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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국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09-29

 

8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학기 시작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국 전역에서 새 학기 학교 개방 관련 논의가 뜨겁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연방 정부는 학교 개방을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학교 개방 여부가 각 주 및 지역 교육 당국의 결정에 맡겨진 상황에서 8월 초 조지아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의 학교가 대면 수업을 강행했고, 곧바로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학부모와 교사 단체들은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대면 수업에 대한 위험 요소가 확실한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이 가을 학기의 주된 수업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봄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으로 인해 급하게 디지털 전환을 해야 했던 미국 교육계는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다양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디지털 격차 (Digital Divide)’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주가 컴퓨터가 없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원해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러운 대량 주문을 제조사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Choi, 2020). 이번 글에서는 미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사회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격차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교육계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교육 격차 

 

다양한 연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학교 수업 중지와 디지털 수업으로의 전환이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Goldstein, 2020). 다국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양질의 온라인을 통한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K-121) 학생의 비율은 약 32%로 예상하며, 48%의 학생들은 낮은 수준의 원격 교육을, 20%의 학생들은 제대로 된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비율의 격차는 낮은 소득 수준의 가구에서, 그리고 흑인 및 히스패닉 인구에게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Dorn et al., 2020). 이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평균적인 미국 K-12 학생들은 디지털 원격 수업 환경 전환으로 인해 평소 교육 수준에서 7달 정도 뒤처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각각 10달, 9달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림 1] 이러한 격차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비대면 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수업 기준이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학생의 교육 참여에 유리한 온라인 실시간 교육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의무화한 학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부유한 학군의 학교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모여 있는 학군에 비해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제공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나아가 도서 산간 지역의 학군 중 약 27%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은 후 교육 진행과 관련한 어떤 지침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Goldstein, 2020). 

 

소외된 계층에 온라인 수업은 여전한 장벽 

 

인터넷과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 접근성의 불평등으로 인한 교육 격차는 중대한 사회적 이슈이며 미국 교육계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정보통신기기 접근성은 특히 저소득층 및 소수 집단에 큰 문제가 돼왔고, 이러한 격차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올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격리 이후 집에 컴퓨터가 없어 자녀가 학교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한 저소득층 학부모는 전체의 약 36%를 차지했다. 나아가 저소득층 학부모의 약 40%는 집에 인터넷이 안정적으로 설치돼 있지 않아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Vogels et al., 2020).[그림 2] 

 

 

[그림 2]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부모들이 느끼는 디지털 격차 <출처 - Pew Research Center> (단위: %)

 

 

같은 주 안에서도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와 같이 크기와 예산 규모가 큰 학군(school districts)의 경우 이 같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트북 컴퓨터 및 인터넷 핫스팟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팔로 베르데(Palo Verde) 지역과 같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교육구는 종이로 된 학습 패킷을 보내주는 데 그쳤다. 아메리칸인스티튜트포리서치(American Institutes for Research)의 설문에 의하면 팔로 베르데와 같이 빈곤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설문에 응한 교육구의 47%가 종이 학습 패킷과 같은 실물 안내문이 원격 수업 진행의 최우선 수단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경우 18%만이 이에 동의했다. 혹자는 소득 격차에 따라 여름 방학 중 사교육과 같은 보조 교육 수단 접근성으로 인해 생기는 교육 수준의 차이를 일컫는 ‘썸머 슬라이드(summer slide)’에 빗대어 코로나로 촉발된 교육의 디지털 원격 전환으로 인한 ‘코비드 슬라이드(Covid slide)’가 생길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Ceres, 2020). 

 

많은 주에서 디지털 격차로 인해 영향을 받을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핫스팟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자구책을 만들어 디바이스 물량을 수급하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캘리포니아교육청(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은 약 70만 명의 학생에게 컴퓨터 디바이스를, 약 40만 명의 학생들에게 와이파이 핫스팟 기기를 대여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핫스팟 기기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어 꼭 필요한 학생들이 학기 초반 음성 전화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Ceres, 2020). 휴스턴독립교육구(HISD, Houston Independent School District) 또한 봄 학기에 주문했던 3만 5,000개의 컴퓨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여름에 4만 개의 컴퓨터를 추가 주문했지만, 학기 시작 후 일주일 후까지 필요한 컴퓨터가 모두 도착하지 않아 차선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Choi, 2020). 

 

디지털 격차에 대한 포괄적 논의 이뤄져야 

 

디지털 격차는 학계와 정책 분야에서 이미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논의와 실무적 해결책이 제안되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높고 컴퓨터 접근성 또한 현저히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여전히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도서 산간 지역의 브로드밴드 보급 문제와 더불어 저소득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사회에 편향적으로 나타나는 디지털 디바이스 격차가 중요한 이슈다. 디지털 기기 및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 접근이 불가능해 학교 과제 수행 및 성적에 발생하는 격차를 나타내는 ‘과제 격차(homework gap)’라는 개념으로 디지털 격차가 교육의 맥락에서 논의된 바 있다. 최근 2018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앞 서 언급한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 인구에서 현저히 높은 비율의 학부모들이 여전히 자녀 교육에 있어 과제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Santillana et al., 2020).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적어도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 디지털 격차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고 그로 인한 영향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와 관련된 논의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그룹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격차와 관련된 기존 연구와 사례들은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 접근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일차원적 개념이 아니라 다층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격차는 크게 두 개의 단계로 나뉘어 논의된다. 먼저 기기와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 접근(physical access to digital technology and Internet)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디지털 격차로, 이를 ‘1단계 디지털 격차(first-level digital divide)’라 칭한다. 초창기 디지털 격차와 관련된 학술적, 정책적 논의는 이 측면에 국한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를 겪는 가운데 드러난 표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 접근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 종식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보다 장기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한 발 더 나아간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이른바 ‘2단계 디지털 격차(second-level digital divide)’라 불리는 두 번째 단계의 디지털 격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온라인 및 디지털 환경에서 적응하고,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의 격차를 의미한다(Hargittai, 2002). 코로나19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디지털 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술 접근과 더불어 온라인 자원 활용 능력에 대한 교육, 그리고 나아가 점차 보편화 될 온라인 원격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참여를 효과적으로 유도해내고 기존 대면 교육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K-12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에 속해 있는 학생 그룹을 통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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