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0-12-07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인권선언을 한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과정 중에 있는 것이라고 했던가. 프랑스에서는 인권선언 이후 3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인권선언의 중요 조항 중 하나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특정 종교를 풍자한 언론사의 캐리커처를 수업자료로 활용하다가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하면서 프랑스에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다시 촉발됐다. 이미 5년 전 풍자로 유명한 잡지인 《샤를리에브도(Charlie hebdo)》에서 테러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돌이켜보게 한 것도 프랑스였다. 뿐만 아니라, 2018년 허위 정보 근절에 관한 법률, 2020년 온라인상에서의 혐오 콘텐츠 근절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던 때마다 정보,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주요 화두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프랑스의 여당 전진하는공화국(LRM, La R publique en Marche)이 ‘총체적인 안전(s curit globale)’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다시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가 된 조항은 집회, 시위 등에 개입하는 경찰에 대한 촬영과 유포에 관한 제24조인데, 여러 언론사와 기자들을 비롯해 시민들은 언론과 정보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무부의 ‘총체적인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최근 프랑스에 테러와 범죄가 증가하면서 프랑스 여당 전진하는공화국은 내부 치안 강화와 테러 근절을 위한 2017년 10월 30일 법률(LOI n° 2017-1510 du 30 octobre 2017 renfor ant la s curit int rieure et la lutte contre le terrorisme)을 보완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새로운 법률은 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며 총체적인 치안 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한다. 치안 질서 유지를 위한 법률에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이 법률 제24조 때문이다. 제24조는 언론의 자유에 관한 1881년 7월 29일 법률(loi du 29 juillet 1881 sur la libert de la presse)의 행정·사법기관, 군대 등에 대한 명예훼손을 다루는 조항을 보충하는 조항을 신설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11월 19일 하원을 통과하면서 신설될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찰이나 군경찰이 공무 집행시, 해당 공무원의 신체 혹은 정신에 해를 끼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요소를 촬영해 유포하는 경우, 그 수단과 방식에 무관하게, 1년 징역과 4만 5,000유로(약 5,922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 법률은 원칙적으로는 상대를 해할 의도를 가지고 유포하는 이미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기자가 경찰이나 전경을 처벌 대상으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신체적, 심리적으로 해를 끼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명예훼손 법률에 적용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가해 언론인의 의도성은 분명히 증명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언론인이 이 법률이 기자와 시민들의 정보에 관한 자유 권리를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언론의 자유, 나아가 민주주의도 침해”


언론인들이 이 법률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 res)는 경찰이나 군경찰이 기자를 고발하고, 검사들은 기자의 취재 기사, 취재수첩, 메일, 소셜미디어 등을 샅샅이 뒤져 조금이라도 공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발견하면 “해할 의도성이 있다” 고 판단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porters sans fronti res, 2020.11.4). 같은 법률 개정안 제21조는 공공 정보를 목적으로 경찰이나 전경의 보행용 카메라로 시위나 집회 영상을 녹화한 것을 유포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충분히 경찰 및 군경찰의 과도한 시위 진압이 촬영될 수 있는데, 이러한 영상이 유포될 시, 이에 대한 의도성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기자들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도성’에 대한 기준이 있지 않는 한 정치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기자들은 “공권력이 이미지 전쟁에서 힘을 다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여당 하원의원의 설명에 대해 “그렇다면, 공적인 사안에 대한 서사를 공권력에게만 주는 것은 아니냐”며 반발했다(Le Monde, 2020.11.10).

 

둘째, 의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많은 기자가 결과적으로 법적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위 현장 경찰의 폭력성에 대해 취재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생방송을 하지 않으려는 등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새로운 법률로 인해 경찰은 시위나 집회 현장에서 기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porters sans fronti res, 2020.11.4). 이러한 체포를 막을 방법은 집회 현장에서 즉각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뿐인데, 이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대부분의 기자는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시위나 집회 현장을 취재하는 것을 꺼리게 하거나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Dassonville, 2020.11.5).

 

셋째, 민주주의 기능을 위해 정당화돼야 하는 공권력 취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정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민주주의에 해를 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자들은 그동안 시위, 집회에서 공권력에 대한 취재와 촬영을 통해 시위, 집회에서 진압이라는 명목으로 공권력의 폭력 행위 남용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이러한 법률로 인해 기자들이 시위, 집회에서의 경찰들의 진압을 취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 법률은 공권력 남용을 숨기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Dassonville, 2020.11.5).

 

넷째, 시민이 직접 시위 현장에서 찍어 올리는 영상에 대한 법적 처리 문제와 소셜미디어의 검열 역시 문제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많은 시민과 인권 관련 단체들도 시위와 집회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 등에 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들은 물대포, 최루가스 등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폭력적으로 진압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한 증거로 활용되기도 한다(Le Monde, 2020.11.10). 또, 허위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는 ‘정보 조작 근절에 관한 2018년 12월 22일 법률(LOI n° 2018-1202 du 22 d cembre 2018 relative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이나 온라인에서의 혐오 콘텐츠 근절을 위한 2020년 6월 24일 법률(LOI n° 2020-766 du 24 juin 2020 visant lutter contre les contenus haineux sur internet),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16세 미만 어린이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2020년 10월 19일 법률(LOI n° 2020-1266 du 19 octobre 2020 visant encadrer l'exploitation commerciale de l'image d'enfants de oins de seize ans surles plateformes en ligne) 등 최근 디지털 및 온라인 콘텐츠와 관련된 프랑스의 법률들은 문제가 되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콘텐츠의 삭제와 고지 의무를 두고 있는 추세인데, 이로 인해 소셜미디어와 같은 플랫폼들의 검열 문제가 늘 논란이 되고 있다. 기자들은 문제가 되고 있는 ‘총체적인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 역시 소셜미디어의 검열 문제를 더 보태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권력 보호 장치? 


기자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심의가 이뤄지는 하원의회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논란과 반발이 지속되자 제랄드 다르마냉(G rald Darmanin) 내무부 장관은 “공권력에 대한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왜곡된 이미지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Le Monde, AFP, 2020.11.18). 그러나, 장관을 비롯한 여권 정치인들의 전반적인 입장은 ‘공권력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 법률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경찰들의 이미지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속했다(Reporters sans fronti res, 2020.11.13).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법을 발의한 전진하는 공화국의 장-미셸 포베르그(Jean-Michel Fauvergue) 하원의원은 “공권력이 이미지 전쟁에서 힘을 다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Le Monde, 2020.11.10). 또 다른 여당 의원인 실뱅 마야르(Sylvain Maillard) 역시 “우리를 보호하는 공권력을 보호해야 한다”며 법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Cabot, 2020.11.17). 하원의회의 법률안 채택 이후, 총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운데” 법률 개정안 제24조에 대한 정부의 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반발하고 나선 ‘노란조끼’ 시민들

 

정부와 의회의 강력한 의지로 채택된 이번 법률 개정안에 대해 언론인을 넘어서 시민들의 반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하원의회에 의해 법률안이 채택된 이틀 후, 코로나19로 봉쇄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언론인, 학생, ‘노란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자유권 침해라며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가득 찼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미 프랑스에는 온라인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률이 있다”(Pichard, 2020.11.21)며 ‘총체적 안전’에 관한 법률은 결국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는 경찰들의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취재를 막아 정보에 대한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경찰의 폭력 진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으면 애초에 없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의해 공권력의 남용이 감시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최지선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0-12-07
  • 조회수 : 6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