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누구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라고도 한다.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 됐든, 지난해 우리는 너무나 갑작스레 새로운 세상을 맞아 일 년을 보냈다. 2021년의 상황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백신은 개발되고, 몇몇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과 치료제 덕분에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신뢰도 높은 정보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진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텔레비전 뉴스 시청이 늘어난 까닭이다. 덕분에 2020년 텔레비전 뉴스는 모처럼 시청률 상승을 경험했다. 텔레비전 뉴스와 함께 기록을 세운 또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특별 편성되는 대통령 대국민 담화다.
대통령의 입에 쏠리는 시선
연례 신년 담화를 포함해 일회성 특별 편성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총 네 번의 대통령 대국민 담화는 기존의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 해 4월 중순 1차 봉쇄 중 이뤄진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생방송은 무려 3,670만 명이 시청하며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대국민 담화는 2020년 한 해 재방송을 포함한 전체 텔레비전에 프로그램 중 시청점유율 1위 자리도 차지했다. 이에 앞서 3월 1차 봉쇄를 발표하기 위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은 3,540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생방송으로 전달했다(Le Figaro, 2021). 2차 봉쇄를 앞둔 시점인 10월 28일 대국민 담화도 지상파 채널인 떼에프앙(TF1), 프랑스2(France 2)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한 시청자들의 시청점유율만 약 71%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총리 출연 방송은 재방송 포함 2020년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18개 안에 들었다(Mé diam trie, 2021a).
3, 4월 대국민 담화에는 못 미치지만 2021년 신년 담화 역시 1,750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시청률 역사를 기록했다(Le Figaro, 2021).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신년 담화는 900만에서 1,000만 정도의 시청자 수를 기록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높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이용자 조사기관인 메디아메트리(Médiamétrie)에 따르면 지상파 채널 떼에프앙(TF1) 프랑스2(France 2), 프랑스3(France 3), 엠시스(M6)를 통해 동시간대 시청점유율 72.3%, 뉴스전문 채널 베에프엠떼베(BFMTV), 쎄뉴스(CNews), 엘쎄이(LCI), 프랑스앵포(Franceinfo)를 통해 시청점유율 6.5%를 기록했다(Le Figaro, 2021). 대통령만큼은 아니더라도 총리가 지상파 채널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역 지침을 발표한 경우도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였다.
대통령의 입으로 프랑스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초유의 재난 때문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상들은 앞서 경험한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와는 달리 대단한 확산력을 가진 새로운 바이러스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며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시시각각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감염병, 방역 조치, 백신, 치료제 등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됐다. 컨트롤 타워로서 정부의 결단과 조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장 확실히 알 방법은 대통령이나 총리로부터 직접 전달되는 메시지를 통하는 것이다. 특히, ‘나라의 대장(Le chef de l'Etat)’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입 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대통령 지지율도 함께 상승한다는 점이다. 2018년 10월부터 지지부진하고 하락세를 보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칸타-티엔에스(Kantar-TNS)의 조사를 기준으로 2020년 2월 지지율 24%까지 하락했는데, 3, 4월 두 차례 대국민 담화 이후 47%까지 상승했다. 또, 10월까지 30%대를 오가던 지지율이 29%까지 하락했다가 11월에 다시 40%까지 반등했다(Bloch, 2020). 프랑스 대통령 지지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지지율 숫자가 편차가 큰 편이지만, 이런 패턴은 유사하게 나타난다. 물론, 대국민 담화만이 지지율 상승의 주요 요인은 아니겠지만 특히 공중 보건 위기 상황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다 방역 조치에 관한 대국민 담화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확한 정보에 대한 갈증
신뢰도 높고 정확한 정보에 대한 갈증은 뉴스 소비 패턴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월 4일 메디아메트리가 발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2020년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전 연령대에서 늘어났다. 2019년 4세 이상 프랑스 인구의 텔레비전 이용 시간은 하루 3시간 40분이었으나 2020년에는 3시간 58분으로 늘었다. 텔레비전 이용 시간은 특히 1차 봉쇄가 있었던 3, 4월과 2차 봉쇄가 있었던 11, 12월 4시간 30분에 이를 정도로 늘어난다. 이러한 텔레비전 이용의 변화는 연령대를 더욱 세분화하거나, 50세 이하 여성, 사회경제적상위계층(CSP+, les caté gories socio-professionnelles les plus favorisées)으로 분류한 경우에도 전체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난다.[그림]
2020년 프랑스 미디어 이용률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두 차례의 봉쇄 때문으로만 볼 순 없다. 메디아메트리의 같은 자료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뉴스 프로그램 편성이 있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뉴스 전문 채널의 시청점유율은 2019년에 비해 2020년 소폭 상승했으나, 어린이 채널, 음악 채널, 예능 채널, 영화 채널 등 특정 전문 채널은 2019년 대비 시청점유율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프랑스 공영방송사로서 뉴스 편성이 높은 프랑스2, 프랑스3의 2020년 시청점유율은 각각 14.1%, 9.4%로 2019년 각각 13.9%, 9.3%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공영방송 채널이라도 뉴스 편성보다는 교양,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은 프랑스5(France 5)와 프랑스4(France 4)의 시청점유율은 2019년 각각 3.6%, 1.6%였던 것에 비해 2020년 3.5%, 1.2%로 0.1%p에서 0.4%p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문 채널 중심으로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드라마, 영화, 예능 전문 편성 채널인 쎄위트(C8)는 2019년 2.9% 시청점유율을 보였던 것에 비해 2020년 2.6%로 하락했고, 유사한 채널인 떼엠쎄(TMC), 떼에프익스(TFX) 역시 각각 2019년 3.1%, 1.8%였던 시청점유율이 2020년 3.0%, 1.6%로 내려갔다. 예능 프로그램인 에네르지12(NRJ12), 어린이 프로그램 채널 귈리(Gulli)역시 각각 전년도 대비 0.1~0.2%p 하락해 모두 1.3%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뉴스 전문 채널인 베에프엠떼베(BFMTV), 엘쎄이(LCI), 프랑스앵포(Franceinfo) 쎄뉴스(CNews)는 각각 2020년 2.9%, 1.2%, 0.7%, 1.4%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하면서 2019년 대비 0.2~0.6%p까지 상승세를 보였다(Médiamétrie, 2021b).

이는 2020년 달라진 생활 패턴에 따라 텔레비전과 레거시 미디어의 이용 시간이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2020년 텔레비전 이용 시간 증가는 사실 텔레비전 뉴스 이용의 확대를 의미하고 더 나아가 작지만 텔레비전 뉴스의 신뢰 회복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이미 몇 년 전 일이지만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시적으로 신문과 방송을 통한 뉴스 소비가 높아졌던 현상이 있었다. 이를 이번 변화와 함께 고려하면,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신뢰도에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레거시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