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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07-03

 


 

청소년을 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가가와(香川)현의 조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조례는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1일 1시간 이내’로 정하고, 보호자가 규칙을 만들어 준수할 것을 명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게임 이용 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근거 부족’, ‘인권 침해’, ‘가정사 개입’이라며 조례의 폐지를 요구하는 반발이 거세다.

 

‘게임 규제’ 원하는 보호자들 

 

가가와현은 인터넷이나 게임을 장시간 이용하면 학력 및 체력 저하, 수면 장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을 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인터넷·게임 의존증 대책 조례(이하 조례)’를 4월 1일 시행했다. 총 20조로 구성된 이 조례는 지방자치단체, 학교, 보호자, 게임 사업자의 역할을 담고 있다. 또 의료 및 상담 체계를 정비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토록 하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18조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게임 이용 시간을 평일 1시간, 휴일 1시간 30분으로 제한하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대를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오후 9시까지, 고등학생은 오후 10시까지로 명시했다. ‘1일 1시간’ 기준은 가가와현 교육위원회가 실시한 2018년도 학업실태조사에서 스마트폰 등을 1시간 이상 이용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참고했다. 조례에는 처벌 규정은 없지만, 보호자가 자녀와 대화를 통해 가정 규칙을 만들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같은 조례가 시행된 배경에는 자녀의 게임 사용 규제를 원하는 일부 학부모의 요청이 있었다. 당시 의회 의장이었던 오야마 이치로(大山一郎) 는 “자녀를 설득할 명분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IT 저널리스트 다카하시 아키코(高橋 暁子)도 “2014년 아이치(愛知)현 가리야(刈谷)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후 9시 이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것에도 학부모 90% 이상이 찬성했다”며 “학교나 지방자치단체가 게임 규제에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보호자가 많다”고 했다. 교육평론가 오키 나오키(尾木直樹)도 “아이들 스스로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가정의 책임이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다”라며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을 제시하고, 가정에 규칙 만들기를 독려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게임 시간 규제 웬 말? “폐지하라” 

 

조례가 시행되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방자치단체 나름의 사전 조사와 검토를 거쳤다고는 하나, 주민 설득 없이 조례가 시행되자, “과학적 근거가 없다”, “가정사 개입이다”, “인권침해다”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먼저, 규제 당사자인 고등학생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언론은 지난 5월, 해당 지역의 고등학생 와타루(17)와 그의 어머니(42)가 “게임 시간을 제한한 조례는 위헌이다”라며 법정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타루의 대리인인 삿카 도모시(作花知志) 변호사는 다음의 두 가지 근거를 들어 이 조례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게임 시간을 규정한 제18조는 자녀와 보호자 모두에게 헌법 제13조가 보장하는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 프라이버시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로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률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헌법 제94조를 위반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 정부도 부정적이다. 지난 3월 “게임 시간 제한에 관한 실효성과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게임 시간 규제를 입법할 계획이 없는데, 지방의회가 ‘근거가 있다’며 조례로 규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와타루는 올해 1월, 조례 초안 발표 소식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철회를 요구하는 600명의 서명을 받아 의회사무국에 제출했다. 당시 의회는 규제성이 짙은 초안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었다. 비판 의견은 일부 받아들여져 내용이 수정됐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었던 제18조의 제목을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등에 관한 가정 규칙 만들기’로, 1일 1시간까지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대상을 ‘스마트폰 등’에서 ‘PC 게임’으로, 보호자에게 요구하는 ‘규칙 엄수’를 ‘노력 의무’로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 규정이 명시된 조례안이 가가와현 의회에서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되자, 와타루는 “우리의 의견이 전해지지 않아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조례 제정 과정에서 모은 공식 의견에는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는데도, 의회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조례 추진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하면서 “내가 소송을 결정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송 비용을 모으고 있다. 빠르면 올여름에라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표] 가가와현 조례 제정 과정

 

 

가가와현 지방변호사회도 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회장 명의의 성명을 냈다. 성명은 △타 지방자치단체에도 조례가 없는데 굳이 우리 지역이 제정할 필요는 없다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는 중요하다 △자녀의 게임 시간 기준을 정한 제18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여가나 놀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아이들의 권리조약을 명시한 취지에 반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쿠다 요이치(徳田陽一) 회장은 “조례와 같은 공적인 규범에 제약적 수치가 구체적으로 명시되면 규칙 제정의 자유도가 저해된다”며 의회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의회는 조례를 강행할 방침이다. 니시카와 쇼고(西川昭吾) 의장은 6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견서에서 “미성년자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게임 중독 방지에 나서야 한다”면서 “보호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노력 의무로, 제약 정도가 현저히 낮다”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임 중독에 대한 경각심 고조돼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일본은 게임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보다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대책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란 여론도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돼, 인터넷과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도 늘고 있다. 총무성이 하시모토 요시아키(橋元良明) 전 도쿄대 교수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2018년도 정보통신 미디어 이용 시간과 정보 행동에 관한 조사>1)에 따르면 인터넷에 중독된 10대는 19.9%로, 2014년 조사 때 2.9%였던 것과 비교해 4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가와현이 선제적으로 대책을 제시한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하지만 효과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시모토 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시간 제한은 게임 중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하시모토 교수가 2019년에 실시한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게임 중독과 극복에 기여한 요인 조사>2)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기분 전환 △시간 보내기 △스트레스나 고통으로부터의 도피 △일상의 걱정이나 불안을 잊기 위함 등이었다. 거기에는 부모와의 관계나 친구 관계, 발달장애, 소통 능력 저하, 학업부진, 열등감 등 여러 배경이 있었다. 즉 게임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게임에 장시간 몰두한 결과 중독된다는 것이다. 반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효과적이었던 것은 △문화 감상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야외 운동 △전학 등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하시모토 교수는 “중·고등학생 조사에서도 학년이 올라가면 ‘시험’이라는 목표가 생기기 때문에 SNS나 게임 시간은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다”며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생활 목표를 갖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진단했다. 


[그림] 세대별 인터넷 중독군 비율 변화 
<출처 - <정보통신 미디어 이용 시간과 정보 행동에 관한 조사 보고서>(2014년~2018년)를 참고해 필자 작성>

 

가가와현 조례 논란에 일본 주요 언론은 전문가 의견을 실으며 게임 중독 실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의 게임 시간은 증가했다. 게임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게임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나온다. 인터넷과 게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며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지금, 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1) 총무성의 정보통신정책연구소가 하시모토 요시아키 도쿄대 대학원 교수 등과 공동으로 일본 국민의 정보통신 미디어 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2부터 전국 13~ 6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다. 2018년도 조사는 2019년 2월 23일부터 3월 1일에 이뤄졌다. 

2) 인터넷을 통해 2019년 8월 5일부터 2019년 8월 14일에 사전조사를 실시해 대상자를 추출한 후, 본조사는 2019년 8월 14일부터 2019년 8월 27일에 이뤄졌다. 대상자는 현재 또는 과거 3년 이내에 인터넷 게임 중독을 경험한 고등학생과 대학생 남녀다(본조사 회수 1,649표). 본문에 인용한 내용은 게임 중독을 극복한 127명에 대한 분석 결과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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