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와 취재원 간의 관계를 흔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는 취재원과 좋은 관계를 맺어 정보를 얻어야 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유착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지난 5월, 도쿄 고등검찰청(이하 도쿄고검) 소속 검사장의 내기 마작 스캔들이 보도됐다. 현장에는 신문사 관계자들도 함께 있었다고 알려져 “부적절하다”, “유착이다”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언론계와 학계 전문가들도 “저널리즘의 사명과 정신에 위배된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중에 기자가 검사장과 내기 마작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지난 5월, 도쿄고검의 구로카와 히로무(黒川弘務) 검사장과 신문기자들이 코로나19로 자숙 분위기가 한창인 5월 1일과 13일에 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검사장과 내기 마작을 한 기자는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전 검찰청 담당 기자였던 관리직 사원과 산케이신문(産経新聞) 사회부 기자 두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기 마작은 도쿄 시내에 위치한 산케이신문 기자의 아파트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일본 전역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밀폐(密閉), 밀집(密集), 밀접(密接)의 ‘3밀(密)’을 피하라며 외출자제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슈칸분슌은 이들의 행위는 “3밀 그 자체”라며 “판돈이 적었어도 내기 마작은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마작이 끝난 후 산케이신문 기자들은 대기하고 있던 콜택시에 동승해 구로카와 검사장을 그의 집까지 배웅했다고 폭로했다. 슈칸분슌은 그들이 연간 약 40회 정도의 마작판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편의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금액만도 100만 엔(약 1,123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히는 유력가다. 아베 총리는 금년 1월 구로카와 검사장의 퇴임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검찰청법 개정까지 밀어붙이며 그의 정년을 연장시키는 이례적인 인사권을 행사했다. 일본 변호사 연합회가 반대 성명을 냈고,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직 검찰청 인사들이 법무성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900만 건에 이르는 트위터 시위가 벌어졌다. 거센 반발에 밀려 결국 검찰청법 개정안은 보류됐다. 이 사건 직후 구로카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이 일어났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긴급사태 선언 중에 경솔했다”며 사임했다. 무리한 인사권을 추진해 여론의 반발을 산 아베 총리도 “총리로서 당연히 책임이 있다.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슈칸분슌은 코로나19로 자숙 분위기가 한창인 5월, 검사장과 신문사 관계자들의 내기 마작 스캔들을 특종보도했다. 사진은 5월 28일 자 슈 칸분 해당 페이지. <출처 - 필자 제공>
마작 스캔들의 여파는 검사장과 마작 현장에 동석했던 신문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본신문노동조합연합(신문노련)은 5월 26일, “보도기관에 소속된 자가 권력자와 함께 위법행위를 취한 것은 권력자를 감시하고 사실을 전달하는 저널리즘의 사명과 정신에 위반되는 것으로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며 그들의 취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도 고발 기사가 나온 직후, 사과보도를 하고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아사히신문 해당 사원은 정직 1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상사도 견책 처분을 받았다. 산케이신문은 해당 기자 두 명을 1개월 정직 처분한 외에도 감독 책임으로 편집담당 이사와 편집국장, 사회부장을 감봉하고 이즈카 히로히코(飯塚浩彦) 사장은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했다.
오래 유지돼 온 부적절한 취재 관행
정부와 검찰 등의 공식 발표나 기자회견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나 의사결정 과정의 내막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산케이신문 기자들은 마작을 좋아하는 구로카와 검사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내기 마작을 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칸분슌은 산케이신문 기자가 구로카와 검사장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지난 5월 13일에 어쩔 수 없이 동석했다고 보도했다. 설사 취재를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내기 마작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내기 마작은 도박죄로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형법 제185조는 도박한 자에게 50만 엔(약 561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도 내기 마작을 한 공무원들이 도박죄로 적발된 사례가 있다. 스즈키 히데미(鈴木秀美) 게이오대(慶應義塾大) 교수는 “내기 마작 접대는 상대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얻는 것과 같다. 건전한 취재 활동으로 볼 수 없다” 며 취재의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취재를 명목으로 하는 부적절한 행위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오랜 취재 관행이었다. 저널리스트인 하야시 요시코(林美子)는 취재원 밀착을 위해 “기자는 취재원 집 방문이나, 식사, 마작, 골프를 권유받으면 절대 거절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는다”며 “취재원 밀착도 각 언론사가 경쟁하며 달려들기 때문에 산케이신문과 아사히신문 측이 취재원과 마작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엔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고 기자들을 옹호했다. 니시니혼신문(西日本)의 나가타 겐(永田健) 논설위원도 “특종을 위한 취재원 밀착 취재는 신문사의 전통”이라며, “철통수비를 한다는 검찰 조직의 최고 간부와 관계를 쌓은 기자들은 대단한 기자들”이라고 했다.
또한, 기자의 취재 행위가 법에 위반돼도 공익성을 이유로 정당화된 지난 사례들이 접대 마작과 같은 부적절한 행위를 조장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야마다 겐타(山田健太) 센슈대(専修大) 교수는 “기자의 취재에는 형식적인 위법행위가 따르기도 한다”고 했다. 예컨대 기자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기밀을 캐내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된다. 야마다 교수는 “살인만 아니면 뭘 해도 좋으니 기삿거리를 가져오라”는 언론계 관행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기자도 불상사에 휘말리면 비판을 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 2000년에 새로 제정된 신문윤리강령은 “모든 신문인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또 독자와의 신뢰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품격을 중시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국민의 신뢰로 성립되는 보도기관인 만큼 직업윤리상 투명하고 떳떳해야 하는 것이다. 야마모토 다츠히코(山本龍彦) 게이오대 교수는 “기자 사회 내부에서 공유해 온 윤리와 독자가 믿어 온 윤리에는 차이가 있다”며 “그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착?! 기사 안 쓰는 신문기자
이번 보도로 두 거대 신문사 관계자와 친(親)정권 인사의 ‘친밀한 관계’가 세 상에 알려졌다. 이른바 ‘검·언 유착’이 폭로된 이후 6월 20일까지 아사히신문 측에 도착한 860여 건의 항의 서한 가운데 가장 많았던 내용이 ‘권력과의 유착 비판’이었다. 아사히신문은 모리토모학원 비리 사건을 폭로하는 등 아베 정권 관련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아사히신문을 공개 비 난하기도 했다. 권력 감시에 앞장서 온 아사히신문인 만큼 독자들의 배신감도 컸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아베 정권을 대변하는 극우신문이다. 고발 기사가 나 오기 직전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던 구로카와 검사장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고발 기사가 나온 뒤에도 초반에는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구로카와 검사 장의 이름과 접촉 경위에 대한 설명을 회피했다. 아무리 정부와 코드가 맞는 극 우신문이라 할지라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구로카와 검사장을 과잉보호하자 세간의 반응은 냉랭했다.
두 신문사 모두 사과보도를 하고 관계자를 엄중 처벌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사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기자들이 지면으로 그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해 기사화해야 한다.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조차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사히신문이나 산케이신문이 아닌 슈칸분슌이 터트렸다. 결국 일본 언론계 내에서도 유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는 왜 신문사가 그런 기사를 쓰지 못하냐며 한탄했고, 오타니 아키히로(大谷昭宏) 기자는 “이번에 관련된 기자들은 향후 검찰이나 검사장에 엄격한 기사를 쓸 수 있는가. 긴장감 없는 유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취재원과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다. 하타나카 데츠오(畑仲哲雄) 류코쿠대(龍谷大) 교수는 “취재원과의 접촉은 신뢰 관계의 구축과 유착의 세메기아이(せめぎあい, 우세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대항하는 것)”라고 논한다. 신뢰 관계가 형성된 취재원이 비판의 대상이 됐을 때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써야 하기에, 권력자와 마주하는 기자는 항상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기자의 취재원과 밀착은 권력 감시를 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된다. 이 번 일이 저널리즘의 사명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