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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독일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09-29

 


 

 

2020년 10월 3일은 독일 통일 30주년을 맞는 날이다.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동독은 여전히 동독이다. (동)베를린을 포함해 구동독 지역에 속한 6개 주는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동독’으로 타자화된다. 통일 직후 발전과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희망의 지역이었던 동독은 가난과 소외, 극우주의가 지배하는 지역이 됐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든 건 다름 아닌 미디어다. 

 

독일 미디어는 동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공영방송 중부독일방송(MDR)은 1990년에서 2017년까지 독일 미디어의 동독 관련 보도를 조사1)했다. 조사 결과는 2018년 6월 처음 발표됐지만, 통일 30주년을 맞아 재조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미디어가 다루는 동독 테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990년대에는 역사적 변혁과 동독의 시스템 변동 과정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동시에 이 보도들은 동독을 독일 전체에 묶거나 개별 지역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서독과는 분리된 동독으로서의 통합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부흥, 발전 → 가난, 소외 

 

초기 동독 보도에서는 경제(Wirtschaft)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됐다. 1990년대 초기 보도의 3분의 1이 동독 경제 상황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외에도 부흥(Aufschwung), 현대화(Modernisierung), 성장(Wachstum) 등 긍정적인 키워드가 자주 사용됐다. 이 개념은 대부분 동독 지역의 희망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독 지역을 가난(Armut)과 소외(ạb|hängen)라는 키워드와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서독 미디어의 시선이 그랬다. 동독은 초기 발전과 성장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에서 가난과 소외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변해갔다. 

 

사회적 변화 측면에서는 극우주의(Rechtsextremismus)와 연결해 보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그림 1]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구동독 지역이 ‘외국인 위험지역(No-go-Area)’으로 꼽히면서 사회적 논쟁이 일어났다. 우베-카르스텐 하이예(Uwe-Karsten Heye) 전 독일 정부 대변인이 “(구동독 지역인) 브란덴부르크주나 다른 중소도시에 유색인이 들어가지 말기를 권한다. 아마도 그곳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당시 논쟁에 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동독=극우파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됐다. 

 

 

[그림 1] 동독(Ostdeutschland)과 극우주의(Rechtsextremismus)를 함께 언급한 기사 <출처 - MDR/Hoferichter & Jacobs> (단위: %)

 

 

 

동독과 극우주의를 연결한 보도는 동·서독 미디어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서독 미디어에서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에서 2017년까지 발행된 동독 관련 기사 중 서독 미디어의 4%, 동독 미디어의 2.5%가 극우주의를 주제로 삼았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비율도 서독 미디어 3.1%, 동독 미디어는 1.9%로 차이가 있었다. 


동독 혐오적인 미디어의 시선 

 

구동독 지역 시민의 성향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외국인 혐오(fremdenfeindlich)와 그에 반하는 성향인 도덕적 용기(Zivilcourage)에 관한 보도 추 이를 보자.[그림 2] 통일 직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긍정적인 키워드인 도덕적 용기를 다룬 보도가 많았지만, 이는 2015년을 기준으로 역전된다. 외국인 혐오 성향의 보도가 많아진 데 대해 MDR은 “2015년부터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반난민, 반외국인을 외치는 극우 포퓰리즘 페기다(Pegida)2)가 시작된 시점이다. 가난, 소외, 극우, 외국인 혐오. 이 이미지는 바로 오늘날 독일이, 그리고 우리가 구동독 지역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다. 

 

 

[그림 2] 동독과 ‘외국인 혐오’ 혹은 ‘도덕적 용기’를 함께 보도한 기사 비율 <출처 - MDR/Hoferichter & jacobs> (단위: %) 

 

미디어의 편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24일 슈피겔은 작센주 주의회 선거를 전망한 기사를 표지 기사로 내며 “이게 바로, 오씨3)다(So isser, der Ossi)”라는 제목을 달았다.[그림 3] 함께 표현된 독일 국기 색 모자는 페기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남성이 쓰고 있던 모자였다. ‘so isser’는 ‘so ist er’의 작센주 사투리 표현이다. 미디어에서 구동독 지역을 희화화할 때 작센주 사투리가 자주 쓰인다. ‘작센주민=동독인=페기다=극우파’라는 동독 주민을 향한 모든 편견을 한곳에 모은 표지였다. 

 

 

[그림 3] 2019년 8월 24일 발행된 슈피겔 표지 

 

[그림 4] 동독 지역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주퍼일루(SUPERillu) 표지

 

독일 제1공영방송인 ARD의 채널 다스에어스테(Das Erste)도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 주의회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동독인들이 뽑았다(Der Osten hat gewählt)>라는 제목을 붙였다. 각 지역을 개별화하지 않고 동독으로 뭉뚱 그린 시선이다. 서독의 시선이다. 

 

동독 지역 출신 저널리스트 안토니 리트첼(Antonie Rietzschel)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동독 사람들은 항상 멍청한 민족주의자로 획일적으로 묘사된다. 이런 편견은 동·서독의 경계를 다시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만약 (서독 지역인) 헤센주와 바이에른주에서 동시에 선거가 열렸다면, 그 누구도 <서독인이 뽑았다>는 제목을 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국영 라디오 방송인 도이칠란트풍크(Deutschlandfunk)도 “(동)베를린, 브란덴부르크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작센주, 작센안할트주, 튀링겐주는 통일 독일이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연방주’다. 미디어 보도는 동독을 타자화하고, 심지어는 동독 혐오적이다. 동독은 한꺼번에 취급되고 하나의 대중으로 묘사된다. 다른 지역별로 복잡한 상황이 설명되지 않고 편견이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서독 자본이 장악한 미디어 환경이 배경 

 

동독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언론 보도의 배경에는 서독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전국지로 꼽히는 유력 미디어는 대부분 서독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앞서 소개한 주간지 슈피겔은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은 프랑크푸르트, 쥐드도이체차이퉁(SZ, Süddeutsche Zeitun)은 뮌헨에 본사가 있다. 동독이 서독 체제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통일된 것처럼, 서독 자본에 흡수된 동독 미디어 도 많다. 브란덴부르크주의 매르키셰알게마이네(Märkische Allgemeine),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오스트제차이퉁(Ostsee Zeitung), 작센주의 드레스데너노이스테나흐리히텐(Dresdner Neueste Nachrichten), 라이프치거폴크스차이퉁(Leipziger Volkszeitung), 작센안할트주의 나움부르거타게블라트(Naumburger Tageblatt)는 모두 동독 지역의 간판을 달고 있지만, 하노버에 본사를 둔 마드작미디어그룹(Madsack Mediengruppe)이 소유하고 있다.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인 메디움마가친(Medium Magazin)이 지난해 독일의 8개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동독 지역 출신 학생들은 7% 미만으로 조사됐다. RTL저널리즘스쿨(RTL Journalistenschule)의 경우 신입생 28명 중 동독 지역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디어의 소유 구조,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배경까지 동독의 대표성이 약하다는 의미다. 

 

동독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미디어도 물론 있다. 먼저 공영방송인 중부독일방송(MDR)이다. 동독 국영방송국에서 통일 후 공영방송국으로 재탄생한 MDR은 동독 시절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그대로 이어가기도 했으며, 동독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재평가하고, 동독인들의 성공적인 사례를 다루면서 동독인들의 자부심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동독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시사주간지 주퍼일루(SUPERillu)도 자주 언급되는 사례다. 통일 직후인 1990년 처음부터 구동독 지역을 타깃으로 창간된 주간지로 지역의 공감대를 이끌고 있지만, 서독 회사와 서독 출신 언론인들이 만든 미디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독을 가장 잘 대변하면서 가장 잘 ‘판매’되는 이 주간지는 서독 자본이 만든다. 철저하게 시장에 맞춘 자본주의 상품인 셈이다. 

 

동독에 대한 시선이 일방적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연방제 국가로 지역성이 강한 독일에서 동독 미디어는 대부분 동독에서만 접할 수 있다. 중부독일방송이 기획한 동독 관련 프로그램을 서독 사람들은 TV로 볼 수 없다. 지역 신문은 보통 그 지역에서만 소비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국지로 분류되는 유력지는 대부분 서독을 기반으로 한다. 서독 지역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서독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동독 이미지만 접할 수 밖에 없다. 

 

동독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 

 

이런 상황에서 타자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동독의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작센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자 10명은 2010년 미디어딘스트오스트(Der Mediendienst Ost)를 설립했다. 이들은 독립적인 저널리스트 그룹으로 독일 전역의 방송국이나 신문, 잡지사에 동독 관련 방송 및 기사를 제공한다. 동독의 시각에서 본 동독 보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독자조합형 온라인 미디어 크라우트레포터(Krautreporter)는 최근 작센판3)을 따로 마련했다. 극우파가 시위하거나 선거​가 있을 때만 동독이 조명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들은 “독일은 작센주를 바라본다. 작센주가 시끄러울 때, 극우파가 행진할 때, 극우당 독일을위한대안(AfD,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 당선될 때. 그것이 다일까?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보지 않는, 작센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크라우트레포터는 <미안한데, AfD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 않아>, <서독인이 동독인에게 배울 수 있는 것>, <동독에 대한 자부심> 등 동독 시각을 조명하는 다양한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동독을 이야기하는 곳이 꼭 언론사일 필요도 없다. 동독 지역에 뿌리를 둔 3세대 그룹은 기성 언론이 이야기하지 않는 동독의 시선을 전한다. ‘우리가 동독인이다’라는 프로젝트팀은 슈피겔이 표지에 사용한 독일 국기색 모자를 쓰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슈피겔을 비꼬았다. 트위터에서는 <이게 바로, 오씨다> 같은 제목으로 반극우 시위 사진이 올라오고 다양한 인터넷 밈(Meme)이 생성되기도 했다. 기성 언론이 30여 년간 만들어 온 동독의 이미지에 균열을 내는 건 바로 ‘오씨’ 자신들이다. 평화와 자유를 외치며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오씨’였듯이, 오랜 편견의 벽을 부수는 것도 그들이 해낼 것이다.

 

 

 

 

 

 

 

 

 

1) 독일 언론기사 데이터뱅크인 게니오스(www.genios.de)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등록된 기사 1억 7,000만 건 중 동독(Ostdeutschland), 동독인(ostdeutsch) 등의 키워드로 검색된 11만 건을 조사했다.  

2) 2014년 10월 결성된 독일 극우단체. 편집자 주 

3) 오씨(Ossi, 동독인)와 베씨(Wessi, 서독인)는 통일 이후 동서독 사람들이 서로를 비하하며 부르던 호칭이었다.

4) https://krautreporter.de/zusammenhang/3-mensch-sach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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