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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합병이 성사됐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스카이댄스가 80억 달러(약 11조 800억 원) 규모의 합병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거대 미디어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논란 끝에 이뤄진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방송·스트리밍 시장, 스포츠 콘텐츠 판권, 그리고 글로벌 콘텐츠 경쟁 구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이 합병의 배경과 전개 과정, 새로운 경영 전략, 그리고 향후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다.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가 합병되기까지
2025년 8월 7일,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1) 이번 거래는 약 1년간의 협상 끝에 성사됐으며, 지난 7월 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승인을 받으며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Mullin, 2025). 두 회사의 합병 과정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순탄치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정치적인 논란이다. 이는 지난 2024년 대선 캠페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CBS(파라마운트 소유)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 Minutes>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이 있다. 당시 대권을 다투던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편향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Rose & Passantino, 2024). 여러 법률 전문가가 CBS의 승소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합병 직전인 7월, 파라마운트가 1,600만 달러(약 221억 6,000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Mullin et al., 2025).
이 합의 조건에 CBS의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공정성 보장, 최소 2년간 옴부즈만 고용, 그리고 다양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강조하는 프로그램 종료 등이 포함되면서 정치적인 논란이 이어졌다(Mullin, 2025). 이례적으로 트럼프 정권의 FCC 수장 브렌던 카(Brendan Carr)가 “미국인들은 더 이상 레거시 미디어가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 보도를 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약속한 부분들을 이행한다면 CBS가 미국인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진보 성향의 안나 고메즈(Anna Gomez) FCC 위원은 반대표와 함께 이번 합병을 미국 언론 자유의 퇴보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Barr, 2025). 이처럼 FCC의 승인 역시 정권의 요구에 순응하며 조건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합병 후에 언론 독립성과 다양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합병 후 새로운 조직 구조와 경영 전략은?
합병 후 탄생한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Paramount, A Skydance Company)’는 콘텐츠 스튜디오(제작), DTC(Direct-to-consumer), TV 미디어의 세 부문으로 재편됐다(Sophia & Shepardson, 2025).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CEO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은 회사를 엔터테인먼트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디지털 스트리밍 환경에서 기술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합병 전 스카이댄스의 수장이었고, 테크 업계 거물인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의 아들이다.2) 이 외에도 새로운 경영진이 합류했다. 전(前) NBC 유니버설 CEO인 제프 셸(Jeff Shell)과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 수립에 핵심을 맡았던 신디 홀랜드(Cindy Holland)가 스트리밍 사업부를 총괄하는 등 베테랑들이 합류했다(Koblin & Mullin, 2025; Weprin, 2025).
이들 새 경영진은 단순 조직 개편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의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합병의 자금 지원을 담당했던 게리 카르디날(Gerry Cardinale)은 “기술과 콘텐츠,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사이에 존재하는 분절을 실제로 융합하기 시작해야 한다(You have a balkanized situation between technology and content, between Silicon Valley and Hollywood, and the opportunity to actually start to blend that, that’s what needs to happen)”라며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데이비드 엘리슨 역시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We’re not going to be afraid of technology, we’re going to embrace it)”라며 기술 역량 강화에 큰 관심을 드러냈고, 신임 사장 제프 셸은 현재 이 업계에서 “단순히 비용을 줄여서는 성장을 이룰 수 없고, 반드시 투자가 필요하다(You can’t cut your way to growth in this business. You have to invest)”라며 기술 역량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Weprin, 2025).
하지만 구체적으로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다양한 스트리밍 및 케이블 자산들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의 4강 체제로 고착화되기 시작한 스트리밍 경쟁 체제에서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위치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점유율이 2%에 불과했고[그림], 유료 구독자 수는 7,700만 명 정도로 3억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넷플릭스에 비해 현저히 적다(Koblin & Mullin, 2025; Porter, 2025). 기술 역량 강화를 외친 엘리슨이지만 파라마운트플러스의 구체적 향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향후 1년간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를 것(When you think about how streaming applications evolve over the next year, they’re not going to look identical to what they do today)”이라며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진정한 글로벌 규모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시키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고, 우리는 언제든 협력 논의에 열려 있다(It is critical for the success of the business to be able to scale Paramount+ into a truly direct, global scale streaming product. What I would say is we’re open for business to explore everything)”라고 플랫폼 확장에 열린 태도를 내비쳤다(Weprin, 2025).
스포츠 콘텐츠 강화하고 영화 제작 확대할 계획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 직후 기업의 콘텐츠 확장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발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스포츠 콘텐츠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 방안이다.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 8월 11일,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UFC와 7년간 약 77억 달러(약 10조 6,500억 원) 규모의 독점 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Sherman, 2025). 이는 기존에 ESPN을 통한 페이퍼뷰(PPV) 모델을 폐지하고 UFC 경기를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한 독점 스트리밍 송출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일부 경기와 콘텐츠는 CBS를 통해 동시 송출될 예정으로,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이를 통해 라이브 스포츠 분야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신규 구독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콘텐츠가 스트리밍 업계에서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UFC 계약은 스트리밍 경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 콘텐츠와 더불어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연간 영화 제작 편수를 현재 약 8편에서 15편, 장기적으로는 20편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Chmielewski, 2025). <스타 트렉>과 <트랜스포머> 같은 대표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신작 <하이 사이드(High Side)> 등 새로운 작품 또한 준비 중이라며 기술 부문과 더불어 콘텐츠 제작에도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명백히 했다.
합병 평가는 긍정적… 아직 갈 길은 멀어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의 합병과 향후 행보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합병 완료와 UFC 계약 발표 이후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주가는 하루 만에 37% 이상 급등하며 새로운 ‘밈 주식’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Rogers, 2025; Sor, 2025). 이러한 성과가 투기적 관심이나 단기적 상승이 아닌 장기적인 가입자 성장과 수익성 확보로 이어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서 언급했듯 파라마운트플러스의 구독자 수는 주요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고, 경쟁은 치열하다. 더불어 FCC 승인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적인 논란과 더불어 내부 편성 자유도에 대한 제약도 리스크다. 합병과 UFC 계약을 통해 좋은 시작을 한 엘리슨 CEO는 오는 11월 첫 실적 발표에서 회사의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를 통해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단순 합병 이상의 시너지와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 Sophia, D. M. & Shepardson, D., <Paramount closes $8 billion merger with Skydance after settling “60 Minutes” lawsuit>, Reuters, 2025.8.7, https://www.reuters.com/legal/transactional/paramount-closes-8-billion-merger-with-skydance-after-settling-60-minutes-2025-08-07/
2) 래리 엘리슨은 오라클(Oracle)의 공동 창업주로 현재 오라클의 CTO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