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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18세기 말부터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 보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사에 재정 지원을 해오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제도인 만큼 신문 유통을 위한 우편요금 지원, 세금 감면 혜택부터 디지털 혁신 지원에 이르기까지 세월에 따라 변화를 거쳐왔다. 그런데 최근 허위 정보와 음모론 유포로 문제가 된 프랑스수와르(FranceSoir)1) 사태로 인해 프랑스 정부는 언론 지원 제도를 손질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직면하게 됐다.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온상이 된 프랑스수와르
2020년 코로나19 창궐 이후, 전 세계는 팬데믹과 싸우는 동시에 인포데믹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바이러스, 백신 관련 허위 정보, 가짜뉴스가 빠르고 넓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언론사는 팩트체크를 하며 인포데믹의 확산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달리 프랑스의 온라인 신문사인 프랑스수와르는 지난 1년간 허위 정보와 음모론의 온상이 돼 왔다. 프랑스수와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의 효능에 관한 것부터 시작해 최근까지도 백신 관련 허위 정보, ‘정부의 방역을 이용한 독재’ 등을 주장해왔으며, 음모론에 솔깃하는 독자들에 힘입어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매달 300만에 이르게 됐다. 허위 정보의 확산이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프랑스수와르의 전(前) 편집국 소속 기자들은 “사회에 위험이 되는 허위 정보 및 음모론을 유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명운동을 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튜브 역시 플랫폼 사용정책을 이유로 프랑스수와르를 구독하는 계정 30만 건을 정지시키기도 했다(Cohen, 2021). 이 밖에도 르몽드, AFP,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유수 언론사들은 프랑스수와르의 보도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언론사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수와르의 정치종합언론사 지위 유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1월 문화부 장관은 프랑스수와르의 ‘정치종합언론사(IPG, Information Politique et Générale)’ 지위 유지 재검토를 출판·언론동수위원회(CPPAP, Commission Paritaire des Publications et Agences de Presse)2)에 요청했다. 본래 프랑스수와르의 언론사 지위 재심사는 2022년 9월에 예정돼 있었지만 여러 언론인의 제청에 의해 예외적으로 재검토 요청이 이뤄진 것이다. 문화부 장관이 언론사 지위 유지 재검토를 요청한 것은 이것이 언론사 재정 지원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종이신문과 디지털 신문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단, 모든 출판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종합적이면서 시의성 있는 시사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출판·언론동수위원회에 등록된 언론사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으며, 위원회가 등록 기준을 제시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재심사 요청에 대해 출판·언론동수위원회는 지난 4월 중순 프랑스수와르가 모든 조건에 부합한다며 ‘정치종합언론사’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프랑스수와르에 대한 지원도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될 예정이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승리 vs. 언론인들의 개탄
프랑스수와르 측은 출판·언론동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승리한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수와르는 언론인 노조의 서명운동과 문화부 장관의 언론사 지위 재검토 요청 시, 주류 언론의 모함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Azalbert, 2021). 또, 일부 미디어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음모론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여론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언론인 노조의 서명운동에 맞불을 놓는 프랑스수와르 지지 서명운동도 펼쳤다.
프랑스수와르의 언론사 지위 유지에 대해 오히려 언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기자노조(SNJ, Syndicat National des Journalistes)는 프랑스수와르가 언론사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위험한 허위 정보와 음모론 보도가 계속될 수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일부 언론인들은 현재 온라인 신문인 프랑스수와르가 과거의 영광을 불명예스럽게 하고, 언론 윤리를 저버렸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프랑스수와르는 언론사 지위는 유지했지만, 허위 정보 유포에 관한 징계는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장관은 1881년 언론 자유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처벌할 의지를 내비쳤다(Cohen, 2021). 또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사 재정 지원과 관련해 허위 정보 유포 등 조건을 강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출판·언론동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프랑스 정부가 언론사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언론사의 보도 방식이나 내용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프랑스 정부가 언론사에 대한 직접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서 인종주의, 반유대인주의와 같은 인종적 혐오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는 보도를 한 잡지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직접 지원 제외 대상이 된 극우주의적 성향의 잡지사들은 불공정 경쟁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고, 전문가와 시민들 사이에서도 언론사 지원 제도가 여론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예외 조항이 오히려 위험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최지선, 2015).
언론사 재정 지원 제도 손질과 관련해 출판·언론동수위원회가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 내용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또, 보고서 내용이 제도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결정된 바 없다. 프랑스는 허위 정보에 대한 법을 제정할 정도로 허위 정보 유포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허위 정보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 지원 제도를 활용할 의지도 충분해 보인다. 다만, 일반적으로 허위 정보 유포의 통로로 블로그나 SNS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대상이 됐던 것과 달리 언론사도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여러 측면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프랑스 문화부가 이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1) 프랑스수와르는 1944년 창간한 프랑스 주요 일간지 중 하나다. 2011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지금은 온라인 신문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실상은 제호만 유지할 뿐 과거와 같은 언론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1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면서 당시 기자들이 대부분 해고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신문만 유지했지만, 지속적인 경영난과 자금난에 시달리던 프랑스수와르는 2016년 기업인 자비에 아잘베르(Xavier Azalbert)가 인수해 스스로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2) 언론사의 지위 유지 심사를 담당하는 기관. 출판·언론동수위원회는 1997년 설립된 독립기관으로 언론사 재정 지원 제도의 실질적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언론사 대표나 정부 관련 부처(문화부, 재정부, 법무부 등) 정책 담당자들이 각각 11명씩 동수, 총 22명으로 구성돼 ‘동수위원회’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출판·언론동수위원회가 언론사의 지위를 부여하는 기준은 언론의 자유에 관한 1881년 7월 29일 법에서 제시한 의무 사항 이행, 정기 발행 여부, 효율적 판매 방식, 시사 보도 여부, 광고 게재 비율, 공익 정보 보도 비율 등 다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