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09-01

 


 

언론이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신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산케이신문과 후지TV 계열의 후지뉴스네트워크(FNN, Fuji News Network)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과거 1년간의 여론조사 일부가 조사원에 의해 날조된 것이다. 이번 문제는 조사기관의 부정을 언론사가 막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있어선 안 될 일이 생겼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언론의 안이한 여론조사 관리체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간의 여론조사를 향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1년간 총 14번 데이터 날조해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은 지난 6월 19일, FNN과 해당 신문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날조된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날조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실시된 총 14번의 여론조사에서 발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18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아베 총리의 내각 지지율과 코로나19 정책 평가, 지지 정당 등을 묻는 전화 조사였다.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작년 5월부터 총 14번의 여론조사 전화 업무를 아담스커뮤니케이션이란 업체에 위탁했다. 그런데 아담스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절반을 무단으로 니혼텔레넷에 재위탁했고, 이 업체가 매번 위탁받은 약 500건 중 100건 이상을 전화하지 않은 채 마치 응답받은 것처럼 입력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날조된 데이터는 총 2,500건으로 전체의 17%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니혼텔레넷의 콜센터 책임자는 회사 수익을 올리고 싶었지만, 조사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6월 19일, 산케이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된 FNN과의 합동 여론조사 부정에 관한 발표문 < 출처 - 산케이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에 따라 후지TV는 “조사업체가 날조한 데이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방송해버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고, 산케이신문은 “여론조사 보도가 언론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깊은 사과를 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양사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발표한 기사를 모두 삭제했고,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여론조사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전했다. 

 

유력 언론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일부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본여론조사협회는 6월 25일, “과학적인 조사라고 볼 수 없는 날조된 데이터를 ‘여론’이라며 안이하게 세상에 알린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스나카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교수는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어내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이 세상을 아는 정보가 왜곡돼 가짜뉴스가 횡행할 수 있다”며 “언론의 존재 가치를 흔드는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안이한 여론조사 관리 체계 

 

여론조사의 부정행위가 알려지면, 언론사가 지지율을 날조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번 사건에는 극우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관련된 만큼, 내각 지지율을 의도적으로 높게 날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사분석 전문가인 미하루 미츠키(三春 充希)는 자신의 여론조사 사이트1) ‘미래 선거 프로젝트’에서, 날조가 발견된 기간 산케이신문과 FNN이 발 표한 내각 지지율이 타 언론사의 것과 비교해 “추이가 여러 언론사들의 조사 결과와 비슷해 특별히 편향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번 경우는 “조사기관의 부실한 일 처리를 언론사가 막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정확성이 보장돼야 하는 여론조사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 배경에는 다음의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언론사 내 여론조사업무의 비전문성이다. 스가와라 다쿠(菅原琢) 도쿄대 선단과학기술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은 애초에 언론 내 여론조사 부서는 기자가 아닌 전문가를 고용해 과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전문화돼 있었다고 한다. 이는 애초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근거와 관련이 있다. 일본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전쟁 전과 전쟁 중 언론이 친군부 자세를 취한 것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됐다. 정치가에게 판단 자료를 제공해, 특정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전후 민주주의와 강하게 연결돼 여론조사의 존재 이유가 돼왔기 때문이다(菅原, 2016). 그러나 오늘날 언론 내 여론조사 부서는 예전 같지 않다. 시즈메 히로미치(鎮目博道) 방송프로듀서는 “언론사의 경영 악화로 비용대비 효과가 미비한 여론조사 분야는 지금 같은 때 가장 먼저 잘려 나간다”고 설명한다. 야마다 미치코(山田道子) 전 선데이마이니치 편집장 또한 미경험자인 본인이 여론조사 부서의 실장을 맡았다며 그 실태를 꼬집었다. 

 

다음으로 조사 환경의 악화다. 많은 언론사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전국 여론조사에서 임의전화걸기방식(RDD, Random Digit Dialing)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로 번호를 무작위로 조합해 전화를 거는 조사 방법이다. 휴대전화 소지율이 증가함에 따라 2016년부터는 휴대전화도 조사에 추가됐다. 그러나 집 전화 가입 건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휴대전화로 걸면 모르는 번호라며 받지 않는 사람이 많아 표본 추출이 어렵다. 전국적인 조사 결과로 신뢰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1,000건 이상의 표본이 필요하다. 조사원들은 계속 거부당하거나 응답자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감내하며 온종일 전화를 걸어야 하므로 조사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원이 조사표를 날조해 표본 수를 늘리는 이른바 ‘메이킹(making)’ 방지 대책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각 언론사는 조사기관이 처리한 조사 결과가 정확하고 객관적인지 엄격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후지TV와 산케이신문은 1년 동안이나 가짜 데이터를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보도해 왔다. 산케이신문은 장기 계약한 업체와의 계약이 종결돼 아담스커뮤니케이션에 맡겼다고 했는데, 그동안 신용했던 업체와의 거래 방식을 신규 계약 업체에 그대로 적용한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인지, 어느 쪽이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산케이신문에 빗발친 독자 의견 가운데는 “조사 업무를 통째로 맡긴 채 확인도 안 하는 언론사 시스템에 책임은 없나”, “마치 남의 일인 양, 언론사가 조사기관 관리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배신당한 느낌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많은 사람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등, 언론사의 안이한 여론조사 관리체계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커지는 불신, 신뢰 회복 필요


언론의 여론조사를 향한 비판과 불신은 적지 않다. 일본 신문통신조사회가 발표한 <미디어에 관한 전국여론조사>(2018) 결과에 의하면 “언론의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바르게 반영하고 있냐”는 질문에 33.6%의 사람들이 “반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언론의 신뢰도 저하, 전화 조사의 구조적인 문제, 여론조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 다양한 원인이 지적된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문제시된 여론조사 실태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야쿠시지 가츠유키(薬師寺 克行) 도요대 교수는 “전화 조사 결과가 구조적으로 의심스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여론조사의 숫자를 민의(民意)라고 하는 오늘날의 풍조는 언론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언론사에도 비난의 불똥이 튀자, 각 신문사는 지면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6월 19일 기사에서 “우리는 다른 조사 회사에 위탁하고 있고, 우리 사원이 조사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 회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이니치신문은 6월 21일 기사에서 “전화 조사는 ARS로 이뤄지고 있어, 조사원이 데이터를 날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조사 현장에는 필히 우리 사원이 동행해 조사원과 응답자의 대화를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언론이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일본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돼왔기 때문에 불가피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고바야시 기치야(小林吉弥) 정치평론가는 “정치가들은 ‘여론조사 숫자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하나 실제로는 굉장히 신경 쓴다”며 여론조사가 정국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마스 가즈노리(稲増一憲) 간사이학원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언론의 여론조사를 뛰어넘을 만한 유권자 전체 의견을 반영하는 조사도 없다”며 여론조사의 신뢰 저하는 민주주의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논한다. 

 

이에 여론조사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마츠모토 마사오(松本正生) 사이타마대 교수는 여론조사를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로 성립되는 공공재”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조사기관에 대한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고 여론조사의 감별력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논한다. 또 마츠모토 교수는 여론조사의 품질 보증을 위해 기사에 조사기관명을 기재하는 건에 대해 “부정을 억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 조사기관명을 명시하지 않는 언론사도 향후 달라져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불상사로 실추된 여론조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각 언론사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무기가 되는 여론조사(武器としての世論調査)》의 저자인 미하루는 2017년부터 ‘미래 선거 프로젝트(みらい選挙プロジェクト)’라는 사이트를 운영해 여론조사나 선거 관련 분석을 공표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민지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0-09-01
  • 조회수 : 4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