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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 이어 비교적 빠르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른 시작에 비해 초기 백신 접종률은 저조했다.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백신에 대한 불신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보도 양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벌써 1년이 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혹은 ‘Covid-19’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지 어림잡아 1년하고도 2개월째다. 지난 1년간 지구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걸렸고, 일부는 회복했으나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 회복을 했다고 해도 후유증을 알 수 없고 그저 독감 같은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사망 사례가 빈번했으므로 많은 나라의 정부는 봉쇄를 선택하기도 하고 개인들은 마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 중이다. 2, 3차 대유행이라는, 무섭기도 하고 지긋지긋한 팬데믹의 소식은 익숙해졌다 하면 다시 들려온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정부, 세계보건기구(WHO), 제약회사, 과학자 등 많은 사람이 유례없이 빠르게 전염병을 예방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장섰다. 그리고 지난 연말부터 차례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어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에는 일상을 회복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했다. 하지만 백신과 관련해 수많은 정보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면서 백신 접종과 관련해 논란을 만들어냈다. 비단 가짜뉴스로 인해 조장되는 혼란뿐만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와 1년 만에 급하게 만들어진 백신, 그리고 백신의 안정성 등 백신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보다도 정확한 정보 전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보도가 요구되는 시기다.
프랑스인들의 백신에 대한 불신
프랑스는 2020년 12월 27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 이어 비교적 빠르게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일찍 시작된 것에 비해 초기 백신 접종률은 저조했고, 그 속도도 더디게 진행됐다.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는 절차의 복잡성, 접종 시설 및 인력 부족, 초기 정부 시행 계획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 것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한 달 전인 2020년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여론조사 기관인 이포프(IFOP)가 프랑스 주간신문 르주흐날뒤디멍쉬(Le Journal du Dimache) 의뢰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41%의 프랑스인만이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중 반드시 접종하겠다는 비율은 13%였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59%의 사람 중 절대 접종하지 않겠다는 비율은 28%에 이르렀다(Ifop, 2020). 이러한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진 프랑스인들의 비율은 2021년 1월 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뉴스 전문 채널 베에프엠떼베(BFMTV)의 의뢰를 받아 조사기관 엘라브(l'institut Elabe)에서 2021년 1월 6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여전히 프랑스인의 38%만이 백신 접종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불신은 젊은 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백신 거부 의사를 밝힌 비율이 18~24세에서는 56%, 25~34세에서는 63%, 35~39세에서는 50%로 나타났다(Verner, 2021).

프랑스인들의 백신에 대한 불신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 분석을 하는 디지마인드(Digimind)의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소셜미디어에서 11월부터 급격히 백신에 관한 정보들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유통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백신에 대한 불신 혹은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담고 있었다. ‘비단 코로나19 백신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백신 안에 알루미늄과 같은 위험 물질이 담겨있는 것이 증명됐고, 복지부나 제약회사 연구소들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에 51%의 프랑스인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에 대한 음모론과 허위 정보는 코로나19 백신이 발표된 이후에 끊임없이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유통됐다. 허위 정보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거대 제약회사를 배불리는 일이라는 것과 백신을 통해 대중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음모론이었다(Asselin, 2021).[그림 1]
디지마인드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1월 25일까지 프랑스 소셜미디어에 포스팅된 코로나19 관련 메시지 총 870만 건 중 1만 9,762건의 허위 정보를 분석했다. 가장 많이 유통된 백신 관련 허위 정보는 mRNA 백신은 인간DNA를 변형시킬 것이라는 정보였다. 그 뒤를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여성 불임을 유발시킨다는 정보, 빌 게이츠의 백신은 추적 가능한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다는 정보 등이었다(Asselin, 2021).[그림 2]

프랑스 언론의 팩트체크
반면, 1월 16일 프랑스앵포(France Info)와 르피가로(Le Figaro)의 의뢰로 실시한 오독사-백본(Odoxa-backbone)의 조사와 1월 17일 이포프(IFOP)가 르파리지앵(Le Parisien)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확연히 다른 여론이 나타났다. 두 조사 모두 각각 약 56%, 54%의 프랑스인들이 백신 접종을 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Delmas, 2021; Prabonnaud, 2021).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언론이 보도한 정부의 백신 접종 캠페인과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부작용이나 안전성 등과 관련된) 보도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는 여전히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과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이전에 백신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때와 다르게 많은 프랑스인이 언론이 보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Delmas, 2021). 실제 프랑스 언론은 여러 나라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률과 그에 따른 백신 부작용 등을 보도하고,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들에 대해 팩트체크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허위 정보의 맹점과 논리적 빈약함을 짚어줬다.
프랑스 언론은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허위 정보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실시해왔다. 백신과 관련한 보도들을 보면 프랑스 언론들은 백신 개발과 접종이 임박해지면서 2020년 12월부터 백신 관련 허위 정보에 대응했다. 그러나, 막상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에 백신을 둘러싸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은 대체적으로 백신 접종 관련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백신 접종률이 낮게 나타나는 원인을 분석하면서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백신 접종 관련 인력 부족, 시설 부족, 정부의 당초 백신 접종 시간표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백신 접종률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언론들도 백신과 관련된 허위 정보에 관한 팩트체크 보도량을 다시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 독려성 보도의 증가
백신 관련 허위 정보에 관한 팩트체크성 보도와 함께 1월 중순 이후 프랑스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도는 국민의 백신 접종을 독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 초기 몇 주간 접종률이 낮게 나타나면서 정부 차원에서 1월 중순부터 75세 이상 혹은 나이에 상관없이 만성질환을 가진 국민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확대했다. 1월 중순 이후, 프랑스 언론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보다는 프랑스 내 백신 접종률과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률을 비교해 보도하기도 하고, 접종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백신 접종을 격려할 수 있는 성격의 보도량을 늘려갔다. 또한, 2월 8일에는 복지부 장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 경향이 실제 접종률을 확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보다 엄격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독일, 덴마크 등 같은 유럽 이웃 국가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언론보도가 프랑스 국민 사이에 묘한 경쟁심을 만들어내고 접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프랑스 언론들은 영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 대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여전히 확진자 수가 떨어지지 않는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의 나라들에서 러시아산, 중국산 백신을 도입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보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보도도 엿보인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백신 보도
하지만 프랑스 언론의 백신 관련 보도 역시 허위 정보는 최대한 걸러내더라도 확신을 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불확실한 정보 제공이 두드러진다. 이는 정보 자체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에 기인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 접종이 번복되는 상황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하고 있는데, 백신에 관해 새롭게 드러나는 정보 자체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보도 내용이 이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백신과 관련된 보도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관련된 보도 자체에서도 불확실한 보도는 여전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언론은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인용하는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바이러스 자체가 새롭게 나타난 병이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기도 하고 연구에 따라 이전 정보와 다른 정보로 새롭게 대체되기도 하는 탓이다. 가령, 전문가들에 따라 등교 수업이나 봉쇄와 관련해 다른 입장을 갖기도 하는데 언론은 이러한 내용을 나열식으로 전달하면서 정보를 접하는 미디어 이용자들의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언론 보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을 조사한 비아보이스(Viavoice)에 따르면 약 60%의 프랑스인들이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관련해 미디어가 너무 많이 다루고 있다고 여겼고, 두 명 중 한 명은 언론 보도가 불안을 야기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43%는 언론 보도가 공포를 가중시킨다고 응답했다. 단, 25%만이 미디어가 균형 있게 팬데믹을 다룬다고 응답했다(Brunet, 2020).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허위 정보와 음모론에 솔깃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 해결을 향한 방향으로 길을 안내할 때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 그리고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새로운 백신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확실한 것은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해관계나 성향에 따른 보도가 아니라 최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도록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