 사장 비리로 시작된 공영방송 스캔들


지난해 6월부터 수개월간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영방송의 스캔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왔다.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 소속 미디어인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당시 RBB 사장 슐레진저의 남편과 베를린 박람회(Messe Berlin) 측의 부적절한 컨설팅 계약을 시작으로 슐레진저의 호화스러운 지출 내역 등을 폭로하며 연일 비판 기사를 냈다. 당시는 정치권 일부에서 공영방송 축소 및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악셀슈프링어 또한 비대한 공영방송 시스템과 방송 분담금(수신료) 제도에 대해 연일 비판을 이어가던 시기였다. 슐레진저 스캔들은 독일 공영방송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슐레진저 사장은 결국 해임됐고, RBB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공영방송 사장과 방송위원회의 유명무실한 통제력 등 공영방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1)

 

1년여 후인 지난 9월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정부는 새로운 RBB방송국가협약개정안을 내놓았다. 카이 베그너(Kai Wegner) 베를린 시장과 디트마르 보이트케(Dietmar Woidke) 브란덴부르크주 총리는 여러 유관 단체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후 지난 11월 3일 RBB-방송국가협약 개정안을 비준했다. 독일의 방송법은 각 주정부가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의 경우 통일 후 두 연방정부가 함께 하나의 공영방송 RBB를 운영함에 따라 두 정부의 ‘국가협약(Staatsvertrag)’ 형태로 법률이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RBB 방송법 개정에는 두 정부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비준된 RBB-방송국가협약은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공영방송에만 한정된 것으로, 다른 지역의 공영방송 및 이들의 연합체인 제1공영방송 ARD와 제2공영방송 ZDF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두 정부가 비준한 RBB-방송국가협약은 각 주의회 동의를 남겨두고 있다. 주의회는 비준된 방송협약의 내용을 바꿀 수 없으며 동의 혹은 비동의만 가능하고, 이 절차는 대개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법은 두 행정부가 합의한 현재 개정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RBB 방송국가협약 개정안 개요

 

△유명무실 방송위원회의 현실화

공영방송 스캔들에서 중요하게 지적된 부분 중 하나는 공영방송의 통제기구인 방송위원회(Rundfunkrat)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었다. 사회 각계각층 대표자로 구성된 독일 공영방송의 방송위원회 구조는 한국에서는 비교적 모범 사례로 꼽히지만, 독일 내에서도 결국 사회 주요 인사들의 ‘이너서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들은 사회 다양성을 대표하긴 하지만 방송 부문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통제 역할을 하기보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쌓는 친목 그룹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방송위원회와 행정위원회(Verwaltungsrat)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상세하게 명시했다.2) 이전에는 없던 주의 의무와 책임 규정이 더해졌다. 이들 구조와 운영 원칙 등은 모두 공개해야 하며, 방송위원회 위원들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저널리즘·기술·미디어법·데이터 보호 등 방송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간 방송위원회 위원들이 전문성이 없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기존 30명 정원이었던 방송위원회 정원은 33명으로 늘어난다. 장애인 단체와 동성애 단체 대표가 필수로 포함됐다. RBB는 또한 방송위원회와 행정위원회를 관리하는 사무처를 신설해 이들의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방송국 내부 관리뿐 아니라 주(州)감사원이 방송사의 전반적인 재무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외부 통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역성 강화

RBB는 전체 방송 분담금 수익의 40%가량을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충당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그만큼 브란덴부르크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로그램들은 수도 베를린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브란덴부르크는 비교적 소외되어 지역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개정 방송협약에 따르면 브란덴부르크 안 데어 하펠(Brandenburg an der Havel) 지역에 새로운 지역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브란덴부르크 지역 뉴스 방송 시간을 매일 최소 60분으로 늘리게 된다. 방송위원회는 사장의 추천을 받아 지역별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프로그램 관리자를 임명한다. 이를 통해 지역성을 좀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방송국 사장 임금 상한제 도입

공영방송 사장의 임금 상한제도 도입됐다. 사장은 주 정부 장관이나 상원의원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없다. 베를린 상원법에 규정된 이들의 기본급을 넘을 수 없으며 이는 연간 18만 유로에서 23만 유로(약 3억 2,000만 원) 사이다.3) 슐레진저 전 RBB 사장의 경우 보너스 등을 포함해 연간 30만 유로(약 4억 2,000만 원)를 받았다.

 

△투명성 강화

향후 이사들의 명단과 급여 및 추가 수입, 운영 관련 필수 서류 등이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연간 재무제표, 사업 보고서 및 감사 보고서를 주의회에 제출해야 하며, 직원들의 모든 직위도 공개된다.

 

△직원 대표성 확대

공영방송국 직원평의회(Personalrat)가 정규직은 물론 소위 정규 프리랜서의 이익도 대표하도록 했다. 즉, 프리랜서도 직원평의회 의원 후보로 출마할 수 있으며 노조 대표로 활동하면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주정부의 개정 방송협약에 대해 RBB는 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추가 비용이 많이 드는 안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성 강화를 위해 지역별 프로그램 관리자를 선발하는 안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에 정치가 개입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 감시가 강화될 수 있어 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역 사무실을 설치하는 안도 연간 750만 유로(약 105억 2,000만 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한 ‘비싼’ 개정안이라고 밝혔다. 방송국 측은 지역성 강화를 위해서는 사무실 임대료와 같은 비용 집약적인 구조보다 저널리즘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BB는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계획이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미쳐서 비용을 증가시키고 혁신과 현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존폐 논란까지 불러온 RBB 스캔들을 수습하는 정치권은 단호하다. 카이 베그너(Kai Wegner) 베를린 시장은 “새로운 RBB-방송국가협약 개정안의 배경은 이전의 RBB 대표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수준의 신뢰 상실이다. 그 위기는 RBB에 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에 대한 대중의 수용도에도 해를 끼쳤다. RBB에서 일어난 사건은 반복돼선 안 된다. (…) 우리는 (공영방송의) 감독 기관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고 적절한 보상구조를 구축할 것이다”라며 “새로운 국가협약은 RBB가 신뢰 하락과 존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고 원래 임무를 정의롭게 수행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고 밝혔다. 

 

 

 

 

 

 

 

 

1) 이유진, <스캔들에 빠진 공영방송, 시스템 개혁의 계기 될까>, 《신문과방송》, 2022년 10월호, https://blog.naver.com/kpfjra_/222903529828

2) RBB 방송국가협약 개정안 초안(Novellierung RBB-Staatsvertrag-Anh rungsfassung), 2023.9.22, https://www.rbb-online.de/unternehmen/der_rbb/struktur/grundlagen/Anlagen-staatsvertrag-rbb-entwurf.file.html/Anlage%201%20Synopse_rbb-StV_Anhoerung%2022.09.23.pdf

3) Niemeier Timo, , DWDL.de, 2023.11.3, https://www.dwdl.de/nachrichten/95408/landesregierungen_bringen_neuen_RBBstaatsvertrag_auf_den_weg/?tm_source=&utm_medium=&utm_campaign=&utm_t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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