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스포츠 콘텐츠를 둘러싼 빅테크 기업과 전통 미디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구독 증대와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전통 미디어의 대응과 시장의 향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스포츠는 전통 미디어의 킬러 콘텐츠로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아마존과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 구도는 크게 변하고 있다. 빅테크와 전통 미디어 간의 경쟁은 이제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간 경쟁을 넘어 스포츠 중계권 자산을 둘러싸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빅테크, 스포츠 스트리밍을 노리다
아마존은 2022년 써스데이나이트풋볼(Thursday Night Football)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애플 또한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시장을 키워 나가고 있는 메이저 리그 사커(MLS)와 10년간의 장기 계약을 통해 자사의 애플TV+를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 진입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구독 기반 모델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등을 포함한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구독자 증가율은 2019~2020년 25.3%에서 2022~2023년 10.1%로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이는 시장 포화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구독자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총 구독자 증가와 함께 구독 취소율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Antenna, 2024).
두 번째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구독과 더불어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콘텐츠 저변 확대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큰 투자를 해왔지만,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여전히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Szalai, 2024). 이에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구독료 인상과 더불어 광고를 통한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데(Krouse & Vranica, 2022; Toonkel & Krouse, 2023; Whelan, 2023), 빅테크 스트리밍 기업들이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스트리밍 진출이다. 스포츠 팬들은 영화나 드라마 소비자들보다 충성도가 훨씬 높아 구독 취소에 대한 리스크가 적고(Carson, 2023), NFL 슈퍼볼이 증명하듯 스포츠 리그와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광고와 스폰서십 수입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스트리밍 플랫폼들에게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콘텐츠 스트리밍은 새로운 분야지만 전통 미디어 기업들에 비하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NFL, NBA 등 주요 리그들이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통 미디어 기업들 또한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 콘텐츠 제공을 시도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는 기술적 노하우 부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개인화된 광고와 스트리밍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빅테크 플랫폼들에게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거세지는 빅테크 공세, 스포츠 시장 둘러싼 공성전
전통 미디어 기업들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대응은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처음에는 보유하고 있는 채널 자산들이 각자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각개전투를 하는 모양새였지만 최근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통합 등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NBC의 경우 NBC와 NBC Sports 등의 앱을 따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피콕(Peacock) 플랫폼으로 집중하고 있다(Draper, 2021).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스포츠 스트리밍 진입에 최근 ESPN, Fox, 그리고 워너브라더스는 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자산과 중계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 계획을 발표했다(Flint & Simonetti, 2024). 베누스포츠(Venu Sports)로 명명되고 있는 이 서비스가 시작될 경우 미국 전체 스포츠 중계권의 약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Simonetti & Sharma, 2024). 하지만 이 때문에 출범 발표와 동시에 독점 금지 위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지난 8월 연방법원 뉴욕 남부지원이 푸보TV(Fubo TV)가 베누스포츠에 대해 신청한 예비 금지 명령 신청을 승인하면서 올가을 예정이었던 베누스포츠의 출범에는 제동이 걸렸다(Reedy, 2024).
빅테크 기업들의 스포츠 스트리밍 진출 기세가 매섭긴 하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고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여전히 스포츠 중계권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NBA 중계권 협상에서도 아마존이 가세하긴 했지만 ESPN, ABC 등을 보유한 디즈니와 컴캐스트(Comcast)가 중계권의 큰 부분을 확보한 점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Ganguli et al., 2024). 이는 스포츠 리그 입장에서도 전통 미디어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과 기존의 협력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와 빠른 시장 점유율 확대는 이들 전통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경험과 가치 창출이 승리의 관건 될 것
종합해 보면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에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의 지위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주요 스포츠 리그들과 형성돼 있는 협력 관계와 팬들에게 익숙한 소비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빅테크 기업들은 중계권 확보를 필두로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결국 누가 스포츠 콘텐츠 소비에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로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써스데이나이트풋볼 경기 중계권을 확보한 아마존 프라임이 잘하고 있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기존 방송국의 중계 모습을 그대로 잘 베꼈다는 점이라며, 빅테크가 스포츠 경기 경험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전통 미디어 경험을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한 전통 미디어 기업 임원의 한마디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Mastrangelo, 2024). 다시 말해, 콘텐츠 차원에서 진정한 차별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과연 스트리밍 환경이 스포츠 콘텐츠 소비에 있어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스트리밍 환경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나 인터랙티브 기능 등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에 빅테크와 전통 미디어 기업 간 승부가 달려 있을 것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이른바 커넥티드 TV(CTV)로도 불리는 스트리밍 환경은 큰 잠재력을 지닌다. CTV를 통한 광고 시장은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광고 기반 구독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Lebow, 2024). CTV 광고는 타깃팅 및 성과 측정에서 기존 유선 및 케이블 TV 광고보다 훨씬 용이하다. 나아가 프로그래매틱 광고 (programmatic advertising)를 통해 더욱 정교한 광고 전략 수립과 자동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스포츠 중계는 광고주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CTV 광고 또한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거실에서 여러 명이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 CTV의 환경에서 광고의 개인화는 어느 정도로 적용해야 할지, 소비자의 광고 몰입 극대화를 위해 인터랙티브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빅테크 스트리밍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스포츠 중계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스포츠 콘텐츠의 소비자 시장과 광고 시장에 누가 더 확실한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