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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뉴스 통신사이자 프랑스 통신사인 AFP가 긴축재정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FP는 2024년 매출이 2% 증가하며 6년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뉴스 미디어 산업 전체의 재정적 위기, 미국 관련 사업 부문의 계약 종료 등으로 향후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긴축 발표에 나선 것이다. 이번 AFP의 긴축재정 발표는 오랫동안 이어진 뉴스 미디어 산업계의 어려움이 통신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정부 보조금 의존도를 낮춰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13일 파브리스 프리스(Fabrice Fries) AFP 대표는 2025~2026년 약 1년 반 동안 약 1,200만 유로~1,400만 유로(약 190억~220억)까지 재정 긴축에 착수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2024년 말까지 지출 약 200만 유로(31억 5,000만 원) 감축을 발표했다. 이 말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이번 6개월보다 더 강한 긴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Le monde avec AFP, 2025.6.13).
AFP 측은 지난 6년간 성장세를 보여왔고, 특히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총매출 2.1%(670만 유로 증가)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앞으로의 재정에 대해 계획된 예산보다 800만 유로(약 126억 원)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 미·중을 중심으로 하는 관세 전쟁 등에서 비롯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뉴스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고려한 수치다. 프리스 대표는 AFP가 직면한 재정적 위기는 고객사인 언론사들의 열악한 재정 상황의 여파이며,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져온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Le monde avec AFP, 2025.6.13).
피하기 어려운 구조조정, 수익 다각화 모색
AFP가 2026년까지 재정 상황을 어둡게 전망하는 까닭은 실제 2024년 순이익이 20만 유로(약 3억 1,500만 원)로 2023년 110만 유로(약 17억 3,000만 원)보다 무려 90만 유로(약 14억 1,800만 원) 하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2024년 총매출 2% 성장세를 이끈 것은 국가보조금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매년 지급하는 구독료와 보조금 수입이 2024년 정부와 공공기관이 체결한 계약(contrat d’objectifs et de moyens)에 따라 5% 증가한 덕분이다. 그럼에도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적었던 것은 2024년 유럽의회 선거, 의회 해산에 따른 총선, 하계 올림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취재 비용이 많이 소요돼 운영 비용이 3억 350만 유로(약 4,800억 원)로 2023년 대비 2.5% 증가했기 때문이다(AFP, 2025.4.29).
미국과의 계약 종료 여파도 AFP의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그동안 미국의 메타(Meta)가 운영한 팩트체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메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부응해 팩트체크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함에 따라 종료됐다. 또, 트럼프 정부가 미국 국제방송인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 폐지를 선언하면서, 미(美) 글로벌 미디어청(US Agency for Global Media)과의 계약도 종료된 것이다. AFP 측은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했지만 당장 미국의소리와 같은 큰 고객을 대체할 뉴스 소비처를 찾거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간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리스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구조조정이나 조직 축소 등의 방안은 내놓지 않았지만 ‘조직, 구조, 운영 방법을 조정할 때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발표 내용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예상할 수 있다(Le monde avec AFP, 2025.6.13). 그동안 AFP는 뉴스 미디어 산업계의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조직을 키워왔다. 2023년 기준 약 150개 국, 260개 도시, 100여 개 국적으로 구성된 1,700여 명의 기자, 2,600여 명의 직원들이 고용돼 있다(AFP, 2024). 이는 6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본다면 지국 약 60개, 기자 100여 명, 직원은 300여 명이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조직이 커진 것에 비해 뉴스 생산량은 줄어들고 있다. 2023년 기준 매일 2,300여 개의 뉴스를 생산했는데, 이는 2017년과 비교하면 매일 약 1,000개의 뉴스 생산이 감소한 것이다. 대신 사진, 동영상 뉴스, 인포그래픽 뉴스 생산은 늘고 있다. 2017년 매일 2,720여 개의 사진, 75개의 인포그래픽, 250여 개의 동영상을 생산한 것에 비해 2023년에는 3,000여 건의 사진, 80여 개의 인포그래픽, 300여 개의 동영상 뉴스를 생산했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통신사의 뉴스 생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체 뉴스 생산량은 줄어든 상황이다.
AFP는 뉴스 종류를 다각화하고 변화를 준 것처럼 수익 구조 역시 다양화하려고 애써왔다. 예컨대, 팩트스토리(Factstory)라는 자회사를 통해 UN, 세계은행, 유니세프와 같은 국제기구들을 위한 주문형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팩트스토리는 2022~2023년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매출이 30% 증가했다. 또한 360도 동영상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AFP, 2023). 미디어커넥트(MediaConnect)라는 보도자료 포털도 운영 중이다. 일종의 보도자료 중개 사이트로 기업, 기관 등이 보도자료를 제공하면 미디어커넥트 측에서 팩트체크를 하고, 중요도에 따라 상위 배치가 가능하다. 미디어커넥트는 언론사, 블로거, 인플루언서 등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AFP, 2023). 이와 같이, AFP는 국제 뉴스 통신사로서 가치와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해 왔다.
정치적 독립성 유지를 위한 재정 긴축
이번 AFP의 재정 긴축 발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과 운영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서라도 국가보조금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설사 구조조정에 앞서 구성원들의 반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명분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크다.
AFP는 250여 개 프랑스 통신사 중 유일한 국제 뉴스 통신사로서 민영 자율기관이면서도 국가보조금을 받는 독특한 지위에 있다. AFP에 관한 법률(loi n° 57-32 du 10 janvier 1957 portant statut de l’agence France-Presse)은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만, 자율적인 기관으로 명시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 법률뿐만 아니라 AFP의 웹페이지나 연간 보고서, 윤리 헌장 등을 보면 AFP는 꾸준히 “정치적, 상업적, 이데올로기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AFP의 오랜 역사 속에서 수차례 정부가 이사회 등에 더 개입·참여를 시도했지만, 구성원들의 반발로 저지된 것도 정치적·상업적 독립성에 대한 조직의 강한 의지를 뒷받침한다.
이번 AFP의 재정 긴축에 대한 발표는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 중 하나인 뉴스 통신사도 뉴스 미디어 산업의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통신사로서는 언론사 뉴스 판매 수익이 줄어든다면, 이미 40% 이상을 차지하는 정부 구독료와 공적 임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AFP의 정부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를 심화하고,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프랑스 내 전통 미디어 기관들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비단 AFP의 상황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미디어 생태계 차원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공영방송사 역시 수신료 폐지 이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미디어 기업으로 통합하는 개혁안 역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레거시 미디어로서 공적 임무, 혹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기관들의 정부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문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AFP의 재정 긴축에 대한 각오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미디어 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