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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한국 드라마에 손 뻗은 중국 자본] <조선구마사>가 2화만에 끝난 이유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06-04

지난 3월 22일 방영을 시작한 SBS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는 2회만의 프로그램 종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단순히 역사, 문화 왜곡의 논란이 만든 파장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이 사태에는 어떤 글로벌 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걸까. 논란의 양상과 진의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조금은 특이했던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의 양상

 

사극의 역사 왜곡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역사와 극(허구)이 더해져 불리는 ‘사극’이라는 지칭에 이미 이런 논란의 소지가 담겨있다. 역사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드라마라는 창작물에서의 상상력 빈곤을 드러낼 수 있고, 그렇다고 극에 집중하면 자칫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왜곡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극이 더해진 사극은 어느 쪽에 방점을 찍고 ‘사극’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시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기 위해, 정통 사극, 퓨전 사극 나아가 판타지 사극(혹은 장르 사극) 등 그 사극의 특징을 말해주는 지칭이 붙는 게 일반적이었다. 정통 사극은 역사에, 퓨전 사극은 상상력에 방점이 찍히는 사극이다. 판타지 사극이나 장르 사극은 퓨전 사극에서도 하나 더 나아간 상상력이 들어간 사극을 지칭한다. 그래서 이런 지칭들이 사전에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양해를 구하게 된 최근에는 다소 도발적인 상상력이 더해진 사극도 허용되는 추세였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통해 보면, 판타지 사극이라는 포장을 내세운 <조선구마사>가 방송 첫 주 만에 2회를 방영하고 폐지 결정된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제목부터가 정사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라는 걸 시청자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방영 전부터 어떤 불안감과 불편함을 SNS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건 이 작품이 애초 기획 의도에 드러낸 세계관이 주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조선에 생시(악령이 씌워진 좀비 형태)가 창궐해 국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되고,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의 도움을 받아 태종과 양녕대군, 충녕대군이 이들과 싸우는 것이 이 작품의 세계관이다. 어째서 판타지 사극에 실존 인물 그것도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양녕대군(세종) 같은 인물을 굳이 작품 속에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결국 이 특정 역사적 인물과 그 인물이 담아내는 특정 역사 속 시기는 방송 전부터 구설을 만들었다. 실존 인물이 들어 있는 데다, 이 위기 상황에서 조선을 구하는 게 자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티칸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설정이 오해의 불씨를 키웠다. 물론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일 뿐이지만, 조선의 존폐가 외부의 힘에 의해 결정됐다는 설정은 대중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제작진도 그런 우려의 목소리를 알고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고 밝혔지만, 첫 방송은 결국 우려했던 사태를 촉발했다.

 

 

중국이 먼저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켰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끊겠다는 식의 접근 방식은 결코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잘못된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동시에 문화 교류의 물꼬는 이어가야 한다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연합뉴스

 

 

환시를 보며 양민을 학살하는 태종은 ‘폭군’처럼 그려졌고, 구마사제를 맞이하러 변방에 간 충녕대군은 사제와 통역사에게 하대 받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드라마 속에 담겨진 대사들도 시청자들의 논란을 일으켰다. 충녕대군의 “6대조인 목조께서도 기생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를 하셨던 분인데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는 대사는 선조들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뉘앙스로 읽혔다.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가 이미 tvN 판타지 사극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도 지라시네”라는 대사로 큰 논란을 겪었던지라, 시청자들은 작가의 ‘불순한 의도’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게 됐다. 심지어 ‘박계옥 작가 조선족설’까지 나오게 된 건 대중들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회에서도 또 대사 논란이 터졌다. 이번에는 최영장군 비하 논란이었다.

 

“충신? 하이고…충신이 다 얼어 죽어 자빠졌다니? 그 고려 개갈라 새끼들이 부처님 읊어대면서 우리한테 소, 돼지 잡게 해놓고서리… 개, 백정 새끼라고 했지비아니?”

 

한 놀이패가 감정 섞인 말로 던진 대사가 비하로 비화된 것이었다.

 

정통 사극도 아닌 판타지 사극을 기치로 내걸었던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은, 역사보다는 상상력 쪽에 힘을 주는 사극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 속에서 다소 이례적인 공분의 양상을 띠었다. 논란의 구설은 있을 수 있었지만, 그 파장의 강도가 지나칠 정도로 컸다. 여기에는 <조선구마사> 첫 회에 역사 왜곡 논란과 더불어 등장했던 문화 왜곡 논란(그것도 중국과 연관된)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중국 문화공정에 억눌린 감정들의 폭발

 

첫 회에 구마사제를 만나기 위해 변방으로 간 충녕대군이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데려간 기생집 장면은 문화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품으로 등장한 음식이 문제였다. 월병, 중국식 왕만두, 피단(삭혀먹는 중국식 오리알)이나 마시는 술처럼 음식들은 물론이고 술동이도 중국풍 일색이었다. 그 장면 하나만 따서 보면 중국 드라마라고 해도 모를 정도였다. 엄연히 조선 땅에서 대접을 위해 나온 음식들인데 중국 음식들로 채워져 있느냐는 비판은 정당하게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이곳이 변방이라는 점에서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즉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준비한 소품들이었다는 것. 그 해명대로라면 그곳이 변방이라는 걸 그 소품들을 통해 묘사적으로 설명하려는 의미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대해 시청자들은 즉각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는 아직 만주가 중국 문명이 아닌 만주 문명 시기라, 작품 속 공간인 의주는 중국이 아닌 만주와 경계를 한 곳이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결국 해명은 변명처럼 보이게 됐고, 이후 네티즌들이 드라마 속에서 갖가지 중국풍 소품들을 찾아내게 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양상으로 번졌다. 무녀가 입고 나온 의상도, 양녕대군이 들고 있던 칼도 또 심지어는 OST에 들어간 악기조차 중국 악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풍 소품들에 대중들의 반감이 쏟아지게 된 건, 최근 ‘김치전쟁’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문화공정이 야기한 억눌린 감정이 이를 계기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중화문명을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미명 하에, 김치도, 한복도, 모두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가짜뉴스들에 우리네 대중들은 불편한 심경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이 불편한 중국의 문화공정을 염두에 두고 보면 <조선구마사>에 등장하는 중국풍 소품들은 저들의 논리에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됐다.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등장하는 중국 음식과 의복은 마치 그때 이미 우리의 문화가 중국 문화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는 빌미가 될 수 있었다.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마당에 버젓이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 적지 않은 중국풍 소품이 발견된다는 건 단지 고증 부족의 차원을 넘는 일이 돼버렸다.

 

게다가 불안했던 예감은 현실이 됐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 <조선구마사>의 중국풍 소품들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쏟아진 것이었다.

 

“한국은 민족 뿌리가 없는 국가인가, 왜 다른 나라 문화를 훔치나.”

 

“한국 고전 드라마 의상은 모두 중국 것을 베낀 것이다. (드라마) 안의 음식 모두가 중국 것이다.”

 

“한국 역사 자체가 중국의 역사 아닌가.”

 

<조선구마사> 사태는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문제는 이런 논란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하나의 비판적 사례에 머문 게 아니라, 그간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소비 권력’을 가진 이들이었고, <조선구마사>에 들어가는 광고주들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자칫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자 광고주들은 광고 중단을 결정하게 됐고, 바로 이 부분은 2회만의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투자금 회수는 고사하고 방송사나 광고주의 이미지까지 깎아 먹는 상황에 방송 강행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론이 기름 부은 반중 정서

 

사실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맞게 된 데는 이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도 일조한 면이 있다. 여기에는 온라인 사회가 되면서 포털과 언론 간의 달라진 관계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포털에 기사들이 어떻게 배치돼야 보다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가 하는 문제는 이미 종이매체를 포함한 모든 언론의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어떤 중대한 사안들이 터졌을 때 그 실체적 진실을 담으려는 기사들보다,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대중들의 공분을 자극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조선구마사> 사태를 다루는 기사들 역시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중국의 문화공정은 우리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이것을 뭉뚱그려 ‘반중 정서’를 키워드로 내세우는 기사들은 자극적이어서 더 노출됐고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반중 정서는 이제 ‘중국’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거부감을 갖게 되는 상황을 야기했다. 물론 중국이 먼저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을 통해 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끊겠다는 식의 접근 방식은 결코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잘못된 역사공정과 문화공정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동시에 문화 교류의 물꼬는 이어가야 한다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OTT 등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열리면서 국가를 넘어서는 투자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반중 정서에 기반해 모든 걸 끊겠다는 접근 방식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선구마사> 사태는 그저 반중 정서에 기반한 사건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된 새로운 숙제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전 세계의 글로벌 콘텐츠를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의 로컬 전략은 우리에게는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고 있고, 그들에게는 양질의 가성비 높은 콘텐츠로 구독자 수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효한 면이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는 그래서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까지 넷플릭스 의존도가 점점 높아가는 현실 속에서 향후 우리가 저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다각적인 투자처를 발굴하는 게 관건이 된다. 사실상 넷플릭스나 향후 국내에 진출할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공룡 플랫폼들을 이겨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유사한 문화권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하는 글로벌 플랫폼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콘텐츠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중국, 일본의 자본들이 오가고, 협업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에는 만만찮은 복병이 존재한다는 걸 <조선구마사> 사태가 끄집어냈다. 인접국이어서 겪게 된 역사적 분쟁과 이제는 문화까지도 원조를 놓고 싸우는 갈등이 그것이다. 이 숙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은 많은 협업의 기회들을 놓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조선구마사> 사태는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시대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극에 이제는 역사는 물론이고 문화 고증에 있어서도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콘텐츠 소비자들이 막강한 소비 권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기도 또 폐지할 수도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올바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협업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로컬 문화의 고유성은 막강한 경쟁력이 되지만, 그것이 야기하는 인접국들과의 갈등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돼야 하는 지점에 우리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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