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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유럽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독일에서도 셧다운이 실시됐다. 상점의 영업 중지와 사적 모임 제한, 마스크 및 생필품 사재기 대란, 정부의 긴급지원금 지급 등 불확실한 위기 상황과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바이러스학자가 미디어의 스타로 떠오르고, 독일 공영방송을 포함한
주요 언론은 정부의 ‘홍보 채널’처럼 기능했다.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사라지기는커녕 2차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독일어권 언론은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독일 언론학자 클라우스 마이어(Klaus Meier)1) 교수와 스위스 언론학자 빈첸츠 비스(Vinzenz Wyss)2) 교수는 지난 4월 9일 독일어권 코로나19 보도를 분석해 미디어 전문지 메디아(Meedia.de)에 공개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3월 당시 보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글로 이는 지난 7월 말 발행된 연구 논문3)을 통해서도 상당 부분 확인됐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의 분석은 독일어권의 보도를 분석한 것이지만 한국 저널리즘에도 비슷한 문제와 고민의 지점을 던져준다.
코로나19 저널리즘 현상 분석
△ 시스템 유지에 중요한 직종, 저널리스트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시민의 정보 수요가 급증했다. TV와 라디오에서는 코로나 특집 방송이 이어졌고, 언론사 사이트 접속자는 물론 디지털 구독자 수도 증가했다. 독일 주간신문 차이트(Zeit) 온라인 편집장 요헨 베그너(Jochen Wegner)는 크레스(kress.de)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4) 베스트도이체알게마이넨차이퉁(Westdeutschen Allgemeinen Zeitung)을 포함해 다양한 신문, 잡지를 출간하는 풍케미디어그룹(Funke Mediengruppe)도 지난해와 비교해 디지털 구독자 수가 세 배 증가했다.5)
뉴스와 정보 습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독일의 셧다운과 함께 더욱 명확해졌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생필품, 약국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상점 영업을 금지하고 모임 및 행사도 제한하는 셧다운을 실시했다. 어린이집과 학교도 문을 닫으면서 시스템 유지에 꼭 필요한(systemrelevanz)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녀만 긴급 돌봄 서비스를 받게 했다. 독일의 여러 주정부가 저널리스트를 사회 기반 유지를 위한 필수 직종에 포함시켰다.6) 저널리스트는 물론 신문을 판매하는 가판대와 신문 배달 직종도 포함됐다. 셧다운으로 외부 출입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와 정보를 받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언론 연구자들과 기자협회는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개방적인 사회에서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저널리즘이 시스템 유지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여기서 반문해야 하는 것은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재정적으로 어떻게 유지 가능케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언론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분야라고 평가받으면서도 다수 기자가 단축 근무에 들어가고 프리랜서 기자들은 생존 위기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분야 위기로 광고가 끊기면서 재정의 대다수, 혹은 전부를 광고에 의지하던 언론사들의 위기도 드러났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분야는 광고로 유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의무 윤리와 책임 윤리 간의 줄타기
코로나19 위기 속 언론 보도는 언론의 의무 윤리(Pflichtsethik)와 책임 윤리(Verantwortungsethik) 간의 줄타기 현상을 보였다고 두 교수는 분석했다. 취재원과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다양한 담론을 전하는 언론의 의무 윤리, 그리고 언론 보도의 결과를 고려해야 하는 책임 윤리다. 두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저널리즘의 의무는 명확하다. 절제되지 않은 표현과 사실을 점검하고, 배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결정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권력을 통제하고, 심층적으로 취재하며, 공개된 담론의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초 독일 언론은 이러한 의무보다는 책임 윤리에 더 치중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보 활동에 비판적인 거리를 두지 않고 그대로 보고했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이 없었고, 스스로 취재하지 않고 일부 유력한 학자와 정부 결정의 분석과 요구를 엄호했다”면서 “사설 등을 통해 기본적인 자유권을 박탈하는 것을 환영했고, 심지어 더 요구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독일에서는 정부의 기자회견 등 발표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보도하는 행태를 호프보도(Hofberichterstattung)7)라고 부른다. 당초 귀족 등 상위 계급의 정원(Hof)에서 행해지는 사적이고 비공개 행사를 몰래 취재해 보도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정치인이나 정당, 협회와 같은 이익단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무비판적 보도를 하는 의존적인 언론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위기에 정부가 기본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방역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언론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없이 정부의 대책이나 캠페인을 그대로 확산하는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초기 보도 행태는 매우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담론과 비판이 불안정성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설명했다.
△ 다양성과 디테일 제공하는 지역 언론
그러나 독일어권 언론도 3월 중순부터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 ‘불편한’ 질문을 던지면서 언론의 의무 윤리를 행하기 시작했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먼저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서 정부의 방역 대책이 실제로 얼마나 적절했는가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나왔다”면서 “특히 그간 무시됐던 지역 언론이 이러한 다양성을 제공했는데 현장의 보건 인력과 병원 수요,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기업인, 학교, 선생, 부모, 심리적으로 아픈 사람들, 장애인, 가정 내 문제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위스 언론도 점차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고, 양로원이나 난민센터, 공사장 등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정부의 셧다운 정책으로 시민들은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파악해 보도한 것은 바로 지역 언론이었다.
코로나 저널리즘이 더 고민해야 할 것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코로나19 보도 분석을 통해 독일어권 언론이 고쳐야 할 부분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데이터 저널리즘이 숫자를 다루는 법
코로나19 보도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언론은 코로나19 통계를 시시각각 보도했다. 국가별, 지역별 확진자의 수, 사망자 수, 증가 추세 등 수많은 데이터는 시각화하기 좋은 소스다. 독자들도 보기 좋게 정돈된 데이터 그래픽으로 세계적인 코로나 추세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 저널리즘은 이른바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며, 사안의 진실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데이터 저널리즘은 완전히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일률적인 경마식 보도로 보여준다”며 “숫자는 상황의 단면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확진자의 수’라는 것은 맞지 않다. 이는 그간 양성 판정을 받은 숫자를 나타내는데 이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일부 국가는 병원에 실려 오는 경우만 테스트한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는 비교적 광범위하게 검사를 하고, 다른 나라는 더욱더 광범위하게 검사를 한다. 일일 확진자나 시간대별로 확진자 증가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테스트 결과를 받을 때까지 이틀이 걸리는 국가도 많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열흘이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저널리스트들은 코로나 통계의 배경이나 약점을 명시하고, 기자들도 이러한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효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개별 사례보다는 구조에 집중하라
이는 대부분의 위기 보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언론은 심각한 개별 사례를 집중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사안의 맥락이나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일부 사례에 집중하는 것은 개별 사례를 일반화하고 공포와 패닉을 조장한다”면서 “독일의 경우 사재기 보도와 일부 병원의 과부하 사례가 집중보도됐다. 독일에는 975개 병원에 9,000개의 집중병상이 있었음에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재기의 경우도 타블로이드지를 중심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로 다뤄지면서 한동안 화장지와 쌀을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혼란과 공포가 일었다.
△ 행정부가 지배하는 상황, 다양한 담론의 필요성
독일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대부분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결정·집행되고 있다. 방역 대책은 대개 영업금지, 모임금지 등 개인의 권리와 집회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독일 언론은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보다는 정부 정책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특히 “일부 전문가와 행정부가 밀실에서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적으로 예외적인 일이 돼야 하며, 오랜 시간 지속돼서도 안 된다”면서 “행정부가 지배하고 의회의 논의가 사라졌을 때는 언론이 특히 더 깨어 있어야 한다. (중략) 지금 의회가 권력을 행정 명령으로 지배하고 있는 행정권에 거의 넘겨줬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때는 미디어에서 공개 담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법원이 정부의 강력한 방역 대책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독일 법원은 그간 방역 위반 벌금, 학교 방역 조치, 코로나19 반대 집회금지 등 행정권의 결정을 여러 차례 뒤집어왔다. 지난 10월 16일에도 베를린 행정법원은 23시부터 영업금지, 주류 판매를 금지한 베를린시 행정명령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기본권 사이 담론은 사법부를 통해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담론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무결점 미디어 스타?
독일의 코로나19 보도에서 가장 유명해진 인물은 크리스티안 드로스텐(Christian Drosten) 샤리테병원 바이러스학자다. 독일 정부의 방역 정책을 조언하고 매일 공영방송 팟캐스트에 출연해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알렸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버트코흐연구소(RKI, Robert Koch Institut)보다 훨씬 더 막강한 영향력을 보인 인물이다. 차이트지는 지난 3월 18일 드로스텐에 대해 보도하며 <우리의 새로운 총리인가>8)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마이어와 비스 교수는 이렇게 특정 학자가 무결점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데 우려를 표한다. 학술적 진보는 반론에 반론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며 전문가라고 해서 ‘절대 진리’를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무결점의 미디어 스타로서 일부 학자를 내세우는 것은 잘못됐다. 학자의 원칙은 의심하는 것이며, 그들은 민주주의 체제의 대표가 아니”라면서 “언론이 할 일은 한 학자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취재하고, 거리를 두고, 한 분야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을 다루고 질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 아이히슈태트-잉골슈타트가톨릭대(Katholische Universität Eichstätt-Ingolstadt) 저널리즘학과
2) 취리히응용과학대(Zücher Hochschule für Angewandte Wissenschaften) 저널리즘학과
3) 취리히대의 여론과사회연구센터(ForschungszentrumÖffentlichkeit und Gesellschaft)가 지난 7월 29일 발표한 <스위스 미디어의 코로나 언론 보도 분석( Analyse zur Corona-Berichterstattung in den Schweizer Medien)>. 본고에서는 독일 언론 분석을 포함한 마이 어와 비스 교수의 발표문을 기반으로 소개한다.
4) Anna von Garmissen, Neuer Digitalabo-Rekord: Warum Zeit Online-Chefredakteur Jochen Wegner seinen Dirigenten
mehr vertraut als einer K
7) https://de.wikipedia.org/wiki/Hofberichterstattung#cite_note-1
8) Mariam Lau, Ist das unser neuer Kanzl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