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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07-31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SA, Conseil Supérieur de l'Audiovisuel)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팬데믹 기간 동안 방송에서 남성과 여성의 등장과 재현 비율을 조사했다. CSA는 2016년 이래 방송에서의 양성평등을 지향하면서 꾸준히 남녀의 재현에 관한 조사를 사회적 다양성 재현 조사와 별도로 시행해왔다. 이번 조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프랑스 사회 여러 분야에서 불거지는 양성 불평등을 파악하기 위해 양성평등 및 차별 예방 국무장관이 요청한 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례없는 감염병 확산 기간 동안 방송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습의 불평등한 측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방송 등장 비율 늘어

 

전술한 바와 같이, CSA는 매년 방송에서의 양성평등을 위한 남녀 재현에 관한 조사를 시행해왔다. 이는 인종, 직업, 연령, 장애 여부 등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사회적 다양성 반영 조사 맥락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를 더해 별도로 이뤄져 왔다. CSA의 조사는 단순한 현황 파악의 차원을 넘어서 방송사들로 하여금 양성평등적인 재현, 사회적 다양성 지표 개선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성평등 헌장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서 2019년까지 방송에서의 남성 및 여성의 재현은 균형적인 방향으로 개선돼 왔다(CSA, 2010a).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래로 매년 방송에서의 양성평등 지표는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2019년 양적인 조사에서 텔레비전과 라디오 부문을 모두 합쳐 남성이 방송에 등장한 비율이 59%, 여성이 41%를 차지했다. 여성의 등장 비율은 2018년과 비교할 때 2% 늘어난 수치이고 조사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여성의 재현과 관련해 양적인 측면에서 개선을 이끈 것은 라디오 부문이다. 라디오에서의 여성의 등장 비율은 2018년 대비 2019년 3%가 늘어나 40%를 기록했다. 방송에 등장하는 진행자, 기자, 전문가의 성비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전년도 대비 1~3% 늘어났다. 여성 진행자 비율은 전년도 대비 3% 늘어난 50%, 여성 기자 비율은 2% 증가한 40%, 전문가 여성 비율은 1% 증가한 38%를 보였다(CSA, 2020a).[그림 1]


[그림 1] 프랑스 텔레비전•라디오에서의 여성 등장 비율 <출처 - CSA, 2020a>

2018년에 비해 정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스튜디오에 초대된 여성의 수나 발언 시간도 증가했다. 비록 드라마, 뉴스 등 모든 장르에 등장하는 전체 여성의 비율에 비해 여전히 개선의 필요성이 많지만 정치 관련 부문 전문가로 초대된 여성의 비율은 2018년도에 비해 6% 증가한 33% 수치를 보였고, 이들의 발언시간은 전체 발언 시간의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CSA, 2020a). 

팬데믹 기간 중 나타난 ‘성 역할’ 불평등 재현 

 CSA는 코로나19가 확산된 3~5월까지,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중 뉴스 및 정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59개 프로그램 총 89시간 방송분에 대해 양성평등 지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팬데믹 기간 뉴스 및 정보 프로그램에서의 남녀 등장 비율은 남성 59%, 여성 41%로 2019년에 이뤄진 양성평등 지표와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지상파 메인 채널인 공영방송사와 민영방송사인 엠시스(M6), 떼에프앙(TF1)은 여성의 등장 비율이 40~50%에 이르지만 뉴스 전문 채널인 에르테엘(RTL), 엘쎄이(LCI), 베에프엠테베(BFMTV)는 여성 등장 비율이 34~36%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차이점을 보였다(CSA, 2020b). 

한편, 등장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변화가 없으나 등장인물의 역할에서는 여전히 양성 간 차이를 보였다. 뉴스 및 정보 프로그램에 등장한 다수의 여성(55%)은 증언이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전문가(20%)나 정부의 대표(14%)로 등장하는 비율은 20% 미만 수준이었다(CSA, 2020b). 위기 상황 이전에 전문가 여성의 비율이 38%까지 증가한 것(CSA, 2020a)에 비해 20%까지 하락한 것은 급격한 퇴보라고 볼 수 있다. CSA는 이번 조사의 중요성과 관련해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방송에 의존해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보를 제공하는 성별의 불평등한 재현은 문제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CSA, 2020b). 

CSA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방송에 등장한 절반 이상의 여성이 감염병 확산에 의해 봉쇄되면서 학교나 가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가정에서 경험담이나 증언을 말하는 역할을 하는 성별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73%에 이르렀으며, 학부모 증언자로 한정할 경우, 여성의 비율은 79%로까지 올라갔다. 간호사, 요양사 등 보건 분야 종사자들 중 감염병 확산으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담당한 경우도 역시 여성이 52%를 차지했다(CSA, 2020b). 즉, 여성의 가정 내에서 특정 역할, 혹은 직업이나 업무 관련 고정관념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림 2] 팬데믹 기간(3~5월) 프랑스 방송에서의 여성 역할 비율 <출처 - CSA, 2020b>> (단위: %)


이 조사에 따르면 정치인(24%), 전문가(20%), 정부 대표(14%) 등의 분야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위기 상황 전과 비교했을 때 여성 전문가의 등장 비율이 38%였던 것에 비해 20%라는 점은 우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CSA는 여성 비율이 가장 낮은 분야들이 프랑스 사회의 실제 양성 간 비율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인터뷰 또는 스튜디오에 초대해 발언한 이들은 71%가 의학·보건 분야 전문가였다. 특히, 3월 11일 정부 차원에서 긴급하게 설치한 과학위원회의 위원들에 대한 인터뷰와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위원회 구성원의 80%가 남성이었다는 점이 여성 전문가 등장 비율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었다는 것이다(CSA, 2020b). 그러나, 현실에서의 전문 분야 종사자 성비의 불균형만이 문제는 아니다. CSA에 따르면 파스퇴르연구소의 경우 연구원들의 성비가 남녀 균형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출연한 15명의 연구원 중 여성 연구원은 한 명뿐이었다(CSA, 2020b). 또, CSA는 2012년 이래로 프랑스 미디어에서 기업인, 연구원, 의사, 협회 대표 등 여성 전문가가 더욱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전문가 가이드>를 발간했고, 웹사이트(expertes.fr)를 마련해 전문가 명단과 풀(pool)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례 없는 감염병 확산이라는 사회적 위기 국면에서 여성의 재현이 현저하게 감소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남성 전문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비단 방송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르몽드(Le Monde)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르몽드는 기자들의 성비가 거의 균형을 이루지만 글을 쓰는 전문가는 여전히 남성 위주로 나타났다. 이슈에 따라, 혹은 특정 의제가 주를 이루는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성 전문가가 칼럼에 의견을 개진하는 비율은 31~52%를 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Bronner, 2020).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 위기인 동시에 모든 국가들에게는 자국민의 보건과 직결된 국가적 위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프랑스 사회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들, 또는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방송에서의 양성평등 문제는 그동안 CSA를 비롯해 여러 방송사들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개선된 분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상황에서 나타난 이번 조사 결과는 방송계의 양성평등을 위해 여전히 더 큰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의 사회적 위기가 문제를 드러내는 기회를 제공하되 후퇴를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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