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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호주 국민들은 전례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뉴스미디어협상법(News Bargaining Code) 시행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호주 내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내 뉴스 공유를 전격 차단한 것이다. 호주 뉴스 미디어의 모든 페이스북 페이지뿐만 아니라 CNN, BBC와 같은 해외 언론사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됐던 모든 뉴스 콘텐츠가 사라졌고, 이용자들의 뉴스 피드에 공유되던 모든 뉴스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뉴스미디어협상법안 시행을 앞두고 단단히 화가 난 페이스북이 예고한 대로 호주와 결별을 선언했다. 이번 페이스북의 조치는 호주 내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논란이 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호주 내 뉴스 콘텐츠 게시를 전면 중단한 지 불과 5일 만에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와 법안에 대한 극적 합의를 봤고, 23일 호주 내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뉴스 사용료 법안을 둘러싼 지난 7개월간의 갈등
호주 정부는 지난해 7월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가 발표한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 법안’ 초안을 기반으로 한 뉴스미디어협상법 통과를 코앞에 놔두고 올 초부터 구글 및 페이스북과 전면적인 갈등을 겪어 왔다. 구글은 지난 8월 자사 사이트를 통해 호주 이용자에게 보내는 공개 서신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페이스북 또한 뉴스미디어협상법안이 통과될 경우, 호주 내 뉴스 서비스를 차단하겠다는 공식적인 의사를 밝혔다. 특히 페이스북은 이 법안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는데,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사용료를 언론사에 지불할 의무가 없으며, 공유되는 뉴스 콘텐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매우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공개적인 반대 성명과 서비스 중단 선언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던 모리슨 정부는 2월 법안 통과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계기로 극적인 합의를 보게 된 것이다. 애초부터 이 법안은 정부의 개입 없이 호주 지역 언론사들과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사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과제였다는 점에서 모리슨 정부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기도 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미 일부 뉴스 언론사에 뉴스 콘텐츠와 관련해 돈을 지불하고 있었지만 이 법안의 통과에 있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을 의식한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은 캐나다, 영국, 프랑스와 같은 국가에서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언론사에 지급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 호주의 이번 선례는 향후 두 디지털 플랫폼사가 앉을 협상 테이블의 입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된 법안, 무엇인 쟁점인가?
페이스북이 호주 정부와 극적인 합의를 이룬 주요 법안 수정내용2)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재’ 조항이다. 이는 당사자 간 원활한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호주 뉴스 미디어 산업에서 활용되는 최저 산업 표준에 따라 강제조정에 들어간다는 조항이다. 일찍이 법안 초안이 발표됐을 때 페이스북은 이 조항은 일방적인 중재 조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페이스북이 이미 언론사들에 지급하고 있는 비용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강요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3) 최종 수정된 조항에 따르면 언론사와 디지털 플랫폼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두 당사자는 각자의 제안서를 독립 중재 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며, 독립 중재 기관이 합의를 위한 하나의 제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추가된 중재기간은 2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호주 재무장관은 강제 조항을 적용하기 이전에 해당 디지털 플랫폼사가 언론사와 이미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과 관련된 합의를 이뤘는지 고려할 것을 두 번째로 수정된 법안에서 의무로 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뉴스미디어협상법안에 해당하는 디지털 플랫폼사에 한 달 전 미리 통지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세 번째로 뉴스미디어협상법안의 차별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디지털 플랫폼사들의 뉴스 콘텐츠에 대한 차별적 거래를 금지하고자 하는 조항으로 해당 디지털 플랫폼사가 이를 어길 시 1,000만 달러(약 87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수정된 법안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사가 언론사와의 상업적인 협상에서 차별적인 사용료를 지불하더라도, 이 벌금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디지털 플랫폼사에겐 뉴스 콘텐츠 이용료 협상에 다소 유연성이 생긴 셈이다.
극적인 재결합 이후
이번 뉴스미디어협상법을 기반으로 페이스북과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언론사는 호주 최대 언론사인 세븐웨스트미디어(Seven West Media)이다. 세븐웨스트미디어는 호주 최대 민영방송인 채널7을 운영하고 있으며, 더선데이타임스(The Sunday Times)와 더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The West Australia) 신문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이미 구글은 세븐웨스트미디어에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비용으로 3,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지불하기로 협상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세븐웨트스미디어와 더불어 3대 주요 미디어 그룹인 나인엔터테인먼트(Nine Entertainment),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그룹(News Corp)과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협상을 체결했다. 뉴스코퍼레이션그룹은 디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더데일리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 헤럴드선(Herald Sun), 스카이뉴스오스트레일리아(Sky News Australia) 등 호주의 주요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를 보유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호주증권거래소(ASX, Australian Stock Exchange)에서 거래되는 뉴스코퍼레이션 관련 주식은 현재 31.48달러(약 2만 7,605원)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호주의 주요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 디에이지(The Age)를 보유한 나인엔터테인먼트와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약 260억 원에서 439억 원) 사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지불하기로 협의 중이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은 중소 언론 출판사인 프라이빗미디어(Private Media), 쇼츠미디어(Schwartz Media), 솔스티스(Solstice)와도 콘텐츠 이용료에 관해 협상 중이다. 가디언오스트레일리아(Guardian Australia)와 호주의 국영방송인 ABC 또한 뉴스 콘텐츠 이용료에 대해 현재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미디어협상법 최초 시행 그리고 남겨진 숙제
호주 언론사들은 뉴스미디어협상법안 통과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사가 지불하는 뉴스 사용료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재원 확보가 얼마나 공익 저널리즘을 위한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언론사들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호주 정부는 1년 후 뉴스미디어협상법 실행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디지털 플랫폼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지역 언론사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수전 애티(Susan Athey)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4)에 따르면, 2014년 스페인에서 구글이 뉴스 콘텐츠 제공을 금지했을 때 뉴스 이용은 10% 정도 감소했다. 특히 구글 뉴스를 주로 이용해 온 응답자들의 경우 20% 정도 감소했다. 이러한 뉴스 이용 감소는 특히 지역 언론사들의 방문 횟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데 반해, 주요 언론사의 경우 오히려 방문자 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페이스북의 뉴스 공급 차단이 지방이나 시골 거주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캔버라대 뉴스미디어연구센터의 연구 결과5)와도 같은 맥락이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지역 언론사들이 디지털 플랫폼과 공정한 협상 테이블에 이르고, 지역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입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로 인해 지역 언론이 안정된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법안 시행 후, 지난 한 달간 호주의 관심은 주요 언론사들과 페이스북의 협상 결과에 집중돼 있다. 호주는 뉴스 시장의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세계 최초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을 법으로 정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뉴스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언론사, 정부 그리고 호주 국민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공공 저널리즘과 지역 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 거대 언론사의 안정적 재원확보에 국한된 결과를 낳을지는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1) <Facebook just restricted access to news in Australia. Here's what that means for you>, ABC News, 2021.2.18, https://www.abc.net.au/news/2021-02-18/facebook-news-ban-what-just-happened-post-zuckerberg/13166710
2) <Additional amendments to 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 Treasurer of the Commonwealth of Australia, 2021.2.23, https://ministers.treasury.gov.au/ministers/josh-frydenberg-2018/media-releases/additional-amendments-news-media-and-digital
3) <Facebook’s response to Australia’s proposed 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 Facebook, 2020.9, https://about.fb.com/wp-content/uploads/2020/08/Facebooks-response-to-Australias-proposed-News-Media-and-Digital-Platforms-Mandatory-Bargaining-Code.pdf
4) Athey, S. & Mobius, M., <The Impact of News Aggregators on Internet News Consumption: The Case of Localization>,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2017.1.11, https://www.gsb.stanford.edu/faculty-research/working-papers/impact-news-aggregators-internet-news-consumption-case-localization
5) Fisher, C., McCallum, K., McGuinnes, K., & Park, S., <As Facebook ups the ante on news, regional and elderly Australians will be hardest hit>, The Converstaion, 2021, https://theconversation.com/as-facebook-ups-the-ante-on-news-regional-and-elderly-australians-will-be-hardest-hit-1555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