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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12-07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鬼滅の刃: (無限列車編)> 포스터 <출처 - 귀멸의 칼날 홈페이지>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鬼滅の刃: (無限列車編)>(이하 <귀멸의 칼날>)이 개봉 10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엔(약 1,065억 원)대를 돌파했다. 일본 영화 사상 최단기 기록이다. 이 작품은 작년에 애니메이션화 됐고, 올해는 영화화하는 등 미디어믹스(Media Mix) 전개를 거듭할 때마다 대박 행진을 이뤘다. 국민 애니메이션이 된 이 작품의 인기를 등에 업고자 하는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상품도 최대 규모로 속출하며 연일 화제다. 이번 호는 지금 일본 전역을 휩쓸고 있는 <귀멸의 칼날> 열풍을 소개한다.

 

극장가 되살린 <귀멸의 칼날> 대박 흥행

 

10월 16일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은 개봉 10일 만에 107억 엔(약 1,139억 5,500만 원), 개봉 한 달 만에는 233억 엔(약 2,481억 4,500만 원)의 흥행 수입을 달성하며 역대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관객 수는 1,750만 명을 넘는다. 2001년에 개봉해 흥행 수입 308억 엔(약 3,280억 2,000만 원)을 세우며 1위의 자리를 차지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조차 200억 엔(약 2,130억 원)대를 달성하는 데 두 달이 걸린 것과 비교해 볼 때, <귀멸의 칼날>의 기록 경신 속도는 놀랄 만한 수준이다.

 

<귀멸의 칼날>은 고토게 고요하루(吾峠呼世晴) 작가가 2016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간 만화잡지 《소년점프(少年ジャンプ)》에 연재한 만화가 원작이다. 줄거리는 다이쇼(大正)시대(1912~1926년) 일본을 무대로, 사람을 잡아먹는 도깨비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소년 탄지로가 도깨비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기획·제작한 애니플렉스의 다카하시 유마(高橋祐馬) 프로듀서는 <귀멸의 칼날>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소년점프》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 또한 주인공이 성장하며 동료들과 적을 무찌른다는 정석을 밟으면서도, 적인 도깨비에게도 슬픈 과거가 있다거나, ‘혈귀술’이라 불리는 도깨비의 능력과 그런 도깨비를 쓰러뜨리는 독특한 호흡법이 있는 등,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작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속편이다. 원작 만화가 누적 판매 1억 부를 돌파해 영화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런 만큼 영화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흥행 성적에 모두가 놀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누적 발행 부수 4억 부를 달성한 《소년점프》 출신 <원피스>의 영화화 작품 가운데 최고 흥행 수입은 2012년 개봉한 <원피스 필름 Z(ONE PIECE FILM Z)>의 68억 7,000만 엔(약 731억 6,550만 원)이었다. <명탐정 코난(名探偵コナン)>도 작년에 개봉한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名探偵コナン 紺青の拳)>이 영화화한 작품 중에 최고 흥행 성적을 경신해 93억 7,000만 엔(약 990억 4,507만 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작품들이 세운 기록을 <귀멸의 칼날>이 단기간에 거뜬히 뛰어넘은 것이다. 우에쿠사 노부카즈(植草信和) 영화평론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관객들이 찾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드물다”며 <귀멸의 칼날>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누르고 일본 제일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君の名は)>과 <날씨의 아이(天気の子)>를 만든 신카이 마코토(深海誠)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영화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쾌거!”라고 투고했다.

 

영화 업계는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렸었다. 4월에는 전국 영화관이 한 달간 휴업했다. 5월 이후 좌석을 절반으로 제한하는 감염 방지책을 마련해 영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타격은 크다. 영화 제작 및 배급사 쇼치쿠(松竹)는 10월 중간 결산에서 올해 8월까지 94억 엔(약 1,000억 4,000만 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영화 제작 및 배급사 도호(東宝)도 매출 43%, 순이익은 83.4%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귀멸의 칼날>이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덕에 극장가는 전환기를 맞았다. 도호(東宝) 주가도 10월 19일, 올해 첫 최고치를 경신하며 코로나19 이후 간만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영화관, ‘이온시네마 원더’ 입구에 <귀멸의 칼날> 포스터와 디스플레이 등이 설치돼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도 되살려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협업) 전략도 역대 최대 규모다. 게다가 협업하는 기업마다 대박을 내고 있다. 콜라보 상품도 외식과 식품, 패션, 잡화와 문구, 교재와 잡지, 관광까지 다양한 분야를 자랑한다.

 


편의점에 진열된 음료회사 다이도의 <귀멸의 칼날> 캔커피 <출처 - 필자 제공>  

 

먼저, 스시 체인점 ‘구라스시’는 9월부터 <귀멸의 칼날> 캐릭터를 이미지화 한 스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족 손님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으며 7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음료회사 다이도는 10월 5일부터 <귀멸의 칼날> 캔커피를 발매해 3주 만에 5,000만 개나 팔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동안 캔커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상태였다. 그랬던 것이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하자 10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50%나 올랐다.

 

롯데도 11월부터 기존의 초코 웨하스 ‘빅쿠리맨초코’와 콜라보레이션한 ‘귀멸의 칼날 맨초코’를 판매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카드가 들어 있는 이 상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로 이 상품이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인터넷상에서는 고가에 거래되며 화제가 됐다. <귀멸의 칼날> 파급효과는 지방의 관광 진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무대가 열차라는 점에서 철도회사 JR히가시니혼(東日本)과 JR규슈(九州)는 영화에 나온 증기기관차(SL)를 기간 한정으로 특별 운행하고 있다. 열차 내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거나,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안내방송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제공된다. 이 열차를 타려면 승차권이 필요한데, 손에 넣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JR규슈의 경우, 판매 1초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작품과 관련한 장소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이타현 벳부시의 하치만카마도 신사(八幡竈門神社)는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신사에는 작품과 비슷한 내용의 도깨비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다, 주인공의 이름인 카마도(竈門)가 신사 이름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10월 말 휴일에는 전년 대비 100배나 되는 2,000여 명의 방문객이 신사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침체한 일본 경제를 <귀멸의 칼날>이 되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에서는 “<귀멸의 칼날>은 일본 경제의 기둥”, “렌고쿠(등장인물)가 싸늘한 일본 경제에 불꽃을 피웠다”, “<귀멸의 칼날>이 일본 경제를 움직인다”는 등의 찬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디어믹스 대성공,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귀멸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하면서부터다. 애니메이션 방송이 시작된 작년 4월, 만화 발행 부수는 350만 부였다. 방송이 종영된 9월에는 1,200만 부가 됐고, 올해 5월에는 6,000만부를 돌파했다. 방송이 이뤄진 시기를 기점으로 약 1년간 발행 부수가 17배나 증가한 것이다. 애니메이션화를 계기로 팬이 늘어나면서 원작에도 선순환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인기 콘텐츠를 다른 장르로 재생산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미디어믹스는 콘텐츠 산업 전반을 통틀어 빈번히 이뤄진다.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우뚝 선 <귀멸의 칼날>은 미디어믹스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귀멸의 칼날>을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을까. 먼저, 애니메이션 자체의 영상미와 표현력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신(神)작화’로 불릴 정도로, 원작의 작화와 전투 장면을 빼어난 영상미로 극대화했다. 애니메이션 주제가 <홍련화(紅蓮花)>를 부른 리사(LiSA)도 작년 한 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NHK의 ‘홍백가합전’에 나와 인기를 거들었다.

 

무엇보다 20개나 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시청할 수 있도록 편성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귀멸의 칼날>은 TV로는 로컬방송국을 중심으로 한 심야 시간대에 편성됐다. 심야 방송대라고 해도 녹화 기능을 사용해 언제든 볼 수 있기에 시청자가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OTT 서비스로는 언제라도 작품을 처음부터 볼 수 있기에 첫 방송을 놓친 잠재적 시청자를 후에라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이토 츠요시(伊藤剛) 도쿄공예대 교수는 “그동안 애니메이션은 TV를 통해 리얼​ ​타임이나 녹화해서 보는 것이 주류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중간에 시청하기가 어려웠다. 이 작품은 방송과 동시에 OTT로도 전송됐기 때문에 입소문을 따라 보고 싶어지면 처음부터 시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아라이 료(小新井 涼)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는 팬들의 SNS 투고와 OTT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가 늘어났고, 최종회가 방영될 무렵에는 딸에게 작품을 추천받은 부모나 직장 부하에게 추천받은 상사가 SNS에 투고하는 등, 기존의 애니메이션 팬을 벗어난 층에까지 인기가 전파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코로나19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귀멸의 칼날>은 넷플릭스의 인기 10위 안에 상주할 정도로 OTT 서비스의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게임·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부시로드의 나카야마 아키오(中山淳雄) 집행 임원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기간에 큰 인기를 얻었다”며 신작 콘텐츠가 텅 빈 가운데 이 작품이 그 사이를 메우듯이 각 가정에서 소비됐음을 지적했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화로 대성공을 거뒀고, 이번에 영화로 개봉되며 또다시 주목도를 높였다. 영화 대박이 불황을 안겨준 코로나19 중에 들려온 호재를 온 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덕에 톡톡한 홍보효과도 얻었다. <귀멸의 칼날>은 스마트폰과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전용 게임 출시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화도 원작의 3분의 1 정도 진행된 것으로, 새로운 속편이 제작될 것으로 보여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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