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은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페트병에 소변을 볼 정도로 지나친 업무량에 치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영국의 한 기자가 아마존 직원으로 잠행 취재한 내용이 그의 책을 통해 공개되자 아마존의 편리한 온라인 주문 및 배달 서비스 이면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크게 이슈가 됐다(Liao, 2018). 이후 아마존은 규제 당국의 반독점법 관련 수사와 더불어 노동 환경 개선과 관련해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9일에는 아마존 직원의 노동 환경과 관련해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투표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번 호에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있었던 노동조합 관련 이슈의 바탕과 개요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노조 설립 불발, 아마존 승리
2021년 4월 9일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한 아마존 물류센터에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약 26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최대 테크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에 최초의 노조 설립이 이뤄질 수도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앨라배마주 베세머(Bessemer)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의 직원들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 노조 설립 투표를 건의하고 나섰다. 이에 올해 2월 9일부터 3월 29일까지 우편 투표 방식을 통해 노조 설립 의견 취합이 이뤄졌다. 이 투표는 정치인과 유명인이 지지를 표하고 나서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유튜브를 통해 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도 공개적으로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진보적 성향으로 잘 알려진 버몬트주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무소속 상원의원은 앨라배마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투표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물류센터 근처 우편함 추가 설치에 관여했다는 등의 음모론이 제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Greene, 2021).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아마존의 승리였다. 투표 결과 앨라배마 물류센터 직원의 약 71%가 전미 소·도매및백화점산업노동조합(RWDSU, Retail, Wholesale and Department Store Union)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했고, 압도적인 표 차로 노조 설립은 불발됐다. 노조 측은 앞서 언급한 우편함 관련 이슈 등 투표 캠페인 과정에서의 불법행위가 의심된다며 법적으로 항의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노동관계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가입 운동과 아마존 승리의 배경
노조 가입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대유행 중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촉발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더불어 다양한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 확산이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노조 가입 투표가 진행된 앨라배마 물류센터 직원의 약 85%가 흑인이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Herrera, 2021b). 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으로는 아마존에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전례 없는 물류 처리 및 배달량 증가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아마존은 지난 몇 년간 약 95만 명의 미국인 직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센터 블루칼라 노동자와 배달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최근에도 앞서 언급한 소변 페트병과 관련해 트위터상에서 공식 계정을 통해 반박했다가 배달 직원들이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뒤늦게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BBC, 2021; Klippenstein, 2021; Vincent, 2021). 이 같은 비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폭발적으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아마존의 수익과 함께 물류센터가 처리하는 업무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반면, 아마존은 지난 2020년 전년 대비 약 38%가 증가한 약 3,861억 달러(약 431조 8,142억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주가는 약 76%가 상승, 순이익을 전년 대비 두 배 끌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늘어난 회사의 수입에 반해 노동자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이 미약하다는 점이 일부 아마존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나아가 이번 앨라배마주에서 노동조합 가입 투표까지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 하원의원 마크 포칸(Mark Pocan)과 아마존뉴스 공식 계정 간 트윗 <출처 -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 아마존뉴스 공식 트위터 화면 갈무리>
어떻게 아마존은 이번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를 유도할 수 있었을까? 보도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한 아마존 직원들 대부분이 노조 가입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의 노조 가입 반대 캠페인에 영향을 받은 직원들도 있지만, 아마존의 설득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미 애초부터 가입에 회의적이었던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Herrera, 2021c). 노조 설립 투표에 참여한 멜리사 마이어스(Melissa Charlton Myers)는 인터뷰에서 본인이 열심히 일해 버는 돈이 “더 높은 급여를 가져올 수도, 기나긴 휴가를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노조가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노조 가입이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에서 RWDSU 측이 이제껏 유사 산업군 노동자를 위해 성사시켜 온 협상 내용을 보여주는 간담회에 참석했었다는 코리 제닝스(Cori Jennings)는 노조가 제시할 수 있는 노동 권익 증진 관련 내용이 현재, 혹은 회사가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어 노조 설립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 및 가입에 반대한 직원 중 일부는 투표 결과 발표 후 아마존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전히 근무 시설 및 환경 개선을 요구할 것이나 제삼자 노동조합 없이 회사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은 아마존이 현재 제공하는 급여와 복지 혜택, 그리고 근무 환경 문제점과 관련해서 소통에 임하는 회사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 외부 노조 가입이 가져올 수 있는 이득보다 노조 회비 비용 및 다른 위험요인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비판에 아마존은 2018년 저임금 직원들의 최저시급을 15달러(약 1만 6,000원)로 인상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에서 지정한 7.25달러(약 8,000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이듬해 직원들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에게 직무재교육 기회를 제공해 고임금 직종 전환 및 다른 산업에서의 새로운 경력 전환을 장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Herrera, 2021b).
공식적으로 투표까지 진행된 노조 가입 첫 사례의 결과는 노동자들의 반대로 결론이 났지만, 아마존을 비롯한 빅 테크 기업 직원들의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Arcieri, 2021; Tiku et al., 2021). 구글 또한 이미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직원들이 회사에 항의하는 단체 행동을 한 바 있으며, 우버 또한 여전히 우버 운전자들의 고용 신분과 대우를 놓고 다양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1) 미국 전역의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처우 개선과 관련된 단체 행동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공식적인 노조는 아니지만, 직원연합을 형성해 사측과 근무 환경 개선을 조금씩 이뤄나가는 사례들 또한 존재한다(Herrera, 2021a).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아마존은 노동자들의 불만 및 요구 사항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노조 가입 투표가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며 아마존 및 테크기업의 직원 행동주의 움직임이 더 큰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실질적인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떠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1) 최재원, <미국 플랫폼 기업들, 주민 투표에 돈 풀어 긱 노동자 정규직 전환 뒤엎어>, 《신문과방송》, 2020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