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현장] 언택트 시대의 예능·드라마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0-11-06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방방콘> <출처 - <방방콘> 방송 화면 갈무리>

 

 

감염병의 시대, 직격탄을 맞은 예능가 

 

텔레비전의 시대에 탄생한 방송은 ‘텔레비전'(Television)이라는 그 지칭에 담긴 대로의 방향을 지향하며 진화해왔다. 즉 ‘원격현전’(멀리 있는 것을 당겨 가까이서 본다는 뜻)의 의미 그대로 카메라는 점점 멀리, 일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맞닥뜨리면서 거대한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멀리, 좀 더 다른 일상 가까이 들어가려던 카메라의 욕망과 이를 실현해준 점점 소형화된 고성능 카메라들의 등장은 방송이 전 세계 곳곳을 찾아가고, 그곳에 사는 이들을 바로 눈앞으로 끌어오는 영상들의 시대를 이끌 것이라 예고했지만, 코로나19는 이 흐름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가 좁다 여겨질 만큼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들어가는 여행 프로그램들은 해외 로케이션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국내라도 안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KBS <1박 2일>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부터는 더 이상 자유롭게 지방을 다닐 수 없게 됐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들끼리 하는 복불복 게임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게 됐다. tvN <짠내투어>나 KBS <배틀트립>은 더 이상 방송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관객과의 대면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는 음악 프로그램들도 전면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은 무려 시청률 35%(닐슨코리아)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지만 마침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결승전을 치러야 했다. 해외로 나가 버스킹을 하는 콘셉트를 가진 JTBC <비긴어게인>이나 트로트 버전의 해외 버스킹을 추구하던 SBS <트롯신이 떴다>도 더 이상 해외로 나가는 걸 포기해야 했다. 공연 방식으로 치러지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도 난항을 겪게 됐다. KBS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빅리그>는 모두 관객을 더 이상 동원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대신 개그맨들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물론 이전부터 시청률 난항과 화제성 부족으로 힘겨움을 겪던 <개그콘서트>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결국 프로그램 폐지를 맞이하게 됐다. 

 

대민 접촉이 점점 많아져 생겨난 예능 프로그램들도 그 방식을 지속할 수는 없게 됐다. JTBC <한끼줍쇼>는 2월부터 방송이 중단됐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일반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낸다는 그 콘셉트를 대폭 수정해 특정 카테고리의 인물군을 특집으로 묶어 특정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실제 골목상권을 바꿔주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대민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했고, 지역 특산물을 휴게소 같은 곳에서 개발한 음식으로 소개해 판로를 열어줬던 <맛남의 광장>은 더 이상 ‘광장’에서의 만남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사랑의 콜센타>는 ‘전화 연결’이라는 복고적인 방식의 미니 콘서트를 시도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처 -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화면 갈무리>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됐지만,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거세지면서 2.5단계에 들어갔을 때 방송사들은 드라마 제작의 잠정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주일간의 잠정 중단이었지만 KBS는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 <오! 삼광빌라!> 다섯 편의 제작을 중단시켰다. CJ ENM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도 <비밀의 숲 2>, <악의 꽃>,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의 제작을 잠정 중단해 편성이 조정되는 사태를 겪었다. 

 

촬영장 풍경도 달라졌다. 연기자들처럼 전면에 드러나는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제작진들은 모두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됐고, 촬영 이외의 불필요한 모임도 최소화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 현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와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JTBC <런 온>의 스태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제작진과 출연진이 검사를 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JTBC <런 온>의 스태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제작진과 출연진이 검사를 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 - JTBC <런 온> 화면 갈무리>

 

 

그나마 드라마가 예능보다 코로나 사태에 덜 영향을 받은 건 사전 제작과 주52시간 근무제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조금씩 적용되고 있어서였다. 실제로 SBS <하이에나>는 2월부터 4월까지 방영했는데 3월 둘째 주에 모든 촬영을 완료했고, <아무도 모른다> 역시 작년 9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4월 마지막 회까지 별 탈 없이 방영될 수 있었다. 

 

최근 오리지널 드라마로 우리네 드라마에 제작 투자하는 넷플릭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도 중간에 제작이 잠정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성 시간대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OTT의 특성상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해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액션신과 베드신 같은 배우들 간의 접촉이 많은 장면이 대폭 줄고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 드라마에서 이런 보도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겨울철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일으키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코로나는 드라마에도 예외 없는 영향을 불러일으켰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송의 대안들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된다 했던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안이 오히려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등장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길거리에서의 우연적인 만남을 통한 일반인 인터뷰의 콘셉트에서 ‘직업의 세계’ 같은 특집으로 특정 인물군을 섭외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아냈다. ‘직업의 세계’가 특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끈 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봤던 형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군의 실제 인물들을 섭외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와 다름없는 보통 사람들이지만 특정 직업군으로 카테고리화하자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로 소개됐다.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톱 7을 활용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코로나로 인해 직접 지역을 찾아가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전화 연결’이라는 복고적인 방식의 미니 콘서트를 시도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트롯신이 떴다>는 애초 해외에서 시도하는 트로트 버스킹에서 방향을 틀어 ‘랜선 버스킹’이라는 새로운 비대면 공연으로 변화했다. <트롯 신이 떴다>는 이렇게 마련된 특설 스튜디오를 통해 시즌 2 ‘라스트 찬스’라는 트로트 오디션을 시도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미 트로트 오디션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소외되고 있던 기성 트로트 가수들을 오디션 형식으로 특설 스튜디오에 세운 것이 주효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된 프로그램들도 국내를 선택하면서 새로운 성과를 만들었다.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해외 대신 국내를 선택하고 코로나 시국에 더더욱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버스킹을 해주는 것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요한 건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대안적으로 선택한 버스킹이 음악 공연의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드라이브 인 버스킹’(자동차 안에서 버스킹을 감상하는 방식)이나 베란다 콘서트 같은 시도들이 이어졌고, 이로써 공연 무대로 공장, 스키장, 공항, 유람선 같은 공간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여행 프로그램은 되도록 대면을 최소화하는 ‘프라이빗’ 콘셉트를 통해 여행에 대한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줬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 5>는 무인도인 죽굴도로 들어가 고립된 상태에서 섬 전체를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무인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명소로 떠올랐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나 SBS <정글의 법칙 in 와일드코리아> 같은 프로그램들은 무인도라는 자체 비대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코로나 시국에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 일)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야외로 나가고픈 욕망을 건드렸다. 또 tvN <바퀴 달린 집>은 집안에서의 안전함을 추구하면서도 자연으로 들어가고픈 욕망을 ‘바퀴 달린 집’으로 해결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모든 비대면으로의 전향이 성공적인 건 아니었다. tvN <배달해서 먹힐까?>는 본래 해외로 나가 우리네 음식을 선보이는 <현지에서 먹힐까?>의 대안적인 시도였지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또 tvN <여름방학> 역시 동해안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비대면 개인의 여행을 시도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코로나 시국이 불러온 비대면 콘셉트의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신서유기 8>은 인적 없는 지리산으로 들어가 흥부전의 캐릭터들을 재해석해 게임을 통한 큰 웃음을 선사함으로써 이 시대에 어쩌면 더더욱 목마른 웃음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제 방송의 기본이 돼가는 비대면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방송 프로그램들도 이런 변화된 일상을 염두에 둔 소재들을 꺼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집을 소재로 하는 이른바 ‘집 꾸미기 방송’이 방송의 중요한 경향이 되는 건 단적인 사례다. MBC <구해줘! 홈즈>는 최근 급증한 부동산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전원주택 같은 대중이 가진 집에 대한 로망을 건드리는 것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SBS가 파일럿으로 시도한 <나의 판타집>이나 EBS <건축탐구-집> 같은 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고, 나아가 부동산 재테크를 소재로 하는 파일럿이 등장하기도 했다. 

 

tvN <신박한 정리> 역시 집에서의 생활이 많아지면서 이를 반영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집 정리’를 콘셉트로 하는 <신박한 정리>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됐던 곤도 마리에(近藤麻理惠)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같은 프로그램을 연상시키지만, 우리네 연예인들의 집을 대상으로 함으로서 좀 더 우리 식의 정서에 맞춘 것이 주효했다. 또한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낙으로서 ‘요리’ 역시 방송의 소재로 떠올랐다. 물론 먹방과 쿡방은 이전부터 유행했던 방송 트렌드였지만 코로나 시국은 너무 많아져 식상해지기 시작했던 이들 트렌드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MBC <백파더>는 백종원이 전국 나아가 전 세계의 요리 못하는 이들에게 요리를 실시간으로 가르쳐준다는 콘셉트로 만들어 화제가 됐다. 

 

즉 이처럼 코로나 시국은 그것이 야기하는 대중들의 욕망과 관심사를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방송 프로그램들의 소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소재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이를 담는 방송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제작 방식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백파더>가 화상으로 전 세계의 시청자들과 연결돼 비대면 방식으로 요리를 가르쳐주는 건 단적인 사례다. 관객의 자리는 점점 최소화되거나 이 같은 화상을 통한 연결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트롯신이 떴다>가 만들어낸 비대면 특설 스튜디오는 그래서 2부작 파일럿으로 방영된 보컬베팅쇼 <올인>에서도 일반 심사위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이 방식은 향후 관객이 필요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더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은 과연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까 아니면 비대면을 계속 유지하게 될까. 물론 방송은 그 속성상 대면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없다. 게다가 공연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비대면이 갖는 한계도 명확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코로나 시국에 대안으로 치른 <방방콘> 같은 비대면 콘서트가 전 세계의 아미들을 디지털로 동 시간대 묶어내는 힘을 보여준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에도 이 시국이 일깨워진 비대면의 장점들은 대면과 더불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디지털 사회로 들어서면서 어쩌면 비대면의 시대도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앞에 놓일 선택지는 이제 대면과 비대면 어느 한쪽이 아니다. 이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엮어내고 활용하는 새로운 방송의 시대를 우리는 앞두고 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정덕현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0-11-06
  • 조회수 : 14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