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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권력에 질문해야 하는 이유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07-25

언론의 중요한 역할은 권력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언론의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우리 국민은 지난해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몸소 체험했다. 우리 언론의 관행을 짚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확인한다.편집자 주

 

뉴스를 접하며 때때로 조악한 내용에 실망하거나 감춰진 편향과 의도에 분노를 느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 자유의 가치를 지지하고 이를 훼손하려는 권력의 시도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공공재로서 언론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 때문이다.

 

언론은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민주주의 모델을 미국에서 발견하고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1840년)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도 그랬다. 자신은 언론에 대해 ‘확고한 애착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언론 자유가 가져다줄 수 있는 가늠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언론 자유가 일으키는 필요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가 언론 자유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유 가운데 미국 헌법학자 빈센트 블라시(Vincent Blasi)는 ‘감시 가치(checking value)’를 으뜸으로 내세운다. 공권력의 남용이 미치는 해악은 다른 어떤 사회악보다 크고 막중하기 때문에 상업적 언론이 주는 폐해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유는 헌법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1)


감시와 견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 위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며, 외부에서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은 현실적으로 언론에 의존한다. 언론을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규정하는 이유다. 미국의 언론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역할 슬로건도 “권력을 책임지게(holding the power accountable)” 만든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런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게 했다. 무모한 계엄 선포가 상징하듯 그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역량과 도덕성 등에서 기대 이하의 행태를 보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에서 최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은 리더를 가려내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그 책임은 권력 행사뿐 아니라 권력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론은 검찰 시절부터 윤 전 대통령을 ‘강골 검사’로 치켜세우며 논란이 많았던 그의 수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 미화하는 데 열중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를 이끌던 그가 상사와의 마찰로 좌천되자 언론은 수사 외압에 맞서다 핍박받은 순교자처럼 영웅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수사 절차를 무시하고 법을 어겨가며 독단적 수사를 하다 문책을 당한 것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다.2)


권력을 향한 침묵, 언론의 감시를 무디게 하는 것들

 

강력한 권력을 가진 기관일수록 더욱 날 선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현실의 언론 관행은 반대로 작동한다. 대표적인 기관으로 검찰과 청와대를 꼽을 수 있다. 대형 사건이 많아 특종 경쟁이 치열한 검찰 취재에서 언론은 수사 정보를 쥐고 있는 검찰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권력 감시보다 먼저다. 개인이나 회사 차원의 법적 문제가 걸려 있거나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검찰과 등지기란 쉽지 않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는 여전히 보도의 성역처럼 여겨지며,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발표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4개 정권에서 신문의 대통령 보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기사 대부분이 대통령의 발언이나 동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대통령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거나 시민을 대신해 대통령의 권한을 감시하려는 목적은 찾기 어려웠다.3)

 

문제는 정치 환경과 미디어 지형의 변화 등 언론을 둘러싼 제반 조건들이 언론의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권력 감시 활동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재정 사정이 취약한 가운데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립적 보도의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뉴스 소스만 정부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에는 정부광고가 급증하며 광고·협찬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도 공익광고가 고작이었던 정부광고는 지난해 1조 3,000억 원으로 급팽창했다. 정부광고 의존도의 증가는 그만큼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간 언론사는 재정 취약성에 발목이 잡힌다면, 정부가 임명권을 가진 공영방송을 비롯한 공적 소유 언론사들은 지배구조로 인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정성 심의 규정을 악용해 정권 비판적인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 한 시도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진영 간 첨예한 대결 구도만큼이나 심해지고 있는 언론의 정파성은 편향적 권력 비판과 옹호가 뒤섞이면서 정상적인 권력 비판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보도할 때 기자 개인에게 가해지는 정파적 지지자들의 공격과 괴롭힘은 심각한 권력 감시의 위축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새 정부와 언론, 감시와 협력 사이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언론과의 적극적 소통을 약속했다. 취임 한 달 만에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은 과거와는 다른 개방적 분위기에서 활발한 문답이 오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시혜가 아니라 의무다. 국정의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거수일투족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언론의 자유로운 감시가 가능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력은 선거 결과가 자신들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착각해 오만에 빠지기 쉽다. 역대 정권이 출범 초기 대부분 그러했고, 그런 대표적 징후는 언론의 역할을 폄하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벌인 일도 가짜뉴스 척결이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를 위해서도, 자신의 정당성과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언론은 성역 없는 권력 감시를 최우선 사명으로 삼고 열정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1) Blasi, V.(1997), <The checking value in First Amendment theory>, American Bar Foundation Research Journal, pp.521-649

2) 안혜리, <2013년의 윤석열, 변한 게 없다>, 중앙일보, 2025.1.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237

3) 김경모·김지현·김창숙·문영은·박선이·박재영·배정근·이나연·이완수·이재경·이재훈(2022), 《한국의 대통령 보도》,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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