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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트렌드]전문가 전성시대의 명과 암
미디어&AI트렌드 | 등록일 : 2025-07-25

백종원은 한때 골목식당의 멘토이자 해당 지역 상권의 구원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최근 벌어진 백종원 사태를 통해 미디어가 전문가를 다루고 소비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백종원 이전에도 방송은 전문가들을 필요로 했다. 무수한 건강 정보 프로그램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의들을 필요로 했고, 교양 프로그램들이 지식 전문가들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의 출연은 방송의 신뢰성을 높이고 제공하는 정보를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보조적인 위치에 놓여있던 전문가가 방송 그 자체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인기를 얻고 tvN <집밥 백선생>에서 요리연구가로 등장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수하더니,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전국의 골목 상권을 살릴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가 하는 프로그램에는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이 붙었다. 그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백종원만이 이끌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였다.

 

 

공개 사과에 나선 백종원 대표. 최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뉴스1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요리연구가이자 애호가, 나아가 더본코리아라는 프랜차이즈를 일궈낸 사업가라는 그의 음식과 관련된 전문성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유의 구수한 말투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방송 능력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성과 방송 능력만큼 힘을 발휘한 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람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의제’를 던졌던 점이다.

 

<집밥 백선생>은 ‘집밥’ 하면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던 구시대 발상을 걷어내고 집밥은 그저 집에서 해 먹는 밥이며, 따라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제를 던졌다. 양성평등한 요리의 세계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가사 노동을 남녀노소 누구나 (그것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백종원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보다 야심찬 의제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불황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전국의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미 방송과 백종원이 만나 지역 상권을 들썩이게 했던 <백종원의 3대 천왕> 같은 ‘먹방 프로그램’의 경험치를 얹어 이제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구원자로 떠올랐다. 방송이 방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바꾸는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신드롬급 화제와 함께 실제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 후에도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판로가 끊긴 지역 특산물을 대거 유통·판매하는 역할을 자임하고(<맛남의 광장>),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예산 시장을 살리고 이를 통해 지역을 살려내는 보다 큰 규모의 사업들(<백종원 시장이 되다>)을 시도했다. ‘지역 살리기’처럼 대중을 응원하게 만드는 사회적 의제들을 방송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과정은 그를 국민 멘토로까지 불리게 만들었다.

 

평가하던 입장에서 평가받는 처지로

 

하지만 신드롬처럼 부풀었던 ‘백종원 현상’은 그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상장 시기를 전후해 급속도로 거품이 빠졌다. 작년 8월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이 과장 홍보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더본코리아를 신고한 이래, ‘빽햄’ 돼지고기 함량 미달 논란, 식품 제조시설 농지법 위반 의혹, 감귤맥주 함량 미달 논란, 식품 원산지 표시 허위 논란, 심지어 임원의 술자리 면접 논란에 이어 방송에서의 갑질 논란까지 터졌다. 백종원 현상을 타고 상장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는 추락했고 이 와중에 방송 출연조차 질타를 받게 되면서 백종원은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각종 논란이 터지며 백종원과 방송의 상관관계가 상생이 아닌 유용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등장했다. 실제로는 백종원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방송을 영리하게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백종원에 대해 이처럼 180도 달라진 미디어의 태세 전환은 그에 대한 여론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절대로 요식업은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질타하고 비판하던 백종원은 이제 고스란히 그 비판과 평가를 받는 위치에 서게 됐다. 기본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했던 장본인이 갖가지 논란에 휩싸이자 대중은 배신감을 느꼈다. 특히 한때 서울 홍제동 포방터 시장에서 생겨났던 신드롬이 연돈볼카츠라는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은 방송의 사유화를 의심하게 했다.

 

물론 백종원이 골목 식당들을 평가하던 입장에서 평가받는 처지가 된 건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상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애초 백종원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방송을 통해 전면적으로 내세워 성장한 더본코리아지만, 상장 후에는 백종원 개인이 아닌 회사의 핵심 역량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결국 기본과 정도를 벗어난 회사 운영에서 비롯된 파열음이 터져 나왔고 그것은 회사의 얼굴이자 사실상 핵심 역량인 백종원으로 귀결됐다. 너도나도 모시기 바빴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서둘러 손절하는 상황이 발생한 이유다.

 

 

광고판에 걸린 백종원 대표와 할인 홍보물. 가격 인하를 내세운 마케팅이 소비자의 발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미디어의 전문가 활용, 이대로 괜찮을까?


이 사태는 방송 미디어의 전문가 활용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백종원을 비롯해 오은영 박사, 강형욱 훈련사가 ‘국민 멘토’로 떠올랐던 건, 리얼리티쇼와 접목된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본격 등장하며 이에 걸맞는 새로운 스타 전문가를 필요로 하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그저 조언자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멘토로 떠올랐다. 백종원이 불황에 허덕이는 상권을 바꾸는 구세주였다면, 오은영 박사는 육아 문제와 가정 문제를 해결하는 ‘힐러’였고, 강형욱은 급증한 반려견 가족들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개통령’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신드롬급 인기와 더불어 생겨난 갖가지 논란과 구설수는 이들 방송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특히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방송 출연은 방송을 자기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불씨가 됐다.

 

 

급증한 반려견 가족들이 겪는 문제의 해결사였던 강형욱 훈련사는 ‘갑질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뉴스1

 

 

또한 방송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오은영 박사의 경우, 정신 상담이라는 지극히 사적이고 따라서 각 사안에 따라 처방도 다를 수 있는 사안을 일반화해 보여주는 게 온당한가 같은 질문이다. 여기에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방송이 갈수록 자극적인 사례를 부각하고 또 그렇게 편집한 내용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멘토링은 점점 뒷전으로 물러나는 문제도 제기됐다. 결국 이런저런 논란이 터지며 이른바 ‘전문가 방송인 전성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게 됐다.

 

미디어가 인기 있는 전문가를 찾아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것이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전문가 활용은 과거 ‘쇼닥터’의 문제를 통해 드러났듯 방송 사유화의 위험성을 동반한다. 특히 최근 미디어가 활용하는 전문가들의 위상은 조언자의 역할을 넘어 국민 멘토라 불릴 정도로 커지고 있다. 즉,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방송이 사회 현실을 변화시킬 정도로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유화의 문제는 과거 쇼닥터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전문가는 꼭 필요하다. 올바르고 풍부한 정보를 전해줌으로써 방송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쉬운 선택’은 방송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방송 외적인 사태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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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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