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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7일 페이스북은 지난 4분기 실적보고에서 기록적 매출 및 이익을 발표했다. 이날 실적보고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례적으로 애플을 주요 경쟁자이자 위협 요인으로 콕 집어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좋은 실적보다도 특정 기업을 집어 이례적으로 비판했다는 부분에 관심이 쏠렸다. 이러한 언행의 배경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큰 반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움직임과 팀 쿡 애플 CEO의 발언이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이러한 설전의 배경과 이슈, 그리고 모바일 앱 사용에 있어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시사점을 살펴본다.
애플 vs. 페이스북, 이례적인 최고경영자 간 장외 설전으로 악화일로
지난 1월 27일 페이스북은 기록적인 4분기 매출 및 이익을 발표했다. 이후 곧바로 이어진 코멘트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낸 좋은 성과와 더불어 앞으로 페이스북이 직면할 경쟁적 위기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례적이었던 것은 저커버그가 애플을 직접 지목해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더 확실히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저커버그는 애플이 자신의 플랫폼이 갖고 있는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페이스북 앱과 서비스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애플은 자사의 지배적 플랫폼 지위를 사용해 우리 앱과 다른 앱들의 작동을 방해하고 자신들의 앱에 우선권을 줄 동기가 분명하다(Apple has every incentive to use their dominant platform position with how our apps and other apps work, which they regularly do to preference their own)”며 이러한 행위가 수많은 사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Higgins, 2021).
저커버그의 이러한 발언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애플이 추진해 온 운영체제 iOS 업데이트가 있다. 애플은 최근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보안을 강조하는 여러 장치들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를 마케팅의 일환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유는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통해 페이스북과 같은 앱들이 광고 등의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이용자들에게 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으로 불리는 이 기능은 특정 앱이 다른 앱이나 웹사이트 이용 데이터를 추적하기 전에 이용자들의 허락을 요구하도록 한다(Apple, 2021).[그림 1] 애플은 지난해 가을 도입 예정이었던 해당 옵션의 적용을 올해로 미뤘고, 올해 봄에는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Haggin, 2020). 애플의 이 같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페이스북의 사업 전선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및 다른 앱이 이용자 추적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현재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광고 서비스의 핵심 기능인 마이크로타깃(microtarget)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앱 추적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질 경우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탭리서치(Tap Research)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iOS 이용자 중 60%가 넘는 사람들이 앱의 이용자 추적을 거부할 수 있다면 거부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한 마케팅 측정 회사 관계자는 이로 인해 페이스북의 현재 매출이 반토막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했다(Haggin et al., 2021).[그림 2] 전반적으로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애플보다 부정적이라는 점 또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Wagner & Gurman, 2021).[그림 3]

[그림 1]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 예시
[그림 2] 앱 추적 허용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출처 - Haggin, Hagey & Schechner, 2021; 데이터 출처: Tap Research, iOS 이용자 1,200명 대상 설문>
[그림 3] 애플과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평가 <출처 - Wagner & Gurman, 2021; 데이터 출처: YouGov>
저커버그의 직접적인 비판이 나온 바로 다음 날, 팀 쿡은 페이스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우회적으로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페이스북 실적 보고 다음 날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보호콘퍼런스(Consumer Privacy and data Protection Conference)에서 팀 쿡은 앞서 언급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툴에 대해 논하면서 디지털 광고용 사용자 데이터 수집을 위해 맹목적으로 이용자의 참여(engagement)와 때로는 허위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알고리즘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그 비즈니스가 사용자를 오도하고, 데이터를 착취하고, 선택권이 전혀 없는 선택에 기반한다면 칭찬받을 자격이 없으며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한다(If a business is built on misleading users, on data exploitation, on choices that are no choices at all, then it does not deserve our praise – it deserves reform)”며 이러한 기술적 접근 방식이 양극화, 불신, 그리고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더 이상 묵시할 수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Higgins, 2021). 페이스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페이스북의 재반박은 없었다.
갈등의 배경
페이스북과 애플의 갈등 관계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것은 아니다(Seetharaman et al., 2021). 최근 몇 년 사이 서서히 형성되다 이번 장외 설전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competition)하면서 협력(cooperation)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들 사이의 직접적인 경쟁 갈등이 생긴 적은 드물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러한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 됐다. 저커버그는 애플에 대해 “그들이 대중을 위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철저히 페이스북과의 경쟁적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다(Apple may say that they’re doing this to help people, but the moves clearly track their competitive interests)”라며 앞으로 애플과 페이스북은 이와 같이 보다 직접적인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임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이제껏 상생 관계에 놓여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 앱은 애플의 앱스토어 플랫폼 위에 얹혀 제공되는 ‘플랫폼-온-플랫폼’으로서 애플 생태계의 일부분이었고, 애플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 앱을 제공함으로써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경쟁사 디바이스를 이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애플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페이스북의 주요 수익원인 디지털 광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페이스북 또한 애플의 주요 수익원인 하드웨어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보다 직접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8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포털 스마트 홈 기기들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현재 애플과 스마트 홈 기기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이번에 저커버그가 언급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도 심상치 않은 가운데 애플이 머지않아 증강 및 가상현실(AR, augmented reality; VR, virtual reality) 기기를 출시할 경우페이스북의 증강현실 기기인 오큘러스와 직접적으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의 주장은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기능 추가는 이같이 변화하는 경쟁 상황이 저변에 깔린 페이스북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반독점 이슈
애플과 페이스북의 이번 갈등은 최근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당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불거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애플은 앱스토어 플랫폼 운영에 있어서 앱 개발자와 애플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소상공인들에게 시장 지배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권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받는 중이다. 반독점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 추가는 이용자 프라이버시 증진의 의도가 있기도 하지만 이용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관행에 대한 반기이며, 이는 곧 이러한 행위를 가장 잘하고 이용자 정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에 대한 우회적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페이스북의 입장에서는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은 애플이 모바일 기기와 앱스토어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반독점적 행위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이러한 행위가 자사의 플랫폼에 의지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상공인들의 구세주를 자처하며 애플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Levy, 2020; ______, 2021). 실제로 페이스북은 앱 추적 투명성 기능과 관련해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반독점 이슈와 관련해 이번 사건이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두 회사의 지배적 위치를 오히려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노트르담-IBM기술윤리실험실(Notre Dame-IBM Technology Ethics Lab)의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변호사 엘리자베스 르니에리스(Elizabeth Renieris)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Bloomberg Businessweek)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자사의 타깃 광고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적절한 소비자들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페이스북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얼마나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찬가지로 애플이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서 앱 추적 투명성 기능 등을 통해 산업 표준을 선도하겠다고 나서는 점,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의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애플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Wagner & Gurman, 2021).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도입, 디지털 광고 시장의 근본적 변화 가져올까?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 도입은 비단 페이스북과의 경쟁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애플의 이러한 기능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자금줄을 애플이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바로 디지털 광고다.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통해 사용자 대부분이 개인정보 추적을 거부할 경우 페이스북은 애플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효과적인 타깃 광고 서비스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디지털 광고의 중간자 역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던 페이스북에게는 존재를 위협하는 수준의 위험요인이 분명하다. 페이스북과 함께 디지털 광고 시장의 주요 사업자인 구글 또한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놨다(Combette, 2021). 하지만 구글의 반응은 페이스북과는 사뭇 달랐다. 구글은 광고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사 앱들이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따라서 앱 추적 투명성 관련 팝업[그림 1]이 애초에 보이지 않게끔 할 계획임을 밝혔다. 구글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현재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광고 타깃팅과 광고 효과 측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술인 제삼자(Third-party) 쿠키를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전면 없앨 계획임을 최근 밝혔다(Schechner, 2021). 디지털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사용자 정보 보호와 관련해 상이한 행보를 보이면서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 광고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또한 흥미롭게 지켜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기능과 같이 사용자 정보와 관련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애플의 사업이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등 하드웨어 판매가 주된 수입원이다. 반면, 페이스북과 구글은 같은 테크 기업이지만 사용자 ‘데이터’가 그들 사업 모델의 핵심이며, 하드웨어 제작 및 판매는 그들의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팀 쿡과 마크 저커버그 간의 장외 설전이 드러낸 것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산업 융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구글과 페이스북은 애플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디지털 서비스 앱을 제공하고 애플은 반대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다양한 혁신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기기의 혁신을 제공하는 상생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양쪽 모두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하며 본격 경쟁 구도가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iMessage)에 그룹 통화, 그룹 챗 등 소셜 미디어 기능을 추가하고,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피트니스+, 애플 뉴스+ 등 디지털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 또한 구글 픽셀, 크롬 북, 구글 홈, 크롬캐스트, 페이스북 포털, 오큘러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 산업에도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호에서 살펴본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갈등은 향후 개인정보보안 및 프라이버시의 측면뿐만 아니라 현재보다도 더 융합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관련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