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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일본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1-05

 

공영방송 NHK가 수신료 인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신료 제도 개편을 위해 ‘바람직한 공영방송에 관한 검토분과위원회(公共放送の在り方に関する検討分科会)’가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2020년 4월부터 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총무성이 관장하는 전문가회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6일 회의 내용 때문에 파문이 일고 있다. NHK와 총무성이 수신료 징수를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청해서다. 수신료 공평 부담을 위해서라는 명분이었지만,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요청은 결국 보류됐다. 대신 TV가 있는데도 수신 계약을 회피하면 할증료를 부과하는 벌금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한편, NHK는 막대한 이월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회의는 이 돈의 일부를 수신료 인하에 활용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총무성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국민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자, NHK에 신속히 수신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총무성·NHK, 수신료 징수 강화 요청

 

2020년 10월 16일, NHK 개혁을 위한 총무성의 전문가회의에서는 지금의 수신료 징수를 강화하자는 발언이 나왔다. 총무성은 모든 TV에 수신료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제안했다. NHK도 △TV 설치 여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하거나 △미계약자의 거주 정보를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총무성과 NHK는 그동안 수신료 공평 부담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일본 방송법 제64조는 “NHK의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 설비를 설치한 자는 NHK와 그 방송의 수신에 대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NHK 수신 계약을 맺은 가구는 전체의 83%다. 나머지 17% 중에는 TV를 설치했는데도 NHK와 수신 계약을 맺지 않아 수신료를 지불하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가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무성은 “TV를 설치한 사람은 수신료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HK는 이렇게 되면 불공평이 해소되고, 수신 계약 체결을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NHK는 방송법 제64조를 근거로 미계약자를 방문해 수신기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을 독촉해 왔다. 그런데 최근 방문 직원의 도를 넘는 계약 독촉으로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다. 2015년부터 소비자생활센터에는 매년 8,000건이 넘는 수신료 관련 불만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10여 년 전보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TV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자 막무가내로 집안에 들어온다거나, 국민 전원이 수신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억지로 계약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가 빈발해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방문 영업에는 비용도 많이 든다. NHK는 각 가정을 방문하는 직원을 두거나 외부에 위탁하는 등, 미계약가구에 대한 방문 영업 활동에 매년 300억 엔(약 3,202억 원) 상당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 NHK는 TV 설치 신고제가 도입되면 “각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TV 설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 갈등도 줄고, 경비도 삭감할 수 있다”며 “실현되기까지 험난한 장애물을 넘어야 하지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방송법의 개정을 호소해 왔다.

 

총무성과 NHK의 요청은 수신료 징수율이 90%를 넘는 공영방송을 가진 해외 각국에서 제도화된 것들이다. 2017년 9월 12일에 발표된 NHK수신료검토위원회의 의견서에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한국에서는 각 가구에 당연히 수신 설비가 설치돼 있다고 보고, 미설치인 경우 시청자가 신고하도록 하는 미설치 신고제도가 도입돼 있다”고 기록돼 있다. NHK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일본에서도 도입 가능한 효율적인 징수 방법을 모색해 왔다.

 

수신료는 NHK의 생존과 직결된다. 2017년 말, 최고재판소가 수신료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계기로 수신료 수입은 2018년에 7,122억 엔(약 7조 6,040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는 인구 감소와 ‘탈TV 현상(시청자의 TV 이탈 현상)’ 가속화로 수신료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NHK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신료 징수를 여러 방법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전체 수입의 90% 이상이 수신료 수입으로 이뤄지는 NHK의 경영 상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NHK의 수신료 징수 강화 제안은 이 같은 초조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 공감 얻지 못한 제안

 

현 방송법은 TV를 설치한 자에게 수신 계약 의무화를 명하고 있지만, 수신료 징수에 대한 규정은 없다. 2017년 말, 수신료 제도를 합헌이라고 명한 최고재판소도 수신료를 징수함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통해 동의를 받도록 NHK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총무성의 ‘TV 설치와 수신료 의무화’ 제안은 국민의 동의에 기반하는 수신료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NHK도 반대했다. 그러나 ‘TV 설치 여부를 신고하게 하고, 미계약자의 거주 정보를 열람’하게 하는 NHK의 제안도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결국 자사의 수신료 징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에게 불편을 감수해 달라는 격이라며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먼저, 전문가회의에서는 ‘TV 설치 신고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 ‘프라이버시 문제’ 등에 반론이 있었다. 한편, ‘수신료 공평 부담을 추구한다면 현행 계약 의무를 전제로, 납부를 거부하는 자에게만 벌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야마다 겐타(山田健太) 센슈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NHK가 재정상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제도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수신료 제도에 대해선 다양한 문제가 지적되고 비판도 있었다. 2019년에는 수신 계약 의무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참의원이 당선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NHK의 요청은 반발 여론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 인터넷상에서는 “TV 산업의 쇠퇴를 NHK가 가속화한다! 위기를 부추기는 설치 신고 의무화”, “적당히 해라! 시대에 역행한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반발 여론의 확산은 동종업계에도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민간방송연맹은 “국민에게 신고 의무제 등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현행 수신료 수준 및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이에 상응하는 수신료 인하를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NHK가 요청한 제도로는 수신 설비 설치 가구와 미설치 가구를 구분할 수 없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무화를 강행하면 혼란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도 “신고 의무제의 도입으로 수신기 구매를 꺼려 탈TV 현상을 가속할 수도 있다. NHK의 수신료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한 이 결과가 방송문화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본말전도다”라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NHK와 총무성의 제안은 한 달 만에 좌초됐다. 2020년 11월 20일, 총무성이 발표한 전문가회의 정리안에는 이들 제안을 보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 대신 TV가 있는데도 수신 계약을 회피하는 자에게 할증료를 부과하는 벌금 제도를 법제화해 수신료 공평부담을 실현한다고 밝혔다. NHK 수신 규약에는 수신료 체납자에게 2%의 연체료를 지불하게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와는 별도로 법적 규정을 마련해 자율적인 수신계약 체결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빗발치는 수신료 인하 요구

 

NHK는 특수법인으로, 수신료 수입으로 운영되며 법인세 면제 등의 특혜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최근 NHK의 막대한 이월 잉여금이 보고되며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는 수신료 인하 문제로 이어졌다. NHK의 이월 잉여금은 2015년에 800억 엔(약 8,548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1,280억 엔(약 1조 3,677억 원)까지 불어났다. 총무성의 전문가회의 정리안은 앞서 말한 수신료 공평 부담을 위한 할증료 도입 외에도 NHK에 이월 잉여금의 일부를 수신료 인하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경영의 효율화로 발생하는 이월 잉여금을 별도로 적립, 3년마다 수신료 인하에 사용하도록 제도화해, NHK가 수신료를 내리지 않으면 정당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NHK는 수신료 인하를 이미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NHK가 2020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터넷 동시 전송의 허가 조건으로 총무성이 제안한 수신료 인하 등 몇 가지 개혁을 이미 시행했다는 것이다. NHK는 2019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두 번에 걸쳐 수신료를 4.5% 내렸다. 2019년에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는 10월에 수신료를 동결하는 방식으로 2% 내렸다. 그리고 2020년 10월에는 다시 2.5%를 내림으로써 수신료(계좌이체·카드 결제)는 공중파만 계약할 경우 월 35엔 인하된 1,225엔(약 1만 3,000원), 위성방송을 함께 계약할 경우 월 60엔 인하된 2,170엔(약 2만 3,000원)이 됐다. 수신료 면제 금액까지 포함하면 시청자에 대한 환원액이 전체 수신료 수입의 6%로, 422억 엔(약 4,509억 원) 규모다. 그러나 2020년 초, 당시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NHK의 수신료 인하 계획에 대해 “6% 환원에 머물지 말고, 수신료의 적정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며 추가 인하를 요청했다. NHK가 보유한 방대한 이월 잉여금보다 수신료 인하율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 인식은 업계 내에서도 팽배해 있다.

 

지난 8월에 NHK가 발표한 경영계획안(2021~2023년도)1)을 보면, 3년간 630억 엔(약 6,732억 원) 상당의 지출을 삭감하는 슬림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다만, 수신료 수준은 현행 금액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얼마 전에 실시한 수신료 인하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신료 면제 등, 2020년도 예산 대비 약 300억 엔(약 3,205억 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총무성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주고자 NHK를 더욱 조이고 있다.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총무상은 지난 12월 1일, ‘수신료를 신속히 인하하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보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케다 총무상은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총무성은 이월 잉여금의 일부를 수신료 인하로 환원하는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개정법이 적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2021년 1월에 NHK가 최종 결정해 발표하는 3개년 중기경영계획에 수신료가 어떤 수준으로 책정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 NHK는 2020년 8월 4일, 경영계획안(2021~2023년도)을 발표했다. 의견수렴을 거쳐 2021년 1월에 3개년 중기경영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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