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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독일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2-02

 


 

도널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된 이후 독일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국가 정상으로서는 유일하게 메시지를 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Steffen Seibert) 독일 연방정부 대변인은 지난 1월 11일 연방기자단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근본적인 권리로 법률과 입법기관이 정의내린 테두리 내에서 제한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결정에 따라서는 안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차단된 것은 ‘문제가 있다(problematisch)’고 본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대변인의 입을 통하긴 했지만 명백하게 메르켈 총리를 주어로 공표한 메시지다.

 

메르켈 총리의 메시지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국가 정상이 관련 사안에 대해 발언한 것 자체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그 내용도 얼핏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독일 극우파의 전개 상황도 미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독일 내 극우파의 혐오 발언과 국민 선동, 폭력적 행태는 코로나19 음모론과 함께 더욱 심해졌다. 지난 8월 말에는 코로나 음모론 시위대가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난입과 똑 닮은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극우파와 음모론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트럼프가 아니라 오히려 테크 기업을 비판한 것이다.

 

메시지의 타깃은 테크 기업

 

메르켈 총리의 메시지는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와는 관련이 없다. 그는 당시 퇴임을 며칠 앞둔 ‘아직까지 대통령(Noch-Pr sident)’1)일 뿐이었다. 그보다는 독일이 지금 트위터, 페이스북 등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을 상대로 하고 있는 일을 봐야 한다.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t)을 통해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에게 혐오와 폭력 조장 등 위법적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위법 게시물에 대한 신고를 받은 이후 심사를 거쳐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68억 5,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법률은 ‘과잉 차단’을 유발, 플랫폼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은 개정안을 통해 오히려 한층 강력해진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특정 법률을 위반한 게시물의 경우 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까지 부과했다. 독일은 미국에 기반을 두면서 독일 공론장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테크 기업을 독일 법률로써 규제하기 위해 ‘미디어 중개자(Medienintermedi re)’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했다. 이로써 독일에서 운영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본사가 어디에 있든지 독일법에 따라서 독일법을 지키며 독일어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독일의 현행법은 이제 독일을 넘어 유럽 연합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유럽연합 규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이베르트 연방정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사업자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이 혐오, 거짓, 폭력 선동으로 물들지 않도록 하는 매우 큰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국가, 입법기관이 그 (규제의) 틀을 만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입장에는 테크 기업을 규제하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독일이 추진 중인 네트워크집행법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르켈의 메시지는 그동안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포스팅을 방치해 온 테크 기업을 향한 경고인 셈이다.

 

SNS의 위선적인 조치


트럼프의 계정 차단과 관련해 독일에서 이뤄지는 담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너무 늦은 조치라는 점, 둘째는 불투명한 절차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이다. 비판의 타깃은 일차적으로는 테크 기업을 향한다. 트위터는 트럼프가 가장 애용하던 ‘확성기’였다. 트럼프의 혐오, 선동적인 트윗이 최근에 나타난 현상도 아니었다. 그는 수년간 꾸준히 트위터를 통해 혐오 발언을 확산했고, 극우파와 음모론자들의 규모는 점점 더 커졌다. 하지만 트위터는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이를 용인해왔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 지경까지 온 데는 SNS가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트럼프의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메시지, 트럼프의 트윗에 집중된 전 세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트위터는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재선 실패가 확실시되고 임기를 겨우 며칠 앞둔 상태에서야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은 뒤늦게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양 깃발을 들고 과감하게 조처했다. 그동안 극우, 혐오, 음모론 메시지를 방치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없다. 독일이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미디어 중개자도 메시지 확대재생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크리스티안 졸메케(Christian Solmecke) IT분야 전문 변호사는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선동하고 명예훼손을 하는 자는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위한 권리를 잃는다”면서 “트럼프의 표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부합하지 않았다. (계정 차단) 결정은 너무 늦게 이뤄졌다”2)고 말했다. 파트리크 보이트(Patrick Beuth) 슈피겔(Spiegel) 기자는 ‘추가 소시지 서비스를 끝낼 완벽한 타이밍(Der perfekte Zeitpunkt f r das Ende der Extrawurst)’3)이라는 칼럼에서 소셜미디어가 그간 정치인들에게 적용해 온 특혜를 꼬집었다. 그는 “지금 트럼프의 확성기를 끈다고 해서 소셜미디어가 이때까지 그에게 허용해 온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없다”며 “트럼프 계정의 영구적 차단은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이 그간 유력 정치인들에게 적용해 왔던 예외적인 권리가 잘못됐으며, 앞으로는 그런 특혜가 중지될 것임을 인정해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한 절차의 필요성


모든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동의하고 가입한다. 트럼프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규정에 따라서 트럼프의 혐오 트윗은 그 즉시 삭제돼야 하고, 문제가 있는 포스팅을 반복할 경우 계정은 일찌감치 차단됐어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국가 원수라는 특별한 위치 덕분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표현들이 걸러지지 못하고 확산됐다. 뒤늦게 내려진 차단 결정 과정과 결정권자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자샤 로보(Sascha Lobo) 슈피겔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계정 삭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는 명백하게 금지되는 것을 정치인들에게는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라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고 투명하며 합리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차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이트 기자는 “국회의사당 난입만큼 상징적인 사건은 없다. 지금은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이 추가 소시지(특혜)를 중단할 아주 적절한 시기다. 그렇게 되면 국가 원수라도 플랫폼 이용 규정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더 배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위터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 검열이란 국가 권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시기가 늦긴 했지만 트럼프가 가입 시 ‘동의’한 이용약관에 따른 차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방치와 불투명한 결정 과정이지 차단 그 자체가 아니다.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언제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 있으며, 트럼프는 여전히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메르켈 측은 ‘표현의 자유’를 언급해 오히려 메시지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독일 정부가 요구하는 것처럼 위법적인 게시물과 계정을 (비록 늦었지만) 강력하게 조치한 것인데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독일 내에서도 이중 잣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메시지 기획과 단어 선정의 실수일 뿐 독일 정부의 근본적인 입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실은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 이상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계정 차단을 기점으로 소셜 플랫폼 규제 논의에 더욱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 독일 언론은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아직까지 대통령(Noch-Präsident)’이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stillpresident’.

‘아직도 안 물러난, 아직까지는 대통령’ 이라는 비꼬는 뉘앙스가 담긴 단어다.

2) Christian Solmecke & Stephan Karkowsky, <Die „Doppelmoral“ der Kanzlerin>, Deutschlandfunk Kultur, 2021.1.12,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merkel-kritisiert-twitter-fuer-trump-sperre-die-doppelmoral.1008.de.html?dram:article_id=490700

3) Patrick Beuth, <Der perfekte Zeitpunkt fur das Ende der Extrawurst>, Der Spiegel, 2021.1.9, https://www.spiegel.de/netzwelt/web/donald-trump-und-soziale-medien-der-perfekte-zeitpunkt-fuer-das-ende-der-extrawurst-a-35dbf1a2-1d4b-4736-9892-9dc4922645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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