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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면서, 소셜 플랫폼의 중립성과 책임성이란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그 여파로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수정 문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셜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임기 4년 동안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 직후 주요 소셜 플랫폼에서 연이어 퇴출당한 것이다. 그동안 제재에 소극적이던 페이스북이 먼저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의사당 폭력 사태 다음날인 1월 7일 “임기 만료 때까지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킨다”는 글을 직접 올렸다. 하루 뒤인 8일에는 트위터가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 계정인 ‘@realDonaldTrump’를 영구 정지했다.
이들이 연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계정을 퇴출시킨 것은 폭력 선동 위험 때문이었다. 2021년 1월 6일 시위 군중들의 미국 의사당 점령 사태 때 트럼프가 선동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줄곧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공공연하게 선거 불복 의사를 천명해 시위대를 자극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의사당 폭력 사태 직전 트럼프가 시위대들을 격려하는 연설을 하고, 이런 내용을 게재하면서 폭력을 선동함에 따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뿐만이 아니었다.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다른 주요 소셜 플랫폼들도 비슷한 조치를 단행했다. 유튜브는 1월 12일 트럼프 계정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적용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가 적용될 경우 7일 동안 새로운 글을 올릴 수 없을 뿐 아니라 댓글 공간도 차단된다. 다만 그전에 올린 영상들을 보는 것은 가능하다. 유튜브가 트럼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적용한 날은 대통령 임기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계정에 대해 퇴출 조치를 단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퇴출 사태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플랫폼으로 끝나지 않았다. 극우 성향 소셜 플랫폼 팔러(Parler)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퇴출 조치 이후 극렬 지지자들이 연이어 팔러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팔러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유통되던 극우 성향 글들이 갑자기 팔러 쪽으로 옮겨왔다. 그러자 애플
과 구글이 앱 장터에서 팔러 배포를 차단해 버렸다.
그뿐 아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팔러에 대한 클라우드 지원을 중단했다. 서비스 약관 위반에 해당하는 폭력적인 게시글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 지원 중단 이유였다. 팔러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곧바로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확대됐다. 아마존이 일방적으로 클라우드 지원을 중단한 행위는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소송 이유였다. 또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을 위반하면서 자신들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도마에 오른 통신품위법 제230조
소셜 플랫폼들의 트럼프 계정 정지 사태는 플랫폼의 중립성과 책임성이란 해묵은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허위 정보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이 적극 규제에 나서면서 플랫폼의 책임성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그 여파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삼자가 올리는 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 수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신품위법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6년 처음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은 그 무렵 사회문제로 떠오른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만들었다. 처벌 규정도 무시무시했다. 외설, 폭력 정보를 송신할 경우 2년 이하 징역과 25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입안 단계부터 엄청난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정면충돌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통신품위법이 발효되자마자 곧바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통신품위법 일부 조항들은 1년 뒤인 1997년 연방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통신품위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제한을 적용해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 판사 9명의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통신품위법은 인터넷 음란물 퇴출이란 입법 목적 달성엔 실패했다. 하지만 나중에 추가된 한 조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의 토대를 닦는 역할을 했다. 그게 바로 지금 쟁점이 되는 제230조다. 민주당 상원의원이던 론 와이든(Ron Wyden) 등이 주도해서 만든 통신품위법 제230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양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는 다른 콘텐츠 정보 제공자가 제공하는 어떠한 정보의 발행인이나 화자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제230조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법적 지위를 발행자가 아니라 단순 중개사업자로 규정했다. 덕분에 야후 같은 초기 포털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최근의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이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제삼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통신품위법의 거의 모든 조항은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살아남은 제230조는 막 태동하던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면서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어두운 그림자도 더 짙어졌다. 플랫폼들은 언론사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물론 제230조가 든든한 방패가 돼준 덕분이다. 최근 들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대두되면서 이런 비판이 더 거세졌다.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여해준 면책특권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제230조를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보수, 진보 진영 모두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폐지 근거는 다르다. 공화당 쪽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진보 편향’을 문제 삼았다. 보수 의견을 홀대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쪽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허위 정보에 대해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신품위법 제230조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다소 미묘한 입장이다. 이들은 통신품위법 제230조 덕분에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인터넷 산업 성장에 큰 힘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면책 범위 조정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제230조 자체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원 통상위원회가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주체로 개최한 청문회 때도 이런 입장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콘텐츠 중재(content moderation)’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법 자체를 확 뜯어고치는 대신, 자율심의 시스템을 좀 더 보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신호탄, 세이프테크법
지난해 선거를 통해 미국 상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 민주당은 올 들어 통신품위법 제230조 수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크 워너(Mark Warner), 매지 히로노(Mazie Hirono),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등 민주당 상원의원 세 명이 발의한 ‘세이프테크법(Safe Tech Act)’이다. 이 법은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여해준 면책 범위를 대폭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테면 연방 및 주 시민권법, 반독점법, 사이버 스토킹법, 인권법 등을 위반할 경우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광고처럼 대가를 받고 유포하는 각종 글에 대해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면책특권은 제한되도록 했다. 법원의 명령을 받았을 경우에도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방패막이 삼아 저항하지 못하도록 했다.
통신품위법 제230조는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제공자가 제공한 어떠한 ‘정보(information)’의 발행자나 발화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세이프테크법은 법 조문 중 ‘정보’란 단어를 ‘진술(speech)’로 바꿨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차별 교환하는 관행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상황으론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면책 조항은 어떤 형태로든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플랫폼들이 허위 정보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책임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소셜 플랫폼을 통한 허위 정보 유포가 워낙 심해졌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 편이다.
문제는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수정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인 책임을 대폭 강화할 경우 거대 IT기업과 중소 플랫폼 사업자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을 대거 고용할 능력이 있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과 달리 물적 토대가 약한 중소 사업자들은 더 커진 책임성 때문에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결과는 유럽연합(EU)이 2018년 5월부터 적용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사례 때 이미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법 시행 이후 개인정보 처리 관행을 엄격하게 감시·감독한 이후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사업자보다는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통신품위법 제230조 문제 역시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쟁점은 따로 있다. 플랫폼 책임성을 강화할 경우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부여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가할 경우 의도치 않게 노출 제한되거나, 계정이 삭제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 직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신속하게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킨 직후 유럽 쪽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메르켈 총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론 자유 같은 권리는 입법기관이 규정한 틀 안에서 법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같은 개별 기업 결정에 따라 개인의 언론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었다.1) 클레망 본(Clement Beaune) 프랑스 EU 담당 장관 역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개별 기업이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그는 특히 (계정 정지 같은) 결정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시민이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2) 극우 SNS인 팔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차단한 아마존웹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통신품위법 제230조 개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좀 더 강력한 책임을 부여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의사당 폭력 사태 직후 곧바로 트럼프 계정을 삭제하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사실상의 강력한 편집 행위를 행사한 만큼 ‘플랫폼 중립성’ 주장을 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의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프테크법은 그 방향을 향해 가는 첫 신호탄이다. 미국 의회가 논의 과정을 통해 이런 우려들을 어떻게 해소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1) Osborne, S., <Angela Merkel in surprising reaction to Trump’s Twitter ban- as it’s not what you’d think>, Express, 2021.1.11, https://www.express.co.uk/news/world/1382667/angela-merkel-donald-trump-twitter-ban-free-speech-fears-facebook-washington-capitol
2) Jennen, B. & Nussbaum, A., <Germany and France Oppose Trump’s Twitter Exile>, Bloomberg, 2021.1.11,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1-11/merkel-sees-closing-trump-s-social-media-accounts-problemat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