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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스탠퍼드대 HAI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5-05-30

AI 연구개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은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인공지능연구소가 펴낸 를 통해 세계 AI 분야의 판세를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 Institution of Human Centered AI)가 2017년부터 매년 발간해 온 는 세계 AI 지형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보고서다.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분석을 통해 AI 기술의 최신 동향과 미래 전망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올해로 여덟 번째 발간된 1)는 연구개발, 기술 성능부터 교육과 여론까지 총 8개 분야로 나눠 전 세계 AI 경쟁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요약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최근 10년 사이 AI 관련 논문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에 따르면 2013년 10만 2,000건이던 AI 논문은 2023년에는 24만 2,000건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에 AI 논문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와 함께 AI 모델 개발에 소요되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22년 12월 나온 GPT 3.5는 100만 토큰(token)당 20달러(약 2만 7,000원)였지만, 2024년 10월 출시된 제미나이 1.5 플래시는 0.07달러(약 97원)에 불과했다. 불과 1년 6개월 사이에 추론 비용이 28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AI 모델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훈련에 사용되는 토큰 수는 크게 늘고 있다. 2017년 출시된 트랜스포머 모델이 훈련에 사용한 토큰은 20억 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챗GPT의 근간이 된 것으로 알려진 GPT-3 175B는 2020년 출시 당시 3,740억 개 토큰으로 훈련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된 메타의 대표적인 거대언어모델(LLM) 라마(Llama) 3.3은 1조 5,000억 개가량의 토큰으로 훈련했다.

 

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소수 엘리트들이 주도하던 AI 경쟁이 이젠 군웅할거(群雄割據)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많은 단체나 기관들이 고품질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모델 간 성능 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10위권 이내 AI 모델의 성능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수년 동안 AI 경쟁을 주도하던 미국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중국이 무섭게 약진하면서 두 나라가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물론 유력 AI 모델 건수 면에선 아직 미국의 강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미국은 총 40개의 유력 AI 모델을 보유하면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중국(15개), 프랑스(3개)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지만, 격차는 꽤 큰 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성능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미국 주요 모델과 중국 모델의 성능은 벤치마크 방식에 상관없이 두 자릿수 격차를 나타냈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두 나라 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AI 논문 출판과 인용 비중 면에서도 미국, 유럽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기준 논문 출판 건수 비중은 중국이 23.2%로 유럽(15.2%)과 인도(9.2%)를 넉넉하게 앞섰다. 중국은 논문 인용 비중 역시 22.6%로 유럽(20.9%)과 미국(13.0%)에 한발 앞섰다.

 

반면 미국은 인용 순위 100위권 내 논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질적인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인용 건수 100대 논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4건에서 2022년 59건, 2023년 50건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용 순위 상위 논문 중에선 오픈AI의 GPT-4 기술 보고서, 메타의 라마2 기술 보고서, 그리고 구글의 PaLM-E 기술 보고서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AI 논문 인용 건수 면에서 대학 등 연구 기관이 강세를 보인 반면, 산업계의 논문 인용 건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최근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AI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자신의 모델에 대한 내용 공개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인용 건수 100위 내 논문 출판 건수 면에선 구글이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8건으로 중국 칭화대와 공동 1위였다.

 

특허 출원 건수 면에서도 중국이 69.7%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14.2%로 1위와 격차가 있는 2위였다. 특히 2015년 42.8%를 차지했던 미국의 비중은 몇 년 사이에 크게 줄어들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통계는 한국이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권 수 전체 1위를 차지한 점이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17.3건으로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AI의 무서운 성장세, 대책은 있을까?

 

2023년 11월 챗GPT를 만든 오픈AI 이사회에서 내부 분열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Sam Altman)을 축출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올트먼이 다시 복귀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잘나가는 대표 생성형 AI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갈등의 파장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오픈AI 사태를 촉발시킨 주요한 쟁점 중 하나는 ‘AI의 안전성’ 문제였다. 지금 같은 발전 속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과연 AI를 안전하고 믿을 수 있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었다.

 

에서는 ‘책임 있는 AI(RAI)’ 항목에서 이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2024년 AI 관련 사고는 233건으로 2023년에 비해 56.4% 증가했다. AI가 좀 더 대중화되면서 관련 사고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다 보니 AI의 진실성과 환각 같은 것들을 평가하기 위한 벤치마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4년 등장한 대표적인 것이 헬름 세이프티(HELM Safety), 에어-벤치(AIR-Bench), 팩츠(FACTS) 등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AI 평가는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AI의 위험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는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보니 GPT-4나 클로드 같은 최신 AI 모델들은 여전히 인종, 성별 편견이나 환각 현상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학계에서도 RAI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AI 콘퍼런스에서 채택된 RAI 관련 논문이 2023년 992편에서 2024년에는 1,278편으로 28.8%가 증가했다.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 역시 책임 있는 AI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들이 AI의 투명성과 신뢰성 강화를 위한 각종 프레임워크를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AI 관련 투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AI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AI 투자는 2,523억 달러(약 350조 5,700억 원)로 2023년에 비해 25.6%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민간 부문 투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투자는 1,508억 달러(약 209조 5,300억 원)로 1,043억 달러(144조 9,200억 원)였던 2023년에 비해 무려 44.5%가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AI 투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다. 2023년 9건에 불과했던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초과 민간 투자 건수는 2024년에는 15건으로 늘어났다. 반면 1억 달러(약 1,380억 원) 이하 투자 건수는 2023년 수준과 같거나 소폭 감소했다. AI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고조되면서 관련 투자 규모도 확연히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091억 달러(약 152조 417억 원)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위 그룹인 중국(93억 달러)과 영국(45억 달러)을 멀찍이 따돌렸다. 한국은 13억 3,000만 달러(약 1조 8,500억 원)로 오스트리아(15억 1,000만 달러)와 이스라엘(13억 6,000만 달러)에 이어 11위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AI 투자 금액 면에서도 미국이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미국은 2013년 이후 AI 분야에 총 4,709억 달러(약 656조 1,900억 원)가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12년 누적 투자 금액 89억 6,000만 달러(약 12조 4,800억 원)로 9위에 랭크됐다.

 

AI를 업무에 접목하는 기업들의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가 맥킨지(McKinsey) 보고서를 인용해 소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기업 중 최소한 한 개 이상 업무에 AI를 적용한 기업 비율이 78%에 이르렀다. 이는 55%였던 2023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생성형 AI 도입 속도다. 는 2024년 보고서 때부터 생성형 AI 도입 비율을 특정했다. 당시 기업들의 생성형 AI 도입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4년엔 이 비율이 71%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몰아친 생성형 AI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한눈에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좋지만 무서운 AI 시대, 정책과 교육적 대비 필요해

 

AI는 과학·의료 분야 연구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LLM이 등장하면서 AI는 반도체 구조 예측 연구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서열을 분석할 경우 기능과 설계를 신속하게 탐색할 수 있어 과학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이 2024년 선보인 알파폴드3(AlphaFold3)는 단백질과 DNA, RNA 같은 다른 생체 분자와의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알파폴드3는 오픈소스로 제공돼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널리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과 의료 분야에 AI 윤리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논문 발행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88건이었던 의료 AI 윤리 관련 논문 발행 건수는 2021년 397건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1,031건으로 급증했다.

 

2024년 의료 AI 윤리 관련 논문을 주제별로 분석한 결과 편향 문제를 다룬 논문이 가장 많았으며, 프라이버시가 그 뒤를 이었다. 두 주제는 2020년 이후 의료 AI 윤리 관련 논문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다. 하지만 2020년엔 프라이버시 문제가 압도적인 1위였지만, 2021년 이후 두 주제의 빈도가 역전되면서 지난해엔 의료 AI의 편향성 문제를 다룬 논문이 가장 많았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법률이나 규제 프레임으로는 AI의 질주를 제대로 막기 힘들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대되면서 관련 정책과 규제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2016~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제정된 AI 관련법은 총 204건에 이른다. 이 중 미국이 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포르투갈(27건), 영국(20건), 러시아(20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딥페이크를 비롯해 생성형 AI가 불러올 수 있는 피해 방지를 위한 규제 법률을 많이 제정했다. 반면 EU는 2024년 세계 최초로 AI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제한 ‘AI법(AI Acts)’을 도입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AI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선 정책, 거버넌스뿐 아니라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AI 전문가 확충을 위해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교육과정인 K-12 단계에서 컴퓨터과학(CS)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 K-12 과정에 CS 교육을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AI 교육 내용을 공식 커리큘럼에 명기한 나라 중 하나였다.

 

AI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도 상당히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에 따르면 AI 제품이 해로운 점보다는 유익한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2년 52%에서 2024년엔 54%로 소폭이나마 향상됐다. 또 조사 대상의 3분의 2는 향후 3~5년 내 AI가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AI 보급·확산의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인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2023년 50%에서 2024년엔 47%로 소폭 감소했다.

 

는 기술, 정책 및 거버넌스, 교육 등 8개 분야에서 AI의 현주소와 미래를 꼼꼼하게 분석해 주는 보고서다. 하지만 관련 분야 종사자나 연구자가 아니라면 꼼꼼하게 읽기 쉬운 보고서는 아니다.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보고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온 는 AI 분야에도 슈퍼스타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비슷한 성능을 자랑하는 여러 모델이 서로 경쟁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고성능, 저비용 모델의 확신으로 AI 기술의 민주화가 가속화될 전망”2)이라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분석은 새겨들을 만한 것 같다. 

 

 

 

 

 

1) https://hai.stanford.edu/ai-index/2025-ai-index-report

2) 안성원 외, , 이슈리포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2.4.15, https://spri.kr/posts/view/23840?code=issue_reports&study_type=&board_type=issue_reports&f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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