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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버려야 할 관행, 지켜야 할 원칙 - 취재원과 거리두기
기획연재 | 등록일 : 2020-09-01

“뉴스는 누가 만드는가?” 언뜻 보기에 답이 자명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질문은 저널리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돌이키게 하는 난해한 물음이기도 하다. 

 

“뉴스는 신문인이 만드는 것이다”이라는 언론학자의 정의(Gieber, 1964: Schudson, 1989 재인용)처럼 뉴스 가치라는 전문적 판단에 따라 언론인이 뉴스를 만든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뉴스는 기자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원이 말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정의(Sigal, 1986)는 언론인의 뉴스 선택에 미치는 취재원의 강력한 힘을 강조한다. 

 

“○○에 따르면”이란 구절이 빠지지 않는 뉴스 양식은 기사 내용이 취재원이 제공하는 정보나 의견이며, 기자는 이를 전달할 뿐이라는 책임 소재의 논리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기자가 각기 다른 의견과 이해를 가진 취재원 가운데 누구를 취사선택하고, 얼마나 정확하고, 정직하게 또는 공정하게 이를 재현하는지가 저널리즘의 핵심 이슈가 된다. 다시 말해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같은 저널리즘 가치가 모두 취재원과 연관돼 있다. 

 

뉴스를 매개로 형성되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그야말로 숙명적이다. 기자는 취재원이 없으면 뉴스의 소재를 구할 수 없고,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해당 기사에 사실성을 뒷받침하고 권위를 부여한다. 취재원에게도 기자는 자신을 세상에 알리거나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각별히 관리하고 잘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양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적 관계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다른 이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갈등이 교차하는 역동적 관계를 맺는다. 언론 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자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한쪽 극단에 유착 관계가 있다면 다른 끝에는 적대 관계가 있는 연속선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된다.

 

사막 같은 취재 환경, 검찰 


최근 이동재 전 채널A 법조팀 기자가 금융 사기로 복역 중인 취재원에게 여권 인사에 대한 비위 사실을 내놓으라고 위협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취재원과 기자의 사이에 적절한 ‘사회적 거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은 기자 본인의 행위보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더 뜨거운 쟁점이 됐다. 여기에다 KBS는 검사장과 기자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근거로 두 사람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했다. 기사 내용과 달리 KBS는 보도 당시 녹취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법조팀이 취재원들로부터 확인한 사항이라는 것이 추후에 KBS가 밝힌 보도 경위다.1) 

 

여러 정치적 해석의 거품을 걷어내고, 기자와 취재원 관계에서만 본다면 두 사안은 검찰 취재 보도 관행의 뒤틀린 이면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 기관 같은 이른바 출입처라고 불리는 제도적 취재원에 크게 의존하는 취재 방식은 국내 언론의 독특한 관행의 하나다. 출입처 기자들은 대개 출입처에 마련된 기자실을 거점으로 삼아 취재 활동을 펼치고,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취재원 취재가 매우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출입처 기자(beat reporter)라는 개념이 있지만, 주로 취재 영역을 가리키는 의미일 뿐 우리처럼 상주하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는 거의 없다. 

 

수많은 출입처 가운데 검찰은 한국 사회에서 검찰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만큼이나 특별하다. 검찰은 언론사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비중 있는 출입처다. 뉴스 가치가 높은 대형 사건이나 권력의 스캔들, 정치인 및 재벌 소유주에 대한 수사 등 신문 1면을 차지할 사안들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언론사들이 회사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기사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 같은 출입처라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언론사는 사내에서 취재 능력이 출중하다고 인정받는 유능한 기자들을 법조팀에 배치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검찰이 다른 출입처와 차별화되는 진면목은 따로 있다. 바로 출입처에서 수시로 제공하는 보도자료 같은 공개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기자들이 취재하려고 하는 사안이 대부분 수사가 진행 중인 형사사건이고, 검찰이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 자칫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수사 정보 하나로도 대단한 특종이 될 수 있는 핫이슈인데도 공식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전혀 없는 사막 같은 취재 환경에서 기자가 의지할 수단은 바로 익명의 취재원이다. 

 

의존과 권력은 역함수 관계

 

자신이 필요할 때 연락하고 정보를 얻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 취재원이 많아야 유능한 검찰 기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자 입장에서 검찰 취재는 이른바 ‘빨대’라고 부르는 자신만의 은밀한 취재원을 확보하는 싸움이다.2) 기자들은 학연, 지연 등 연줄에 의존하거나 일과 외에도 식사, 술자리를 통해 취재원과 개인적 친분을 맺으려고 노력한다. 취재원과 신뢰 형성은 기사 경쟁에서 앞서려는 개인적 동기도 중요하지만, 검찰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시 기능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수사에 대한 외압이나 잘못된 검찰권 행사에 대한 내부 고발도 이런 채널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이론에 의하면 의존과 권력은 역함수 관계다. 수사 정보에 대한 칼자루를 검찰이 쥐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들 입장에 반하는 기사를 쓴다면 양자 관계가 악화되고 향후 취재가 어려워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검찰은 특종 기사를 갈망하는 기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특정 기자나 언론사에 수사 정보를 흘려주면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언론플레이를 한다. 다시 말하면 검찰 기사 생산방식이 기자와 취재원 사이 밀착을 부르고 검찰에 편향된 기사를 촉진하는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 취재원 입장에서 기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는 일은 많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주거나 모호하게 표현해야 한다. 기자들은 그렇게 들은 한두 마디에 살을 붙여 기사를 써야 하므로 오보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또한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을 확정된 범죄 사실처럼 기사화하는 관행으로 인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검찰 수사 단계에 과도하게 집중된 국내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을 재판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모든 이해관계 투명하게 공개해야

 

기자 사회에는 취재원을 대할 때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일깨워주는 명언이 있다. 바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다. 취재원에게 너무 멀어지면 제대로 취재하기 어렵고, 너무 가까워지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개인적 친분이 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충돌(conflicts of interest)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한 ‘저널리즘적 거리’, 즉 건강한 긴장 관계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해충돌은 기사의 공정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에 개인적 노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취지에서 2004년 편집국 구성원이 취재 보도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켜야 할 행동강령을 담은 ‘윤리적 언론(Ethical Journalism)’ 핸드북을 만들었다.3) 이 가이드라인은 먼저 취재원들을 공정하게 공개적으로 대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협조의 대가로 우호적인 보도를 약속해서도 안 된다고 지침을 제시한다. 또 취재원과의 개인적 관계는 실제적 또는 외견상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극도로 신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특히 출입처 기자(beat reporter)들은 취재원과의 개인적 친분이 편애(favoritism)로 발전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당부한다. 가이드라인은 기자들이 취재원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취재상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중요한 것은 정당한 업무와 개인적 친분의 차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취재원과 애정 관계(romantic involvement)는 더욱 편파성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사에게 알려야 하며, 필요한 경우 취재 임무에서 빠지거나 담당 분야를 바꾸도록 구체적으로 권고한다. 

 

언론 환경이 아무리 바뀐다고 하더라도 언론을 언론답게 하는 기본적 조건은 취재 대상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 독립적 관계도 중요하지만 뉴스룸의 독립성, 더 나아가 언론사의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 언론들이 정치적으로는 진영논리에 빠지거나 특정 정파에 우호적인 정파성을 보이고, 경제적으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정적 기사와 광고주에 편향적 기사를 양산하는 현실은 시민이 언론을 불신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자 개인보다는 언론사 차원에서 일체의 취재 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표방하고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예를 들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이해관계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또한 뉴욕타임스 사례처럼 취재원과의 이해충돌을 피하는 세부 지침을 담은 취재보도준칙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1)  정민경, , 미디어오늘, 2020.8.13,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721 
2)  박영회, <검찰의 한 마디, 그리고 검찰기사 작성법>, 관훈저널, 111, 86-93쪽, 2009.
3)  <Ethical Journalism: A hanbook of values and practices for the news and editorial departments>, The New York Time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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