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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1-05

 


 

프랑스 광고계가 ‘기후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광고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겪을 재난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기후환경법안’이다. 정부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군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광고 금지’

 

프랑스는 기후변화와 지구적 차원의 환경, 에너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국가 중 하나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갑작스레 탈퇴하면서 유명해진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때도 프랑스는 당시 유엔(UN) 기후 변화당사국총회 의장국으로서 협약 채택에 적극적으로 힘썼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내 환경법을 재정비하면서 2019년 11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기후법안(LOI n° 2019-1147 du 8 novembre 2019 relative l' nergieet au climat)’을 채택해 파리협정 이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에너지·기후법안 채택과 더불어, 프랑스 정부는 지구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자 바르바라 퐁필리(Barbara Pompili) 에너지전환부 장관을 중심으로 지난 6월 개최된 기후를위한시민협약(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에서 제안한 150여 가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퐁필리 장관은 지난 12월 7, 8일 양일간 하원의회에서 새로운 법안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광고 금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희비 갈려

 

장관이 공개한 법안의 초안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광고계에서 손뼉 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당초 정부는 광범위하게 광고 금지 범위를 준비했으나, 실제로 발표한 내용은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석탄, 석유 등 화석 에너지와 자동차와 항공사, 대형 가전처럼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텔레비전 광고를 금지하는 선에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그 범위가 줄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6월 시민협약에서 제안된 내용에서는 새벽 1~6시에 불을 켜 놓거나 10m²가 넘는 옥외 광고까지 금지 대상으로 포함돼 있었다(Debout , 2020.12.9). 그러나 광고주는 물론 미디어 입장에서도 유통, 식품과 함께 가장 텔레비전 광고 투자가 많은 자동차, 항공사 등의 분야가 여전히 금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한편, 광고계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차원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드러내 놓고 반발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품목에 대한 광고 금지는 관련 광고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과도한 사용을 부추긴다는 국민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 및 친환경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면서 학교에서 친환경 교육을 받은 학생들부터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점, 이번 법안 내용이 시민협약을 통해 제안된 것이라는 점에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에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번에 발표된 법안이 초안이고, 확정돼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부는 1월 말까지 내용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법안이 채택되면 당장 2022년 1월부터 적용된다(Debout , 2020.12.9).

 

그런데도 광고주와 광고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탄소배출량에 대한 부분이다. 즉,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식품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는 영양 점수(Nutri-score)를 응용한 탄소 점수(Carbone-score)를 도입해 광고 금지 대상 기준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Debout , 2020.12.9).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광고 금지 기간이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징계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가장 ‘소프트’한 방식은 자율규제와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다. 광고주와 광고회사, 미디어 등과 협약을 맺어 에너지 전환에 친화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가장 ‘하드’한 방식은 총기, 담배 등의 광고를 금지하는 사례처럼 광고 금지 대상이 되는 품목과 서비스를 법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시 시청각최고위원회(CSA, Conseil Sup rieur de l'Audiovisuel)의 제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두 방식에 대해 법안을 추진하는 에너지전환부는 후자를, 경제재정부와 문화부는 광고 시장 위축과 불안정성을 우려하며 전자를 주장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Debout , 2020.12.9).

 

광고 시장 축소 우려

 

광고계는 울상이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광고 시장이 전년보다 움츠러든 상황에서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어렵다. 두 차례에 걸친 봉쇄로 인해 프랑스 광고 시장은 나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텔레비전, 라디오, 인쇄미디어, 옥외광고, 영화 광고로 일컬어지는 전통적인 광고 5개 분야는 감염병으로 인한 봉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축소됐다. 특히, 지난 3월에 있었던 1차 봉쇄 기간에는 전년도 대비 광고 투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차 봉쇄 기간만큼은 아니지만 11월 시작된 2차 봉쇄로 인해 7월 이후 전년도 수준을 찾아가던 광고 투자가 다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광고 시장 조사기관인 프랑스 (France Pub)에 따르면, 프랑스 전통적인 광고 시장은 2020년 한 해 동안 시장규모가 약 20% 줄어들고 70억 유로(약 9,349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텔레비전 광고만 따져봐도 이미 17.5% 감소세를 보였다(Debout , 2020.11.10).

 

 


 

이번 법안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침체 상황인 광고 시장 입장에서는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에 따른 제품 및 서비스 광고 금지라는 칼을 빼든 것은, 석탄, 총기나 담배,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기에는 위험한 약품, 어린이 비만을 부추길 수 있는 달고 기름진 음식처럼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제품과 서비스도 ‘과도하게 소비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광고에 대해 엄격하고 제한이 많기로 유명해 광고주나 미디어가 볼멘소리를 하는 프랑스 광고 규제지만, 탄소배출량 제로라는 목표를 향한 여러 방법의 하나로서 일부 품목과 서비스의 광고를 금지하는 것은 나름 신선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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