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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월드 와이드] 독일
미디어월드와이드 | 등록일 : 2021-04-08

 

[그림 1] 독일 연방보건부의 공식 건강 정보 포털사이트 <출처 - http://gesund.bund.de>;

 

 

국가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정보가 검색엔진 상위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정부가 제공하는 의학, 보건 등 전문 영역에 관한 정보는 신뢰성이 높으므로 먼저 노출돼야 할까? 

 

독일 연방보건부(BMG, 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의 건강정보 포털사이트(http://gesund.bund.de)의 구글 상위 노출을 두고 제기된 가처분신청에서 독일 법원이 “정부와 구글의 협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우위에 두는 것이 공정한 시장 경쟁과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연방보건부와 구글 협업


독일 연방보건부는 지난해 9월 1일 건강정보 포털사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그림 1] 여러 질병에 대한 정의, 원인, 증상, 치료법 등의 정보는 물론 일반 건강 상식, 전자환자기록부(die elektronische Patientenakte)와 같은 새로운 의료 정책에 관한 내용도 소개한다. 옌스 슈판(Jens Spahn) 보건부 장관은 “지금 코로나19는 양질의 건강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아는 사람만이 스스로와 타인을 보호할 수 있다. 이 국가 건강 포털로 우리는 시민들에게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정보를 빠르고, 이용하기 쉽고, 확실하게 제공하려고 한다. 구글에 건강과 관련해 검색하는 이들은 이 사이트로 안내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버트코흐연구소(RKI, Robert Koch-Institut)와 보건의료품질경제성연구소(IQWiG, Institut für Qualität und Wirtschaftlichkeit im Gesundheitswesen), 독일암연구센터 암정보서비스(DKFZ, Krebsinformationsdienst des Deutschen Krebsforschungszentrums)를 파트너로 두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신뢰성을 위해서 품질 평가를 거치는데 평가 기준은 △최신 의학 지식에 기반했는지 △상업적이고 정치적 이익에서 자유로운지 △이해하기 쉬운지 △정보가 중립적으로 표현돼 있는지 등이 있다.

 

 

초기에는 시민들의 공공 보건을 위한 좋은 서비스로 인식됐지만 두 달 뒤인 11월 초, 연방보건부와 구글이 협력해 해당 사이트의 정보를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구글 독일 측은 11월 10일 “지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정보를 믿을 수 있고, 가능한 한 빠르게 신뢰성 높은 출처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관련해서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연방보건부와 협력했는데, 관련 정보를 검색할 때 중요하고 확인된 정보가 항상 상위에 노출되도록 했다”면서 “연방보건부와 협력해 독일에서 구글을 검색할 때 지금부터 이른바 ‘지식 패널(Knowledge Panel)’ 형식으로 건강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독일 구글에서 특정 질병을 검색하면 상단 광고 이외에는 알고리즘에 따른 검색 결과가 검색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정부 포털 정보가 별도의 레이아웃으로 강조돼 상위에 노출됐다.[그림 2]

 

 

 

[그림 2] 독일 구글에서 예시로 ‘편두통’을 검색했을 때 오른쪽 상단에 정부 건강 포털사이트 정보가 별도의 박스 형태로 노출됐다.

 

<출처 - Deutscher Bundestag 학술보고서 내 재인용>

 

“정치적 영향력 우려” 비판


연방보건부와 구글의 협력 사실이 공개되자 미디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국가가 운영하는 만큼 정보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비판이다. 예를 들어 정부 포털에는 현재 보건 의료 정책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논쟁이나 비판은 들어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정부 건강 포털의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결국 정부의 보건 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가 무비판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디지털 전문 매체인 넷츠폴리틱(Netzpolitik)은 “전자환자기록부의 경우 연방정보보호담당관이 이를 위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온라인의 부정확한 의학 정보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건부의 진단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논쟁을 다루지 않는 포털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간 사업자들을 차별한다는 비판도 있다. 분야별 전문 미디어가 발달한 독일에서는 이미 양질의 건강 포털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시장 경쟁을 하는 동안 국가 재정이 들어간 정보에 우선권을 주는 행위는 민간 경쟁을 저해하고 민간 사업자들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푹스(Thomas Fuchs) 함부르크 및 슐레스비히-홀슈타인지역 주미디어청장은 “(보건부와 구글 협력이) 미디어국가협약의 차별 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수 있다. 인터넷 플랫폼은 오직 실질적 근거에 따라 평소 검색 알고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부당하게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해당 협업의 위법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된 미디어국가협약에 따르면 미디어 중개자(Medienintermediär)는 언론 콘텐츠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구글이 정부 포털 정보를 상위에 올리는 행위는 다른 콘텐츠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독일의 거대 미디어 기업인 후베르트부르다미디어(Hubert Burda Media)가 운영하는 건강 포털사이트 넷독터(Netdoktor.de)는 구글과 정부 협력이 카르텔법 위반이라며 뮌헨 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넷독터는 구글과 정부 협력 이후 이미 자사 사이트의 방문자 유입이 감소했으며, 장기화하면 민간기업에 큰 손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강 잡지 아포테켄움샤우(Apotheken Umschau)를 운영하는 보르트앤빌트(Wort & bild)도 베를린지방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정부 정보 상위 노출 중단하라’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지난 2월 10일 넷독터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며 구글과 정부 협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정부의 포털 운영은 순수한 통치 활동이 아니라 카르텔법 차원에서 검증돼야 하는 경제적 활동이다. 구글과 정부의 협력은 건강 포털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글과 연방보건부 협력은 사용자의 검색에 드는 비용을 줄이거나 시민들의 정보 이해력을 개선하는 등의 질적 효율성을 이유로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협업을 통한 장점이 단점보다 넉넉히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양질의 민간 의료 포털을 배척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와 생각의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 결정은 단순히 민간 시장의 경쟁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생각의 다양성 부분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법원 대변인인 안네 크리스틴 프리케(Anne-Kristin Fricke) 판사는 “카르텔법이 독점적인 합의를 금지함으로써 미디어와 생각의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연방의회의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다. 법원 결정 이후 일주일 뒤인 2월 16일 연방의회는 ‘언론자유와 경쟁법, 미디어국가협약을 바탕으로 한 연방보건부와 구글의 협력’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연방보건부가 정보 포털을 운영하는 것이 언론 자유에 대한 부당한 개입은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이끌 수 있는 구글과의 협력은 언론 자유와 ‘국가와 거리를 두는(Staatsferne)’ 원칙을 부당하게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 건강 포털이 정보의 신뢰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양질의 건강정보 사이트의 신뢰성은 일반화해서 깎아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건강 정보 포털사이트를 두고 독일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미디어 및 정보 소비 행태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특정 질병을 검색하면 질병관리청의 국가 건강 정보 포털 내용이 상위에 검색된다. ‘지식백과’라는 별도의 레이아웃으로 강조돼 있다. 이런 검색 시스템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가장 공신력 있고 믿을만한 정보로 소비된다. 정부의 정보 제공 행위 자체도 공공보건 차원에서 국가의 의무로 인식한다.

 

독일은 좀 다르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나 미디어는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굳은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합리적 의심이다. 거기에 독일 검색엔진 점유율 97.6%로 사실상 온라인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과의 협업은 정부 정보의 독점을 가속할 우려가 있다. 이는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건강 분야 미디어가 시장에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해당 사안을 치열하게 다루는 곳이 의학계가 아니라 미디어 언론 업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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