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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 프랑스_ 왜곡된 ‘미디어 인증제’ 논란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12-26

허위 조작 정보 근절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언론에 인증 라벨을 붙인다는 이른바 ‘미디어 인증제(labellisation des medias)’ 논란으로 프랑스가 시끄럽다. 사실 이는 오해와 왜곡에 가까움에도 오해의 불씨는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는데, 이에 일조한 것이 언론사들이다. 대통령 발언을 팩트체크하고 엉뚱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사들이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문제를 더 키워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미디어 인증제 발언 파장은 오히려 프랑스 사회에 미디어 인증제의 필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언론에 재갈 물리는 정부?

 

오해와 왜곡은 지난해 11월 19일 마크롱 대통령이 아라스(Arras)에서 한 언론사 개최로 진행된 ‘민주주의와 소셜네트워크’에 관한 포럼에서 허위 정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허위 조작 정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허위 정보를 게시하는 플랫폼 퇴출, 언론의 역할을 꼽았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정보성 콘텐츠와 상업적 광고를 구분하는 라벨을 붙이는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가 나서면 독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기자들은 기사가 사실 확인을 거쳤음을 보장해야 하며, 그들 스스로 준수해야 할 윤리 규범을 통해 이를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라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심지어 인증에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언론사 자체 혹은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질 것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인증제는 일파만파 논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1)


극우 정당과 언론사의 합동 공격, 되려 미디어 인증제 필요성 증명? 

 

이러한 논쟁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까닭은 극우 정당과 언론이 대통령의 말을 왜곡·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제궁과 문화부 장관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미디어에 라벨을 붙이는 일을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2)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논쟁은 정치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중도 우파 정당인 공화당(Les Républicains)은 마크롱 대통령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공화당은 대통령이 “뉴스 사이트에 좋은 미디어와 나쁜 미디어라는 라벨을 붙이려고 한다”라며, 이는 “정보에 대한 검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3)

 

극우 인사로 알려진 미디어 재벌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의 손아귀에 있는 언론사들인 일요신문(le Journal du Dimanche)과 까날쁠뤼스(Canal+)의 뉴스 프로그램 쎄뉴스(CNews)는 미디어 인증제가 “전체주의적”이라거나 “권위주의 시도”라고 프레이밍 하거나, “진실부(Ministère de la Vérité)4)를 만들려는 것”, “구소련 관보 프라브다(Pravada)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라는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5) 극우 언론뿐만이 아니다. 우파 언론으로 분류되지만 엘리트 신문으로 영향력이 큰 르피가로(Le Figaro) 역시 “대통령이 허위 정보 퇴치에 이상하게 집착한다”6)라거나,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7)에 대해 “그럴수록 극우적 채널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8)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또, 르피가로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인터넷 게시글을 모아 보도하기도 했다.9)

 

사실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이후 벌어진 일련의 논쟁은 역설적으로 프랑스 사회에 어쩌면 미디어 인증제가 정말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대통령이 인증제를 언급한 속내에는 극우 언론들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 및 정치인과 극우 언론의 합종연횡이 빈번하고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미디어 재벌 인사 뱅상 볼로레에 의한 극우 미디어 합병이 빠르게 진행됐고, 그들의 프랑스 공영방송에 대한 중립성 공격은 마린 르 펜과 같은 극우 정치인에 의해 연달아 이어졌다.10)

 

또, 극우 언론은 극우 정치인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해 발언권을 제공하는 상황이다. 앞서 본 것과 같이, 극우 언론과 정치인의 결탁은 사실 이번 미디어 인증제와 관련해 다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선택적으로 왜곡·재가공돼 상호 증폭되는 방식으로 유통되는 양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책임감 있고, 정직한 언론사의 위치”를 분명히 하는 장치로서 미디어 인증제의 취지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대안으로서 미디어 인증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미디어 인증제는 허위 정보 근절을 위한 해결책으로 새롭게 제시된 것도 아니다. 언론사에 의한 자발적 인증제는 2021년 국경없는기자회(RSF)에서 제안하면서 시작됐고,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년 여에 걸쳐 프랑스 언론인, 시민, 관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과 정보에 관해 논의하고 작업한 ‘정보 삼부회(les États généraux de l’information)’ 보고서에서 이미 제시한 해결책이다.

 

‘정보 삼부회’는 2024년 9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소셜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알고리즘, 디지털 경제 메커니즘 등으로 인해 현재 프랑스의 공론장(Public sphere)이 허위 정보에 취약한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15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정보 분별력 및 허위 정보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해 허위 정보 문제를 중화하고, 언론사 및 언론인의 임무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확대하며, 광고주·플랫폼·언론사·국가 등으로 하여금 민주주의 공론장을 위한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운데 언론사 및 뉴스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증제를 제안한 것이다.

 

 

2025년 11월 19일 프랑스 북부 아라스에서 열린 일간지 라부아뒤노르(La Voix du Nord) 행사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 이 행사에서 그가 한 허위 정보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보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언론사 및 뉴스 생산자들이 양질의 정보원을 활용하고 정직하게 보도하며, 정보원을 실명으로 보도하는 등 저널리즘과 관련한 기본적 원칙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고 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인증제를 도입해, 스스로 검증하는 동시에 제삼자를 통해 정기적으로 유효성을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11)

 

이 제안의 근간이 된 국경없는기자회의 ‘저널리즘 신뢰 이니셔티브(Journalism Trust Initiative)’ 역시, 미디어의 투명성, 편집 독립성, 언론의 윤리 준수 보장을 목표로 언론사들이 어떠한 의무나 강제 없이 자발적으로 정보 생산 과정의 질을 측정하도록 자기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 인증제를 운용하고 있다. 검증 내용과 기준은 언론인, 언론사, 언론 관련 기관, 규제 기관 등 13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마련했고, 스스로 검증한 결과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기관의 감사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27개 국가의 2,400여 개 미디어가 자발적으로 인증제에 참여했고, 프랑스에서도 약 89개 언론사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12) 국경없는기자회나 정보 삼부회, 마크롱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현재 제시되고 있는 미디어 인증제는 새로울 것 없이 전문가주의에 기반한 자율적인 미디어 책임성(accountability)에 가깝다.

 

사실 프랑스에서 허위 조작 정보 근절과 관련한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프랑스는 다른 나라보다 발 빠르게 2018년 허위 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법률을 제정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2018년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은 온라인상에서 생산, 유통되는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해결을 위해 플랫폼에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언론사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의 허위 조작 정보 문제, 극우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정치적 편향성 등은 점점 프랑스의 공론장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인증제가 다시 언급된 것이다. 결국 법 제도나 규제만으로 오늘날 허위 정보를 근절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언론사를 비롯한 뉴스 생산자들이 자발적인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규범을 준수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당 주도로 「정보통신망법」에서 허위 조작 정보 근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며 처리됐지만, 야당을 비롯한 언론사 등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정안의 세세한 내용은 다퉈볼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법률로 허위 조작 정보를 근절 시도를 해 본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법률적 제재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늘날 허위·왜곡 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보 생산자들의 자발적 의지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1) <Face aux lecteurs de la Voix du Nord à Arras.>, Elysee, 2025.11.19, https://www.elysee.fr/emmanuel-macron/2025/11/19/face-auxlecteurs-de-la-voix-du-nord-a-arras

2) Le Figaro et AFP, <Face à la polémique, Rachida Dati assure sur CNews que l’État ne va «pas labelliser les médias»>, Le Figaro,  2025.12.2, https://www.lefigaro.fr/politique/face-a-la-polemique-rachida-dati-assure-sur-cnews-que-l-etat-ne-va-pas-labelliser-esmedias-20251202

3) Sideris, F, <VÉRIF - “Labellisation des médias” : le vrai du faux sur cette “initiative” d'Emmanuel Macron>, TF1info, 2025.12.5, 

https://www.tf1info.fr/politique/verif-labellisation-des-medias-le-vrai-du-faux-sur-cette-initiative-d-emmanuel-macron-pour-creerun-pretendu-ministere-de-la-verite-2410856.html

4)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차용

5) Le Figaro et AFP, <«Les télévisions privées ont le droit de ne pas être neutres» : Marine Le Pen juge que l’Arcom «ne devrait surveiller que le service public»>, Le Figaro, 2025.12.2, https://www.lefigaro.fr/politique/les-televisions-privees-ont-le-droit-de-ne-pas-etreneutres-marine-le-pen-juge-que-l-arcom-ne-devrait-surveiller-que-le-service-public-20251202

6) Sallé C, et Hausalter, L., <La «labellisation» des médias, l’étrange obsession d’Emmanuel Macron pour combattre la  désinformation>, Le Figaro, 2025.12.1, https://www.lefigaro.fr/medias/la-labellisation-des-medias-l-etrange-obsession-d-emmanuelmacron-pour-combattre-la-desinformation-20251201

7) 대통령실은 “허위 정보 근절에 대해 말했더니 허위 정보가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쎄뉴스(CNews) 발언에 반박하는 트윗을 게시했다.

8) Sallé C., <«Labellisation» des médias : pourquoi la stratégie d’Emmanuel Macron renforce CNews>, Le Figaro, 2025.12.2, https://

www.lefigaro.fr/politique/la-strategie-d-emmanuel-macron-renforce-cnews-20251202

9) Mérat, V., <«Tentation autoritaire», «ministère de la vérité», «Macron découvre Staline» : de LR à Reconquête, la droite vent  debout contre la «labellisation» des médias>, Le Figaro, 2025.12.2, https://www.lefigaro.fr/politique/tentation-autoritaire-ideeextremement-dangereuse-petition-de-lr-a-reconquete-la-droite-vent-debout-contre-le-projet-de-labellisation-des-medias-20251202

10)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Rassemblement National)의 수장인 마린 르 펜은 공영방송사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면서도 민영 채널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시청각디지털미디어규제청(Arcom)이 민영 채널을 감독하면 안 된다는 이중적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Le Figaro et AFP, 2025.12.2).

11) Les États généraux de l’information, <Rapport des États généraux de l’informatio>, 2024.9.12, https://www.vie-publique.fr/files/rapport/pdf/295405.pdf

12) 저널리즘 신뢰 이니셔티브 홈페이지(https://journalismtrustinitiative.org/), TF1info, <Labellisation des médias : zoom sur la “Journalism Trust Initiative”, cette certification qui existe déjà>, TF1info, 2025.12.3, https://www.tf1info.fr/culture/labellisation-des-mediaszoom-sur-la-journalism-trust-initiative-cette-certification-qui-existe-deja-24105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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