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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자명해진 사실은,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에 속해 월급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이다. 독일 언론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독일 프리랜서 기자들의 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다. 펜기자보다 사진기자들이, 남성 기자들보다 여성 기자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기자협회(DJV, Deutscher Journalisten-Verband)는 지난 6월 4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프리랜서 기자들의 수입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미디어 업계에서 일감을 잃거나 어려움에 처한 프리랜서들의 사례가 산발적으로 보도됐지만, 본격적인 조사를 통해서 통계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설문조사는 5월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독일 전역 언론사 및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끝까지 참여한 프리랜서 기자는 총 287명. 독일기자협회가 프리랜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1998년, 2008년, 2014년 진행한 설문조사 참가자보다는 그 수가 적은 편이었다고 한다. 독일기자협회는 “설문조사 기간이 짧았고, 질문 구성이 매우 복잡해서 특히 재택근무를 하며 자녀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참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독일기자협회는 설문조사 대상을 펜기자뿐만 아니라 사진기자, 방송기자, 잡지, 온라인 및 멀티미디어 분야, 언론 대행사 및 언론부처 등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들 중 다수는 기사를 쓰는 본 업무 이외에 작가, 사회자,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겸한다. 따라서 본고에서 언급하는 프리랜서 기자는 대부분 언론사 기자이지만, 그 외 미디어 분야 종사자도 있을 수 있음을 먼저 언급해둔다.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기자들의 수익에는 원고료 이외에도 강연료, 행사 초청비 등 기타 수익이 포함돼 있다.

월 평균 수입 2,470유로→780유로(약 336만 원 → 약 105만 원)
독일 프리랜서 기자 2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평균 월수입이 세전 2,470유로(약 336만 원)에서 780유로(약 105만 원)로 줄어들었다. 필수 사회보험과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더욱 줄어든다.
먼저 ‘수입이 줄었다’고 답한 프리랜서 기자는 전체 응답자의 49%에 이른다. 손실이 없다고 답한 이들도 있으며, 소수지만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경우도 물론 있다. 즉, 프리랜서 평균 수입의 하락은 수입 손실을 겪고 있는 49% 내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다.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답한 프리랜서를 손실 수준에 따라 다시 나눠보면 월수입이 500유로(약 68만 원)까지 감소한 경우가 32%, 월 감소액 501~1,000유로 (약 68만 ~ 약 136만 원) 사이는 25%, 1,001~2,000유로(약 136만 ~ 약 272만 원) 사이는 22%로 조사됐다. 월 감소액이 2,001~3,000유로(약 272만 ~ 약 410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12%, 3,001유로(약 410만 원)에서 최대 4,000(약 547만 원)유로에 이르는 경우도 2%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입 감소 결과 월수입이 500유로 이하에 불과한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28%에 달했다.[그림 2] 월수입이 501유로 이상 1,000유로(약 136만 원) 이하인 경우도 13%였다. 월수입이 하나도 없거나 마이너스라고 답한 이들도 29%로 집계됐다.

프리랜서 33%, 코로나19 이후 일감 전무
설문조사에 응답한 프리랜서 기자의 33%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로운 일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50%는 이전에 이미 계획된 업무나 대체 업무가 있긴 하지만 예정된 수익보다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참가해 새로운 수익이 생긴 경우는 3% 미만에 불과했다. 온라인 업무로 새로운 수익이 생겼다 하더라도 해당 기자의 전체 월수익을 증가시키는 정도는 아니었다.
독일은 3월 말 전역에 외출자제령과 모임 금지를 발표했고, 공공기관 및 학교 문을 모두 닫았다. 거의 3개월간 이어진 셧다운 조치는 7월 이후 단계별로 풀리고 있다. 연방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베를린시를 기준으로 실내 행사의 경우 8월 1일부터 최대 500명까지 개최 가능하며, 1,000명 이상 규모의 행사는 10월 1일부터 허용된다. 실외 행사도 현재 참석 인원 최대 1,000명까지만 가능하며, 그 이상은 9월 1일부터 허용된다.
대규모 문화행사, 박람회 등은 대부분 취소 혹은 축소됐다. 축소된 행사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취소 혹은 축소된 모든 행사는 보통 때였다면 프리랜서 기자가 보도해야 할 일감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열린다는 기사 이외에는 주요하게 쓸 기사가 없다. 문화, 스포츠계에서 일해 온 프리랜서 기자들의 일감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언론 미디어 업계 행사도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3월 중순 독일기자협회가 주최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콘퍼런스(Freier Journalismus in Bewegung)는 당초 오프라인 행사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됐다. 3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여성 저널리스트 콘퍼런스(Frau macht Medien)는 가을로 미뤄졌는데, 아직 정확한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매년 뮌헨에서 열렸던 미디어 산업 박람회(Medientage München)도 오는 10월 온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처럼 프리랜서 기자들이 주로 초청되는 관련 업계 행사는 물론 기자들이 사회자나 토론자로 많이 나서는 문화, 문학 관련 행사 및 토론회 등도 모두 줄어들었다. 프리랜서 기자들이 부수적으로 올리던 수입도 함께 사라진 셈이다.
가장 큰 어려움 겪는 사진기자, 여성 기자
프리랜서 기자 중에서는 사진기자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사진기자는 전체 사진기자의 67%에 이르며, 이들의 월수입은 평균 2,260유로(약 307만 원)에서 코로나19 이후 560유로(약 76만 원)로 떨어졌다. 사진 기자들이 주로 활약하던 스포츠, 문화, 이벤트 분야가 대부분 중단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는 여성 기자의 수입이 남성 기자보다 더 많이 감소됐다. 코로나 이전 월 수입액은 여성 기자 2,212유로(약 309만 원), 남성 기자 2,750유로(약 376만 원)로 집계됐지만, 코로나 이후 수입 감소액은 여성 기자 721유로(약 98만 원)로 32.5% 하락한 반면, 남성 기자는 850유로(약 116만 원)로 30.9% 하락했다.
독일기자협회는 “여성 기자들의 수입이 더 떨어진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 학교 휴업 조치에 따라) 가정에서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더 많기 때문”이라며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로 인해서 한 가정 내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직업적 업무를 수행할 시간이 더 적고, 돈도 더 적게 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응답자 중 여성 기자들의 32%, 남성 기자들의 25%가 코로나19로 인해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며, 이전보다 일을 덜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녀 양육이 아닌 부모님 등 다른 사람을 돌보고 있는 경우도 전체 응답자의 12%였다. 이 경우에도 여성이 14%, 남성은 10%로 돌봄과 양육 문제에 있어서 여성 기자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기자협회는 이번 설문조사 참여자 중 여성 비율(44%)이 2014년 프리랜서 설문조사 때 여성 참여 비율(54%)보다 낮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독일기자협회는 “여성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자녀 양육 문제를 더 많이 떠맡고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매우 복잡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끝까지 마무리하기가 어렵거나 아예 참여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커리어를 이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현황 조사에 참여할 기회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큰 도움 안 되는 정부 재난지원금
프리랜서 기자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프리랜서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한 긴급지원금(Soforthilfe)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독일은 프리랜서 및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긴급지원금을 지급했다. 주정부 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5,000유로(약 684만 원)부터 많게는 1만 5,000유로(약 2,052만 원)까지 지급되며, 프리랜서 기자 직종이라면 신청해서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긴급지원금을 지출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즉, 생활비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사무실 임대료나 리스 비용, 인건비 등 업무적으로 필요한 지출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기자는 사무실 없이 집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고 실질적인 비용 지출이 사실상 크지 않다.
실제로 설문조사 응답자의 53%가 긴급지원금 정책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2%는 업무상 지출 경비가 없으며, 긴급지원금은 생활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긴급지원금 사용 조건이 불분명해서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응답자도 35%였다. 긴급지원금을 받고도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고 불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응답자들은 이와 함께 프리랜서 직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관철해달라고 독일기자협회에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프리랜서 세금 우대 정책, 아동수당, 주택보조금 등 사회보조금을 신청할 때 연금, 보험, 저축액을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요구했다. 반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세미나나 행사 프로그램 기획, 대출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이라도 해야 해서 여는 온라인 행사보다는 프리랜서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적 활동을 더 요구했다.
만족은 옛말, 불안한 프리랜서 기자들
현재 독일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와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정책적 로비 활동을 하는 곳은 크게 독일기자협회와 통합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 소속 언론노조 등 두 곳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프리랜서 기자들의 어려움을 끊임없이 알리고,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정치권에 질의서를 보내 지원 정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긴급지원금의 사용 조건 완화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관철되지 못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생활비 지출을 일부 허용한 상태다.
또한 7월 초 연방의회가 결의한 2차 추경안에는 언론사 지원으로 2억 2,000만 유로(약 3,013억 4,000만 원)가 책정돼 있다. 언론사들의 디지털화 지원 및 언론 다양성 등을 기조로 올해는 2,000만 유로(약 273억 9,400만 원), 2021년까지 총 2억 유로(약 2,739억 4,800만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추경안이 통과되자 독일기자협회는 “코로나 위기 저널리즘 분야에서 프리랜서만큼 강한 영향을 받는 곳은 없다. 국가 지원은 공평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투자돼야 한다”면서 “국가 지원금으로 프리랜서 기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프리랜서 기자의 수는 집계 주체에 따라서 편차가 큰 편인데, 독일기자협회는 정규직 기자 4만 3,500여 명, 프리랜서 기자 약 2만 6,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 언론계에서 프리랜서 기자들은 다양한 매체에 기사를 보내면서 자율성이 강하고 자기만족이 높은 직종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맞아서 이들의 직업적 불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독일의 프리랜서 기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독일이 언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