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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발생한 경북 산불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재난이었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에 나섰지만, 주불이 잡힌 후 썰물 빠지듯 취재진도 현장을 떠났다. 그 후 이재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아 ‘산불 이후’로 관심을 되돌린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26일 경북 영양, 잿가루를 뒤집어쓴 채 ‘악마 산불’이 태운 마을과 대피소를 돌다 퇴근하던 그 밤의 기억은 아직 생생합니다. 청송에 잡아둔 숙소로 향하기 위해 산을 넘던 중 활활 타고 있는 불을 만났습니다. 이미 기세는 조금 꺾여 있었지만, 선홍색 불길이 뱀이 기어가듯 능선을 타고 번져 갔고 산짐승들은 살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인터뷰를 따며 불에 대해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마주한 재난 앞에 오싹해졌습니다. 불에 대해 쓰면서도 정작 불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3주 뒤 다시 같은 길에 들어설 때도 타던 불에 대한 기억은 무섭도록 생생했습니다. 그런데 불이 지나간 자리, 새로운 것이 보였습니다. 불쏘시개처럼 까맣게 말라붙은 나무와 한 줌의 녹음 사이 군데군데 흔들리는 갈색 잎들. 타버린 것도, 새순이 돋은 것도 아닌 겨울에 갇힌 듯 앙상한 모습이 이상하게 다가왔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듣기론 땅을 타고 흐른 화선에 뿌리가 그을려 천천히 말라 죽게 된 부류라고 합니다. 불타지 않아 무사한 줄로만 알았던 나무들이 봄이 지나고 보니 선 채로 죽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는 나무만이 아니었습니다. 잊혀 가는 초토(焦土,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에서, 어떻게든 다시 살아보려 애쓰면서도 공포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실감에 말라가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평생의 터전을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뜨린 불바람으로부터 목숨이라도 건진 게 어디냐며 웃어 보이던 할머니는 밤이면 식은땀에 젖어 잠들지 못했습니다. 천진하게 까불대던 아이들은 “이젠 기억도 안나요~” 입 모아 말하다가도 불길을 연상시키는 것들, 이를테면 주홍빛 노을과 신호등 정지 신호만 봐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임시 대피소의 큰방에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 연속극을 보며 깔깔대다 “이러니 예전 같다”라고 어떤 이가 툭 던진 푸념에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번지는 불을 직접 보고서야 그 공포를 실감했듯 불탄 땅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불이 활활 탈 때보다 불이 꺼지고 나서가 더 힘겨울 수 있다는 걸.
‘치고 빠지기’ 같은 재난 현장 취재
지난 3월 산불이 경북 북동부 지역 5개 시군을 불태울 당시 서울에서 파견된 한국일보 사회부 사건팀 기자 6명은 각각 재난 현장에 흩어져 50시간가량 머물렀습니다. ...
재난 이후 남겨진 현장
한 달 동안의 취재
그래서 복귀 후 2주쯤 됐을 때 사회부장이 던진 질문은 반가웠지만 낯설었습니다. ...
이재민들과 뒤섞여 함께 생활한 기자들
이번 기획의 핵심은 재난 여파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알려지지 못했지만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주인공’이었습니다. ...
슬픈 사연이 아닌, ‘기사’로 쓰기 위해
재난 당사자의 소상한 진술과 세밀한 감정을 살려 서사의 생동성을 확보했지만, 기사였던 만큼 팩트로 신뢰성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
취재는 계속돼야 한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당사자성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