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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미국 하원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 보고서
테크 | 등록일 : 2020-12-07

미국 하원은 4대 IT 기업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의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경쟁 방해 사례를 낱낱이 기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할 방안과 의회의 대응까지 담아낸 이 보고서는 디지털 시장 회복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행정부까지 거대 IT 기업 견제에 나선 상황에서, 이 보고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국 하원은 지난 10월 초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4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가 겨냥한 것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4대 IT 기업이었다. 이 보고서에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4개 IT 기업의 각종 경쟁 방해 행위 사례들이 빼곡하게 기록돼있다.

 

구글을 비롯한 4대 기업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19년 6월 3일이었다. 조사 작업은 법사위원회 산하에 있는 ‘반독점, 상업, 그리고 행정법 소위원회(Subcommittee on Antitrust, Commercial, and Administrative Law)’가 주도했다. 미국 하원은 구글을 비롯한 4대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하고자 이번 조사를 하게 됐다. 하원 보고서에는 이번 조사의 목적으로 크게 세 가지를 내세웠다.

 

첫째. 디지털 시장의 경쟁 상황 입증 

둘째. 시장 지배적인 회사가 경쟁 방해 행위에 연루됐는지 조사

셋째. 관련법과 규제 정책이 거대 기업 독점 문제를 다루는 데 적절한지 여부 판단

 

이번 보고서는 엄청난 조사와 분석 작업 끝에 탄생했다. 관련 문건과 대화록 128만 7,997개를 뒤졌으며, 38명의 증언을 들었다. 수시로 개최한 청문회 기록만 1,800쪽 분량에 이른다. 이외에도 조사 대상 기업의 전직 직원과 관련 시장 참여업체 관계자 등 240여 명과 수천 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 작성을 앞둔 2020년 7월 19일에는 4대 IT 기업 CEO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4대 기업의 불공정 행위 사례

 

1.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인수와 데이터 무단 활용이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인스타그램(2012년)과 왓츠앱(2014년)을 연이어 인수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두 회사 모두 유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기업이었다.

 

페이스북은 2004년 회사 설립 이후 최소 63개 회사를 인수했다. 인스타그램, 왓츠앱 외에도 오큘러스 같은 가상현실 전문 하드웨어 업체도 손에 넣었다.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경쟁자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내용이 내부 문건에 담겨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인수한 직후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데이터 보안에 좀 더 만전을 기하라”는 맥 빠진 경고를 하는 선에서 끝냈다. 의회 보고서는 FTC를 비롯한 규제기관들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속해서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조사 결과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탄압하는 데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경쟁 앱들의 각종 데이터를 추적한 뒤 때론 핵심 기능을 그대로 복제해 버리기도 했다. 그런 방식으로 잠재적 경쟁자의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수 협상 때는 “거절할 경우 유사한 서비스를 직접 내놓겠다”고 협박했다. 스냅챗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하자 인스타그램에 해당 기능을 그대로 적용했다. 24시간이 지나면 글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이 그 산물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도입 1년 만에 이용자가 2억 명에 이르면서 스냅챗 스토리 이용자 1억 6,100만 명을 순식간에 추월해버렸다.

 

2. 구글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크롬, 지메일, 검색, 구글 드라이브, 지도, 포토,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각 서비스는 모두 이용자 10억 명을 넘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 구글은 이런 광범위한 서비스를 활용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각 영역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온라인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 능력은 경쟁자의 전략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도구로도 활용됐다.

 

구글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또 다른 기반은 ‘잠재 경쟁자 인수 전략’이었다. 구글은 20년 동안 260여 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유튜브,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구글의 핵심 사업 상당수는 스타트업일 때 인수해서 키운 것들이다. 덕분에 구글은 2019년 매출 1,607억 달러(약 177조 7,342억 원), 순익 330억 달러(약 36조 4,980억 원)를 올렸다. 이 중 83%가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 올린 수익이다. 그중에서도 검색 광고는 전체의 61%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역할을 한다. 구글은 검색 광고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이용자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 광고 서비스 전문 업체 더블클릭을 인수할 당시 다른 서비스에서 획득한 데이터와 결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을 어기고 개인 맞춤형 광고 상품에 활용했다. 이때부터 인터넷의 익명성은 사실상 허물어져 버렸다.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경쟁 방해 행위도 상상을 초월한다. 잘 알다시피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그 대신 검색,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구글 주요 앱들을 기본 탑재하도록 요구한다. 또 안드로이드 록박스(Android Lockbox)를 통해 서드파티(외부 업체) 앱의 이용 현황을 실시간 추적한다. 구글은 자사 앱을 기본 탑재하고, 경쟁사 앱들의 이용 현황을 추적한 덕분에 ‘정보 불평등’ 상황을 만들어냈다.

 

3. 아마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는 230만에 달하는 독립 판매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들로부터 적지 않은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2016년 상반기 230억 달러(약 25조 4,380억 원)였던 수수료 수입은 2020년 상반기엔 320억 달러(약 35조 3,920억 원)로 39% 증가했다. 아마존은 이 독립 판매업자들을 ‘파트너’라고 강조해 왔지만 실제 행동은 달랐다. 아마존 내부 문건에는 독립 판매업자들을 ‘내부

경쟁자(internal competitors)’라고 부르고 있다. 하원 보고서에는 스마트폰용 탈착식 그립 생산업체 팝소켓(PopSockets) 사례가 나와 있다. 팝소켓은 아마존과 최저 판매 가격 협상을 끝냈다. 그런데 아마존은 협상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뒤 손해 본 만큼 팝소켓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팝소켓은 계약 관계를 해지하고 아마존과의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두 손 들고 아마존의 조건을 수용해야만 했다. 아마존 플랫폼을 떠난 지 1년만에 1,000만 달러(약 110억 6,000만 원)가량의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원 보고서는 “아마존은 판매업자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아마존은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이 직접 제조하거나, 제조업자로부터 조달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 내 파트너사들과 직접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불공정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원 보고서는 ‘이익 충돌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아마존은 독립 판매업자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정보를 보유할 수 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불공정 행위를 수행했다. 이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우선 아마존은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상품을 경쟁 상품보다 우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마존은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구매 박스(Buy Box)’ 알고리즘이 최적의 판매업자와 연결해준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론 자사 상품을 훨씬 우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에 이런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림] 아마존 직접 판매 상품과 독립 사업자 판매 상품 비교 <출처 - 미국 하원 보고서>

 

 

아마존은 또 독립 판매업자들의 정보를 활용해 경쟁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플랫폼 내 중소기업들에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4. 애플

애플은 앱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앱스토어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많은 사업자에 기회를 제공해줬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컸다. 애플은 철저한 앱스토어 통제 정책을 통해 앱 개발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과 마찬가지로 때론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앱들의 각종 정보를 활용해 경쟁 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애플 경쟁 방해 행위의 정점은 앱 배포 및 결제 시장 독점이다. 최근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소송을 통해 드러난 대로 애플은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앱 내에서 각종 아이템을 판매할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해야 한다. 또 애플이 제공하는 앱스토어를 제외한 다른 앱 거래 장터를 활용할 수도 없다. 애플이 이런 독점적 행위를 마음껏 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믿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포기하고 다른 기기로 옮길 경우 생각보다 기회비용이 크다. 또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빠져나갈 수가 없다. 여기에다 애플 기기 이용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앱 개발자 입장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놔야만한다.

 

애플의 앱스토어 지배력은 경쟁 업체를 제거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앱스토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앱을 우선 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쫓아내 버린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기능을 가진 중소 앱이 있으면 비슷한 기능을 iOS에 포함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윈도 시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용했던 ‘끼워 팔기’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런 여러 경쟁 방해 관행 덕분에 애플은 ‘보통 보다 훨씬 높은 수준(supra-normal)’의 수익을 올릴수 있었다고 미국 하원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 하원의 대응 방안

 

하원 보고서에는 디지털 시장의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각종 방안이 담겨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충돌 행위 금지’다.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운영과 해당 플랫폼 내 판매 활동을 동시에 할 경우 이익 충돌 현상이 발생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중립 유지 의무를 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원은 기업 구조조정이나 분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런 상황을 막아야만 한다고 권고했다.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선 서비스 간 호환성과 데이터 이동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테면 애플이 iOS 기기 내에서 애플 앱스토어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강제 행위를 제어해야 한다. 하원은 특히 앞으로 거대 기업들의 인수 합병 때는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등의 권고 사항도 포함했다. 경쟁 침해 우려가 없다는 점만 입증하면 됐던 종전 관행에 비해선 상당히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의회와 별도로 행정부에서도 거대 IT 기업 견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검색시장에서 경쟁 위반 행위를 한 혐의로 구글을 제소했다. 조만간 페이스북을 상대로도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독점 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강경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좀 더 강하게 견제할 가능성도 많다.

 

이번 보고서는 이런 지루한 공방이 본격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 내에서도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선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 이번 보고서는 20여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방대한 규모다. 향후 진행 상황을 전망해보려 MS 반독점 소송 당시를 살펴보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20년 전 PC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MS의 경쟁 방해 행위를 종식한 것은 행정부나 법원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였다. 구글을 비롯한 4대 IT기업을 겨냥한 이번 조사는 그 때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제 막 첫발을 뗀 시점이라 자신 있게 얘기하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정부 규제와 시장 변화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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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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