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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초, 켄 팩스턴(Ken Paxton) 텍사스주 검찰총장(Texas Attorney General)을 필두로 한 열 명의 검찰총장들은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부분이 삭제돼 공개됐던 소송문 원본을 입수해 구글과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의 경쟁을 저해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12월 말 보도했다. 이번 호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간 거래 내용의 개요, 구글과 페이스북의 입장, 그리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퍼블리셔를 위한 광고 시스템, 헤더 입찰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주 검찰총장들은 이번 소송에서 지난 2018년 구글과 페이스북 사이에 진행된 협정 내용이 본질적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의 가격을 조작하는 불법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 언급된 구글과 페이스북의 거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 광고 시장과 최근 온라인 광고업계의 큰 관심을 끈 헤더 입찰(Header bidding)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양면 시장이라는 점이다. 즉, 미디어 지면의 공간을 소비하는 광고주 시장과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 시장이 함께 존재한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와는 현저히 다른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 소비 맥락에서는 온라인 광고 지면 소유자(publisher)와 광고주를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의 플랫폼이 또 다른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게 된다. 온라인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중간자로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사업자가 바로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이번 반독점 소송의 당사자인 구글의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크게 광고 서버(Ad Server)와 광고 경매장(AdX, Ad Exchange)으로 나눌 수 있다. 광고 서버는 구글을 통해 광고 지면을 판매하고자 하는 퍼블리셔(publisher)들이 광고 지면, 광고 노출횟수(impressions)와 독자들에 대한 정보 등을 경매장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반대편에서 광고 지면을 구매하려는 광고주들은 원하는 타깃에 대한 정보와 입찰금액을 광고 경매장에 내놓는다. 광고 경매장(AdX)은 이러한 정보를 통합 분석해 퍼블리셔와 광고주의 조건 시 서로 맞는 경우의 수를 찾아 광고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 이용자가 퍼블리셔의 콘텐츠를 클릭하는 순간 시작돼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이 완료되는 데는 수 밀리초(millisecond,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의 독보적인 리더로 대부분의 주요 퍼블리셔들은 앞서 언급한 구글의 디지털 광고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헤더 입찰은 구글의 기존 온라인 광고 입찰 시스템의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 지면 퍼블리셔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구글의 기존 온라인 광고 입찰 시스템은 퍼블리셔의 광고 지면을 여러 경매장에 다 같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경매장에서 낙찰에 실패할 경우 다른 광고 경매장에 입찰을 다시 공고하는 식으로 작동했다. 퍼블리셔들은 이러한 방식이 경매장 간의 경쟁을 불가하게 만들고, 광고 지면의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반면, 헤더 입찰은 퍼블리셔가 광고 지면에 대한 입찰을 여러 경매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경매장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광고 지면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헤더 입찰 시스템을 이용하면 퍼블리셔들은 구글의 광고 서버와 광고 경매장을 이용하지 않은 채 보다 좋은 가격에 광고를 팔 수 있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소송 내용에 따르면 2016년 주요 광고 지면 퍼블리셔들의 약 70%가 이미 헤더 입찰 툴을 이용하고 있었다(Tracy & Horwitz, 2020).
구글과 페이스북의 담합, 그리고 특혜 의혹
헤더 입찰 방식은 퍼블리셔와 광고주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공고했던 구글의 광고 서비스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야기돼왔다. 헤더 입찰 덕에 퍼블리셔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자, 헤더 입찰 기술을 지원하는 구글의 경쟁 광고 서비스와 경매장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Marshall, 2016). 이에 구글도 자사의 광고 서버 안에서 다수의 광고 경매장끼리 경쟁을 가능케 한 ‘익스체인지 비딩(Exchange Bidding)’이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구글의 AdX 외 다른 경매장을 통해 판매된 광고 지면에 대해서는 5%의 수수료를 챙기는 등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다양한 시스템들을 심어 놨다(Hagey, 2020).
이렇듯 구글은 헤더 입찰 시스템에 대해 큰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번 소송에 포함된 구글 내부 직원들 간 대화 내용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자인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방식을 받아들일까 봐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소장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구글의 광고 책임자인 크리스 라살라(Chris LaSala)가 작성한 내부 문건에 2017년 회사가 주목해야 할 주요 사항 중 하나로 “헤더 입찰과 FAN(Facebook Audience Network)에 의한 실질적 위협에 대한 극복(Need to fight off the existential threat posed by header bidding and FAN)”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소장에 의하면 이후 2017년 3월 페이스북이 공개적으로 헤더 입찰 방식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고, 이에 2018년 9월 구글이 페이스북에 접근했다. 내부적으로 ‘제다이 블루(Jedi Blue)’로 불린 이 협약은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방식에 대한 지지와 도입을 철회하고 구글이 헤더 입찰의 대안으로 내놓은 ‘공개 입찰(Open Bidding)’이라는 광고 프로그램에 함께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번 고소에 참여한 주 검찰총장들은 이 과정에서 구글이 페이스북에 여러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중 주로 언급되는 부분은 구글이 페이스북에 구글 광고 서버(Ad Server)로 직접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통상 구글의 광고 플랫폼을 사용하는 퍼블리셔와 광고주들은 구글의 광고 경매장 AdX를 거쳐 입찰해야 한다. 구글은 20%의 경매장 거래수수료를 챙기는데, 페이스북은 이 단계를 건너뛰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경쟁을 겪고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페이스북에 대한 특혜로 의심될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협약 체결 당시 향후 반독점 관련 수사망이 좁혀올 때 서로 “협력하고 도울 것(cooperate and assist)”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수사 당국의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Hamilton, 2020; Fingas, 2021).
구글과 페이스북의 반박
팩스턴 검찰총장을 필두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구글은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반박문을 공식 블로그에 게시했다(Cohen, 2021). 일례로 구글은 공개 입찰(Open Bidding)을 두고 헤더 입찰 방식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니며, 헤더 입찰 방식이 지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헤더 입찰이 사용자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디바이스에서 진행돼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느려지고 디바이스의 배터리를 빨리 소모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데 반해, 공개 입찰은 비슷한 입찰 과정이 자사의 광고 서버(Ad Server)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한 구글이 헤더 입찰 방식을 저지하려 한다는 것은 허위라며, 이미 헤더 입찰은 많은 퍼블리셔와 광고주들이 사용하는 광고 기술 중 하나이고 주요 경쟁자 중 하나인 아마존 또한 서버 기반 헤더 입찰 솔루션을 내놓는 등 활발한 경쟁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헤더 입찰은 광고 기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하나의 혁신 중 하나에 불과하며, 다양한 경쟁자들이 헤더 입찰을 도입하거나 비슷한 개념의 솔루션들을 개발하고 경쟁하는 중이고 구글의 공개 입찰 또한 이러한 경쟁 솔루션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과의 협약은 공개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다른 파트너들과의 협약과 다를 것이 없고, 특혜 조항으로 명시된 항목들 모두 다른 파트너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표준 조항들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보도된 반독점 행위에 대한 고소장은 구글의 디지털 광고 플랫폼 사업을 겨냥한 반독점 규제 당국의 첫 문제 제기다. 광범위한 반독점 수사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거미줄처럼 얽힌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이해관계는 이번 고소장과 구글의 반박문에서 다시 한번 확연히 드러나며 앞으로 관련 정책과 규제를 설정하는 데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반독점 수사의 대상이 되는 플랫폼 기업들이 서로 경쟁자이면서도 동시에 협력하는 관계, 즉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형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플랫폼 기업들은 관련 산업 생태계의 키스톤(keystone)이 돼 다른 파트너 및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사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 광고의 경우에도 구글은 퍼블리셔와 광고주들이 수익을 창출하는데 필수적인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플랫폼 회사들은 구글과 광고 시장에서 경쟁자이지만 또한 서로의 광고 플랫폼 및 경매장을 이용하기도 하는 협력사이기도 하다. 퍼블리셔와 광고주 또한 구글의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광고 기술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이 얼마나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그 시장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소송에서 구글과 디지털 광고 시장을 이끄는 페이스북이 피·고소인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함께 언급됐다. 향후 진행될 법정 싸움은 현재 계속되고 있는 미국 규제 당국의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수사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어떤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