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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과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독일에서 수년간 세를 불려온 극우파와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이제 이를 특수한 상황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해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빌리펠트대학(Universität Bielefeld)의 갈등과폭력에대한학제간연구소(IKG, Institut für interdisziplinäre Konflikt und Gewaltforschung)와 통합을위한미디어서비스(Mediendienst Integration)는 지난 5월 6일 연구보고서 <미디어 종사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1)을 발표했다. 독일 전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혐오 발언과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경험을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는 피해 기자들이 인식하는 혐오의 진원지와 가해자의 배경, 이후 처리 과정 등을 담았다.
조사는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독일 기자 32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부분 20년 이상 기자로 근무한 이들이며, 응답자의 40%는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 조사 결과가 독일 기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에 대한 혐오 및 폭력 현상을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한 배경과 맥락, 대처 방안을 살펴봤다는 점과, 향후 실질적인 시스템 마련을 위한 기초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혐오와 폭력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9.9%가 지난 일 년간 혐오 발언이나 물리적 폭력에 노출됐으며, 41.4%는 여러 차례 혹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공격 양상은 언론사 댓글창이나 트위터, 기자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및 이메일 등을 통한 혐오 및 협박 발언, 우편물, 취재 현장에서의 물리적인 폭력 등이다.
응답자의 16.2%는 실제로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극우파 시위 등에서 많은 사례가 보고됐다. 한 응답자는 “극우단체 시위 취재 시 여러 차례 밀쳐지고 부딪혔으며, 작센주의 난민 거주지 취재 때는 돌을 맞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집회에서 시위자가 들고 있는 막대 등으로 여러 차례 맞았다. 그들은 머리를 때렸고, 침을 뱉었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살해 협박을 받은 경우도 15.8%에 달했다.
피해를 입은 기자들의 54.4%가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답했고, 46%는 기자가 속한 신문사나 방송국, 혹은 언론사 전반에 대한 혐오로 인해 공격받았다고 답했다.
SNS, 이메일 통한 협박 다수
혐오 발언이 이뤄진 채널은 SNS가 60.6%로 가장 많았으며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받은 경우도 51.3%로 집계됐다. 소셜미디어의 경우 독일 기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가 가장 많이 이용됐다. 응답자의 27.5%는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과 이메일 등 사적인 채널을 통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대면 중 직접 공격받은 경우도 30.1%에 이르렀다.
피해 기자의 92.5%는 혐오 발언과 공격이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극우, 우파 포퓰리즘, 극우 단체 페기다(PEGIDA)2),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Alternative für Deutschland) 지지자라고 인식한 경우가 82.4%로 대다수였으며, 가해자가 극좌파 성향이라고 밝힌 경우도 5%였다.
이는 혐오 발언을 당한 기자들이 주로 다루는 주제와도 연결된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기사 내용이나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주 및 외국인, 난민, AfD, 기후, 기후 변화, 페미니즘, 이슬람, 통합 등 사회 전반적으로 혐오 발언이 많은 키워드가 나왔다. 사안에 대한 혐오가 그 사안을 다루는 기자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 처벌은 미미, 피해 기자들 심리적 불안감 호소
피해를 당한 기자들의 35.7%는 해당 공격을 모욕, 명예훼손 등 형법상 처벌 대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식한 기자들 69명 중 실제로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29명뿐이다. 이 중 수사에 들어간 사안이 21건, 그중 유죄판결을 받은 사안은 5건에 불과했다. 스스로도 심각하다고 여긴 폭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거나, 혹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혐오와 물리적 폭력을 당한 기자들은 대부분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으며, 혐오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업무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관련 이슈를 다룰 때 자기 검열도 이뤄진다. 한 응답자는 “기사를 쓸 때 혐오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축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어느샌가 특정 주제에 대해 다루지 않는데, 그 기사로 인해서 모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피해 기자들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주변 동료나 사적인 범위에서 주로 사안을 공유했다. 회사 이외에 변호사나 심리상담가 등 전문적인 기관을 찾은 경우는 12.6%에 불과했다. 다만 신문사, 방송사 내에서 법률 지원을 해 주거나 온라인 토론 페이지 등 시스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으며, 편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 기자가 개인 메일주소로 ‘나치 부역자’라고 적힌 메일을 받은 이후 소속 언론사가 기자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 유죄 판결을 받아 낸 사례도 소개됐다.
기자들에 대한 혐오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우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 SNS에서 개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거나, 거주지를 다르게 적어 놓는 등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게시한다. 프리랜서기자의 경우 개인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를 가진 이들이 많은데, 이 사이트에도 개인 신상 정보는 올리지 않는다. 독일에는 모든 웹사이트에 운영자의 이름과 주소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법률이 있다. 한 기자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적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률 지원과 더불어 심리 상담 서비스 필요
응답자들은 기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과 사법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응답자들은 폭력이 주로 발생하는 시위 현장 지원은 물론 폭력 발생 이후 처벌 또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나 댓글 실명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기자는 실명으로 일하고, 그래서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서 기사에 대한 반응도 실명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를 향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기자노조나 기자협회의 구조적인 지원 필요성도 대두된다.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는 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개별 언론사보다는 직종 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독일기자협회(DJV, Deutscher Journalisten-Verband)는 기자가 살해 협박 등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연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초에도 일부 정치인과 법률인, 기자들에게 동시에 전달된 살해 협박 편지를 언급하며 치안 당국의 포괄적 보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랑크 위버알(Frank Überall) 독일기자협회장은 “살해 협박은 동료들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무료 혹은 저렴한 법률 지원이나 심리상담 서비스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조적 혐오’에 대한 대책 마련해야
해당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공교롭게도 극우파들의 ‘기자 혐오’ 시위가 열렸다. 신나치당이라고 불리는 독일 국가민주당은 11월 23일 하노버(Hannover)에서 기자 세 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며 “기자를 몰아내자”는 구호로 시위를 열었다. 당시 하노버 경찰은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시위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하노버 행정법원은 시위 허용을 결정했다. 이날 반나치 연대 시위가 동시에 열려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본인의 사진과 이름이 공공연하게 혐오와 협박의 대상이 된 기자의 입장에서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 외에도 기자의 집 앞을 찾아가 협박 영상을 찍은 사례도 보고됐다.
지난해 6월 발터 케(Walter L ebke) 카셀(Kassel) 시장은 극우주의자에게 살해당했다. 시장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기자를 향한 살해 위협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할레(Halle), 하나우(Hanau) 등에서 극우파의 테러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극우파들의 행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 반동으로 극좌파들의 행동도 함께 격해진다.
이번 보고서 또한 그러한 문제의식의 발현이다. 기자를 향한 혐오를 더이상 가해자 ‘개인의 일탈’처럼 개별 사례로 넘겨선 안 된다. 기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은 독일 우파 진영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서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난민과 이주민,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이제 ‘기자’라는 직종은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다. 특히 기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은 자유로운 취재를 심리적, 물리적으로 제약하며, 나아가 언론 자유를 해치는 요소가 된다. 기자 혐오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 대안 마련에 언론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1) Papendick M., Rees Y., Wäschle F., Zick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