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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 미국 전역은 대선 열기로 가득했다. 그간 미국 대통령의 전형과 틀에서 많이 벗어난 행보로 임기 동안 많은 구설에 오르고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기 말 터진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 등 쟁점 이슈가 많았던 이번 대선은 기록적인 투표 참여율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출뿐만 아니라 상·하원 의원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 이슈들에 대한 투표이기도 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투표 결과가 캘리포니아에서 나왔다. 11월 2일 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주민 발의 법안인 법제안 22(Proposition 22)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 결과 법제안 22가 찬성 58%로 지지를 얻었다. 이 법제안 22는 우버(Uber), 리프트(Lyft), 도어대시(DoorDash) 등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아닌 개인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의 형태로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수정안이다. 지난해 주지사 승인까지 마친 법안인 이른바 ‘캘리포니아 AB5(Assembly Bill No.5)’(Lazo, 2019)의 핵심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법제안 22의 개요와 선거 결과,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정규직 전환’ 강제한 캘리포니아 AB5, ‘개인사업자’ 지위 유지한 법제안 22
지난 2019년 10월 본지에서 소개한 바 있는 캘리포니아 AB5는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등 탑승 공유(ride share) 및 배달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개별 계약에 따른 개인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 신분에서 정규직 직원(employee)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 보장이나 의료보험 혜택 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2019년 9월, 주지사 승인까지 마친 이 법안은 2020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했지만, 우버와 리프트 등 AB5가 적용되는 주요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들은 AB5 관련 법안 수정 제안을 유권자 투표에 부칠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이 수정 제안이 법제안 22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이들 기업이 AB5로 인한 정규직 전환을 실행하지 않자 2020년 5월, 우버와 리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Herrera &Higgins, 2020), 이와 관련해 2020년 8월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은 우버와 리프트가 AB5에 따른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결했다. 10월 캘리포니아 항소 법원은 이와 관련해 우버와 리프트가 즉각 AB5 관련 조항들을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Rana, 2020b).
법제안 22의 주요 내용은 탑승 공유·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운전자에게 업무량, 배달 및 운수 요구 수용 등을 강제하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일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앱 기반 운전자들을 정식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대신 주정부가 요구하는 노동자 기본 사회보장에 준하는 수준의 보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서 주정부의 최저임금,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대신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들 개인사업자 운전자들에게 조건부로 최저임금, 의료보험, 및 다양한 사회보장 자구책을 제공한다. 이는 주 평균 15시간 이상 일하는 운전자들에게 미국 건강보험개혁법(ACA, Affordable Care Act)의 요구 수준에 준하는 건강보험 보조금 지급, 최저임금 120%에 준하는 수입보장, 산재보험 제공 등을 포함한다.1) 다라코즈로샤히(Dara Khosrowshahi) 우버 최고경영자는 이 수정안이 우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긱 노동자(Gig Worker, 필요에 따라 임시로 업무 계약을 맺는 긱 경제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구하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노동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사회보장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White, 2020). 2019년 9월부터 1년 넘게 이어져 온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긱 경제 기반 배달 및 운수 플랫폼 사업자 간의 싸움은 11월 3일 투표 결과(법제안 22, 찬성 58%로 승리) 우버 및 리프트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투표 캠페인 공정성 논란
법제안 22의 찬성 통과로 인해 우버, 리프트 등 긱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배달 및 운수 플랫폼들은 현재 사업 모델을 유지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법제안 22가 찬성으로 결정된 11월 4일,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는 각각 14.59%, 11.28% 상승했다(Haselton, Feiner, & Bursztynsky, 2020). 하지만 해당 법 수정안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한 과정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포스트메이츠(Postmates) 등 대형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인해 투표 캠페인에 있어서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버 등 찬성 측에서 투입한 자금 규모를 보면 이러한 목소리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번 법제안 22 수정안에 대한 투표 발의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이 동원됐다.[그림 1] 우버를 비롯한 찬성 측은 유권자 설득을 위해1) 약 2억 달러(약 2,241억 원)를 투입했고, 반면 노동조합이 주를 이룬 반대 측은 약 2,000만 달러(약 221억 4,000만 원)를 모으는 데 그쳤다.

이렇게 약 열 배가 넘는 자금을 이용해 우버, 리프트 등 법제안 22 통과를 원했던 기업들은 투표를 앞두고 공격적인 홍보 전략을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우버와 리프트는 캠페인 막판에 공격적인 텔레비전, 소셜미디어 광고를 비롯해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법제안 22 홍보에 나섰다(Rana & Mai-Duc, 2020). 특히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전 노동자들에게 법제안 22가 통과되지 못할 경우 돌아올 불이익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의 전략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Siddiqui & Tiku, 2020). 이에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 캘리포니아노동연방(California Labor Federation) 대변인은 법제안 22 찬성 측에서 내놓는 메시지와 홍보물의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토로했다(Rana & Mai-Duc, 2020). 투표일로부터 6주 전 UC버클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유권자의 약 39%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던 점을 미뤄볼 때, 이러한 캠페인은 확실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Hussain, Bhuiyan, & Menezes, 2020). 투표 후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사는 대부분 유권자들이 반대 측 의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우버와 리프트의 메시지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음을 보도하기도 했다(Siddiqui & Tiku, 2020). 나아가 AB5와 현행법에 노동 유연성을 제한하는 조항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버와 리프트가 법제안 22 홍보 과정에서 노동 유연성을 잃게 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설득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Gerstein, 2020; Siddiqui & Tiku, 2020).

긱 경제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법제안 22와 관련된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전역에서 AB5를 비롯한 여러 정책적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우버와 리프트는 법제안 22와 같은 수정안을 전국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나섰다(Rana, 2020a). 긱 노동이 점점 주된 경제 활동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이번 법제안 22 통과는 긱 경제의 맥락에서 노동자 권리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비록 수정안이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차선책들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할지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긱 경제 기반의 우버나 리프트 외에도,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보다 프리랜서 단기 고용을 점점 선호하는 추세다. 법제안 22의 파급효과가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버와 리프트의 법안 발의가 미국의 다른 주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1) 법제안 22의 주요 내용 및 쟁점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California Proposition 22, App-Based Drivers as Contractors and Labor Policies Initiative>, BALLOTPEDIA, 2020, https://ballotpedia.org/California_Proposition_22,_App-Based_Drivers_as_Contractors_and_Labor_Policies_Initiative_(2020)#Overview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