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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한 프롬프트에 대해 답을 내놓던 생성형 AI를 넘어 이제 AI 에이전트 시대가 오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이른바 자율형 AI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경쟁 중인 AI 에이전트 산업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5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미래에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디지털 인력이 돼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수 조 달러 규모의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25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에이전트 AI를 꼽았다. 가트너가 이 보고서를 내놓은 2024년에는 일상 업무에서 AI 에이전트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가트너는 2028년경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업무 비중이 최소 1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에이전트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뒤,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해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자율형 AI를 이른다. 입력한 프롬프트에 대해서만 답을 내놓는 생성형 AI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크게 네 가지 구성 요소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다양한 주변 환경 정보를 획득하는 센서,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프로세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지능적 판단을 내리는 AI 모델, 작업을 수행하는 액츄에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또 자연어처리 기술을 비롯해 머신러닝, 거대언어모델(LLM)뿐 아니라 맥락 파악 같은 기술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앤트로픽, MS, 오픈AI… AI 에이전트 각축전
한발 앞서 AI 에이전트를 내놓은 것은 앤트로픽(Anthropic)이었다. 앤트로픽은 2024년 10월 컴퓨터 유즈(Computer Use)란 AI 에이전트를 내놨다. 클로드 3.5에 추가된 업무 자동화 서비스인 컴퓨터 유즈는 실제 사람처럼 화면을 보면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버튼을 클릭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현재 컴퓨터 유즈는 모바일 작업 관리 플랫폼 아사나(Asana),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DoorDash)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 달 뒤인 2024년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에이전트 경쟁에 가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4’에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팀즈 등 오피스 제품군에 GPT 기반 기능을 통합한 업무용 비서 코파일럿(Copilot)을 선보였다.
코파일럿은 AI가 문서 작성부터 회의 요약, 데이터 분석, 이메일 작성 등을 지원한다. 크게 기업용 AI 에이전트인 ‘365 코파일럿’과 개인용인 ‘코파일럿 AI 어시스턴트’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기업용은 오픈AI ‘GPT-5’ 기반 LLM을 통해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팀즈 등을 통합해 데이터 분석, 슬라이드 자동 생성, 이메일 초안 작성과 요약, 회의 핵심 포인트 정리 같은 작업을 도와주는 AI 에이전트다.
챗GPT로 생성형 AI 열풍을 선도한 오픈AI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오픈AI는 2025년 1월 오퍼레이터(Operator)를 출시하면서 곧바로 AI 에이전트 경쟁에 불을 지폈다. 오퍼레이터는 AI가 티켓 예매나 레스토랑 예약, 보고서 제출, 인터넷 쇼핑 등의 작업을 대신할 수 있는 에이전트다. 특히 버튼·메뉴·텍스트 필드 등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2024년 12월 ‘프로젝트 마리너(Project Mariner)’를 내놓으면서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아마존 역시 2025년 3월 노바 액트(Nova Act)를 공개하면서 AI 에이전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AI 스타트업인 버터플라이이펙트(Butterfly Effect)가 2025년 3월 공개한 마누스(Manus)도 해외여행 계획부터 주식시장 분석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마누스는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처럼 AI 에이전트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통신사, 플랫폼도 AI 전환 가속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를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과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앞다퉈 AI 에이전트를 내놨다. 카카오는 2025년 5월 AI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Kanana)를 선보였다. 카나나는 대화방에서 사용자들의 대화 맥락을 이해한 뒤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 준다. 이때 개인 메이트 나나는 개인과 그룹방에서 사용자가 참여한 대화를 기억해 최적화된 답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룹 메이트 카나는 사용자가 속한 모든 그룹방에서의 대화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모임 일정 관리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웹 버전도 선보였다.
네이버는 2026년 통합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을 출시할 예정이다. 에이전트 N은 네이버의 검색·쇼핑·지도·배송·결제·콘텐츠 등 모든 서비스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실행까지 해주는 에이전트 AI다.

통신업체인 KT는 ‘마이K’를 정식 출시하고 고객용(B2C) AI 에이전트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고객센터 앱인 마이케이티에 추가된 ‘마이K’는 AI 대화와 AI 추천을 통해 각종 통신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요금제 조회·변경·결제 등 기본적 기능만 제공했던 마이케이티와 달리 마이K는 AI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상품과 혜택을 골라서 제공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SK텔레콤은 개인용 AI 에이전트인 ‘에이닷’과 기업용인 ‘에이닷 비즈’로 맞선다. 에이닷은 AI 전화를 비롯해 멀티 LLM 기반 AI 검색, 음성 실시간 기록 등 일상에서 도움을 주는 AI 에이전트다. 기업용인 에이닷 비즈는 정보 검색이나 회의록 작성, 일정 관리 같은 일상적 업무는 물론 채용 등 전문 영역의 업무도 지원한다. SK는 앞으로 에이닷 비즈를 전 계열사에 확대 적용해 AI 기반 업무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AI 에이전트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시작했다. 챗GPT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LLM 기반 생성형 AI 경쟁이 순식간에 AI 에이전트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언뜻보면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픈AI가 제시한 AI 발전 5단계에는 이런 변화의 의미가 잘 담겨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AI 발전 1단계는 챗GPT와 같은 LLM 기반 대화형 챗봇이다. 대화형 챗봇들은 박사 수준의 분석 능력을 갖춘 2단계 추론 AI로 진화하게 되는데, 이들은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작업까지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영역까지 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AI 모델들은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에만 응답한다는 한계가 있다. 예산 편성이나 공급망 최적화 같은 복잡한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비전을 담고 있는 것이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지시 없이도 독자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비전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피지컬 AI를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의 마지막 단계는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사고하면서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이다. 물론 AGI를 하루아침에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AI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오픈AI는 AI 발전 5단계 중 3단계가 되면 이러한 비전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AI 에이전트다.
따라서 AI 에이전트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GI로 향해 가는 중간 단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런 관점으로 빅테크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AI 경쟁의 큰 그림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1) 삼일PwC경영연구원(2025), <에이전트의 시대, AI에 날개를 달다>, 20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