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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언론사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한 찰리 베켓(Charlie Beckett) 런던정치경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46개국 105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에 따르면 응답 언론사의 85%가 AI를 활용하고 있다. 취재, 기사 작성, 기사 유통 등 AI를 적용하는 범위도 다양하다. 언론사의 AI 활용이 필수로 여겨지는 시대, 지금 시작하면 이미 한발 늦은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점이 있다. 바로 독자들이다. 독자들은 기자가 아닌 AI가 작성한 기사를 보기 위해서 지갑을 열 것인가? 독자들은 AI가 만든 기사에 얼마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 이제 겨우 유료 독자를 확보하기 시작한 언론사에 AI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AI 활용 뉴스에 대한 독자 지불 의향 더 낮아
독일의 마케팅 서비스 연구소인 브랜드과학연구소(BSI, Brand Science Institute)는 지난 1월 9일 이러한 질문을 다룬 <인공지능과 지불 의향(Künstliche Intelligenz & Zahlungsbereitschaften)> 보고서를 발표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18~70세 1,458명을 대상으로 독일 유력 언론사 5곳(슈피겔, 벨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쥐트도이체차이퉁, 차이트)의 디지털 서비스 월 구독에 대한 지불 의향과 조절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BSI는 “신문사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쇄 부문의 손실을 만회하고 신문사 고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 있는 디지털 모델을 찾고 있다.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언론사 편집국에서도 AI가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AI 활용의) 목표는 효율성과 품질, 시간적 이점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기본적으로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지만, AI를 활용한 온라인 뉴스에 대해서는 지불 의향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뉴스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지불 가능 금액은 월 10.24유로(약 1만 5,000원). 현재 독일의 온라인 뉴스 평균 구독 비용인 17.34유로(약 2만 5,000원)보다는 적은 금액이다. 다만, 온라인 뉴스에 이미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는 독자의 경우 지불 의향이 15% 더 높게 나타났다.
언론사가 AI를 활용하는 경우 온라인 뉴스에 대한 지불 의향은 30%가량 감소했다. 기사 작성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AI를 활용하는지, AI로 완전히 자동화된 뉴스를 만들어 내는지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기존에 온라인 뉴스에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도 AI가 활용되는 온라인 뉴스에 대해서는 지불 의향이 더 낮았다.
언론사의 AI 활용이 누구에 의해, 어느 정도로 사용되는가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AI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2)보다 기자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았다.
AI를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 기자가 제작한 기사에 대한 지불 의향은 AI 전문가(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만들어 낸 콘텐츠에 비해 10%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 주식 시장 및 금융·과학·스포츠·문화·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보다 기자의 결과물에 더 높은 지불 의향을 보였다. AI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역할인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보다 기자들이 더 고품질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 높은 것이다. 응답자들은 날씨 분야에서만 기자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자동 작성 기사의 경우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기자의 결과물 간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기자의 결과물에 더 높은 지불 의향을 보였다.
인간 기자가 작성한 고품질 콘텐츠의 가치 높아질 것
AI 활용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지불 의향이 낮아지는 것은 언론사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언론사는 AI를 활용하고 단순 인력을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속한 데이터 및 트렌드 분석, 빅데이터 평가의 차별화된 시각과 관점, 뉴스의 실시간 모니터링, 개인화된 콘텐츠 등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이 독자들의 지불 의향을 높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AI를 활용한 콘텐츠에 대한 지불 의향은 낮아진다.
BSI는 “AI를 활용해 제작한 기사에 대한 라벨링 의무(AI를 활용했다고 밝히는 것)는 언론사의 잠재 수익과 AI가 창출하는 수익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협의 잠재력은 언론사가 AI를 활용해 기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비용 절감 잠재력이 지불 의향 감소를 상회한다면 AI의 활용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자의 고품질 저널리즘 콘텐츠에 대한 ‘업셀링(upselling)’3)이 가능하다. 라벨링을 통해 AI가 작성한 기사와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더욱 차별화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의미다. BSI는 “기존 온라인 포털이나 대형 테크 기업과 비교했을 때, (언론사는) 품질 우위를 점하고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 잠재력을 제공한다. 언론사는 명시적으로 비용 지불 의향이 높아지는 것을 더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BSI는 세 가지 수익구조 전략을 내놓았다. △사람이 만든 기사가 포함된 프리미엄 부문의 비교적 높은 구독 가격 △AI의 도움으로 제작된 기사가 포함된 저가 부문의 상대적으로 낮은 구독 가격 △AI가 제작한 완전 자동화 기사에 대한 순수 광고 자금 조달이다. 특히 자체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업셀링 잠재력을 실현하고, 세 번째 수익 모델에서는 AI를 활용해 독일 대형 포털사이트인 T-Online, 왓슨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온라인 포털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 이 경우 AI 기사에 대한 라벨링 의무는 유력 미디어 브랜드에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한다.
AI 콘텐츠를 어떻게 소구할 것인지 고민해야
AI는 인간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인간의 작업을 더욱 편리하고 혁신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AI로 끝낼 수는 없다. 전문적인 기자 정신에서 오는 가치 판단과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은 저널리즘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다. 이는 찰리 베켓 교수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찰리 베켓 교수도 저널리즘의 AI 활용에 있어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최종 과정에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며 AI 혼자 작동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면서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은 자명하지만, 앞으로 인간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저널리즘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이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소구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1) 류현정, <저널리즘의 뒤늦은 AI 도입 인류에 가장 큰 위험 될 것>, 《신문과방송》 2023년 11월호, 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595900&link_g_homepage=F
2)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명령어를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3)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이 전보다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된 비싼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전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