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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30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Huawei)와 ZTE를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공식 명시했다. 연방통신위원회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미국 내 브로드밴드 확장에 투입될 수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이 이들 업체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봉쇄할 것으로 예상된다(FCC, 2020). 이는 작년에 미국의 안보에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는 기업의 통신 기기들을 브로드밴드 확장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한 사안의 일환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은 지난 7월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중국발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TikTok)을 금지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Kelly, 2020.7.7).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고, 화웨이에 대한 일련의 제재는 이러한 미국의 견제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적 사례가 돼 왔다.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이어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 대한 언급까지 더해지며 미·중 간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화웨이의 국가 안보 위협 요인 명시를 비롯해 틱톡 금지와 관련된 최근 이슈를 짚어보고, 이 같은 갈등의 배경을 미디어 산업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살펴본다.
화웨이의 성장과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
중국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웨이는 약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및 통신 설비 제조사로 성장했다. 화웨이의 매출 규모는 2009년 약 1,500억 위안(약 25조 3,000억 원)에서 2019년 약 8,600억 위안(약 147조 9,000억 원)으로 10년 사이 약 여섯 배 이상 증가했다. [그림 1]
[그림 1] 화웨이 매출 규모(2009~2019) ⒸStatista 2020 (단위: 10억 위안)
또한 화웨이의 글로벌 통신 인프라 제조업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약 30%로, 2, 3위 기업인 노키아(Nokia)와 에릭슨(Ericsson)의 15.9%와 13.6%를 현저히 압도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그림 2]
[그림 2] 글로벌 통신 기기 시장 점유율(2016-2019) <출처 – Dell’Oro Group> (단위: %)
특히 화웨이는 향후 인공지능 기술, 사물인터넷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인프라 중 하나인 차세대 5G 통신 기기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이러한 도약을 이끈 것은 경쟁사보다 공격적인 연구 개발 투자도 한 요인이지만[그림 3]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 또한 있다(Chuin-Wei, 2019.12.25). 이처럼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긴밀한 관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급격한 성장세와 더불어 미국이 화웨이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견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정권은 화웨이를 중요한 잠재적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판단해 왔고, 지속적으로 견제와 압박을 가해왔다. 일례로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수년간 미국 경쟁사들의 사업 기밀을 훔쳐 왔다는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화웨이는 미국 법무부에서 총 여섯 개 미국 회사의 소스코드, 무선 장비 매뉴얼 등 다양한 종류의 사업 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수의 매체에 의하면 이 회사들은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모토로라솔루션스(Motorola Solutions), 후지쯔(Fujitsu), 퀸 텔테크놀로지(Quintel Technology), 티모바일(T-Mobile), 씨넥스랩(CNEX Labs)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McCabe, Hong & Benner, 2020.2.13; Garrett, 2020.7.14). 나아가 지난 5월 트럼프 정권은 다시 한번 화웨이를 겨냥한 규제를 내세웠다. 이미 작년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화웨이로 수출되는 길을 막은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 부품을 사들이는 한편, 미국에 대한 부품 의존성을 줄이는 대신 부품 자체 개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당 규제에 대처해 왔다(Fitch & Strumpf, 2019.12.1). 지난 5월 발표된 추가 규제에 따르면 해외 반도체 제조사 또한 제조 과정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미국 정부에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만 화웨이에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Davis & Ferek, 2020.5.15). 이 같은 규제 확장은 대부분의 첨단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가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화웨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Strumpf, 2020.6.21). 앞서 언급한 6월 30일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발표는 미국 도서 산간 지역 브로드밴드 확장 및 5G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USF(Universal Service Fund, 연방통신위원회가 관리하는 통신 보조금 및 수수료 제도)의 지원을 받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조치다. 이로써 미국은 화웨이의 주 수입원인 네트워크 통신 장비 사업의 생산 과정과 판매 모두에 걸쳐 규제 장벽을 완성했다.
국무장관의 틱톡 금지 발언, 화웨이에 이은 새로운 규제 타깃?
지난 7월 6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의 미국내 금지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그레이텔레비전(Gray Television)과의 인터뷰에서 틱톡을 금지할 수 있다며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말을 뒷받침했다. 틱톡은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방침 및 보안 취약과 관련해 다양한 논란을 겪었고, 결국 6월 말 인도 정부가 틱톡을 포함한 60여 개의 중국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금지했다. 인도는 월간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 약 8,100만 명에 달하는 틱톡의 최대 시장 중 하나였다(Xu Elegant, 2020.7.10). 이에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미 미군과 정부 공무원들에게 틱톡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7월 10일에는 아마존이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을 삭제하고 사용하지 말 것을 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후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고 수습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Needleman, 2020.7.10). 틱톡에 대한 주된 우려는 중국과의 연결고리에서 기인한다. 본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유저 기반을 확보한 틱톡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이용자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제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정보 보안에 취약점이 있다는 지적과, 중국 정부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검열 의혹도 제기됐다(Xu Elegant, 2020.7.10). 이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까지 틱톡 금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트럼프 정권이 펼치는 대중국 압박의 새로운 타깃이 틱톡이 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시되고 있다(Robertson, 2020.7.9; Garrett, 2020.7.14; Fitch Solutions, 2020). 이에 틱톡은 회사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중국과의 연관성을 희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국가 안보 위협 이면의 패권 경쟁
이런 일들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강력하게 규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과 이로 인한 잠재적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다. 즉,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와 중국 내 소수 민족 사회에 대한 감시에 중국 테크 기업들의 안면 인식 등 최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행태가 결국 미국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통신 기술에 의해 자행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화웨이 통신 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기밀 정보와 틱톡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미국 국민들의 개인정보 등이 중국 정부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국가 안보적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 산업의 측면에서 중요한 패권 경쟁이기도 하다.
미국은 그간 인터넷의 발상지로서 인터넷 도메인 주소 관리 기구인 아이칸(ICANN,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을 운영하는 등 현재까지도 인터넷 거버넌스에 중요한 다양한 기술 및 표준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한국을 비롯한 새로운 첨단 기술 강국들이 기술 표준 확립과 거버넌스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나,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 인터넷 등 정보통신에 있어 기반 기술 및 표준을 확보하는 것 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이러한 기술구조의 배열이 곧 ‘권력’의 배열과 같기 때문이다(DeNardis, 2012). 특정 통신 기술의 설계와 정보 교환의 방식은 결국 그 기술을 개발하는 주체의 ‘가치’를 반영한다. 즉, 기술 설계 주체의 프라이버시와 지식접근성, 표현의 자유 등 정보 관련 이슈에 대한 가치판단이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비단 반도체 칩, 무선 통신 타워 등의 기술 및 표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등 공적인 국제기구가 관여하는 이러한 기술적 표준을 통한 거버넌스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대형 글로벌 플랫폼 등을 통한 사유화된 거버넌스(privatized governance)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DeNardis & Hackl, 2015). 다시 말해, 이러한 회사들의 플랫폼 정책, 플랫폼 디자인,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실질적인 거버넌스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대표적인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사유화된 거버넌스에서도 글로벌 리더의 위치는 확고했다. 하지만 향후 4차 산업혁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5G 통신망 인프라 기술 경쟁에서 중국 기업이 유례없이 약진하면서 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반도체 등 첨단 통신 기술에 있어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성장이 있었지만, 대부분 우호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인 데다 현재의 화웨이만큼의 규모에 이르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5G를 비롯해 향후 사물인터넷의 맥락에서도 누가 인프라 기술 및 표준을 확보하느냐는 ‘권력’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다(DeNardis, 2020). 이러한 측면에서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통신 장비 업체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견제는 5G시대 의 통신 기술 인프라 시장에서 기존의 헤게모니를 뺏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화웨이를 압박하는 동시에 주요 미국 통신 및 테크 기업들을 한데 모아 국가 차원의 5G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 표준을 제안하려는 미국 정부의 최근 계획에서 더 분명히 알 수 있다(Davis & Fitzgerald, 2020.2.4; Fitzgerald & Krouse, 2020.6.25). 빠르게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틱톡도, 특히 미국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이 지니고 있던 미디어 산업에서의 우위에 대한 위협 요소로 인식됐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국제관계와 이념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과 함께 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 패권 경쟁이 더해져 매우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틱톡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중국 정부와의 거리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끊거나 중국 정부의 압박을 완전히 이겨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화웨이나 틱톡이 미국 정부 및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웨이나 틱톡이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또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협력을 통한 5G 기술 표준은 어떠한 식으로 개발돼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