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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 대한 보도는 끊이지 않지만, 아직 이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일국의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 위험 앞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언론이 기후 위기를 시민 모두의 의제로 만들 방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9년 9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기후 위기 대응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정치인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바 있다. 최근 들어 툰베리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구의 부촌에 집중적으로 배포되는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신의 불공평한 공급 문제가 갑작스러운 폭우나 한여름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이상 현상과 어떤 관련이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단순히 ‘이산화탄소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서구가 주도해 온 ‘저개발국’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 문제로 바라본다면 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의 저개발국 소외는 기후 위기와도 긴밀하게 연결된 의제임이 틀림없다.
지구의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되는 위기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인류세(Anthropocene) 담론과 더불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이것이 당면한 위험이라는 점, 그리고 이 위험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지구 생명체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개발 담론의 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공유되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국 정부의 변화로만은 부족하고, 전 지구적인 연대가 필요하며, 기업과 정부는 물론 개인의 참여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의 공유와 정책 의제의 설정에서 중요한 책무를 지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언론이 여론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언론이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하며, 어떤 미래를 함께 상상해야 하는가를 함께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어가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최근과 같이, 다양한 정보 채널이 생기면서 가짜뉴스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라면 더욱 전통적 미디어의 정확한 정보 전달과 의제 설정 기능이 중요해진다.
기후 위기 보도 의제 설정의 쟁점
그런데 기후 위기에 대한 언론의 의제 설정과 관련해서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를 시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루는 선행 연구들은 기후 문제를 본격적인 ‘우리’의 의제로 다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 자체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예측하는 불확실성을 담보하는 과학이며,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통상 문명의 발전으로 여겨지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들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의 책임을 어떻게 설명할지, 그리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지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 보도의 비판 지점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시도들보다는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활동이 더 크게 알려지거나, 혹은 산업체나 대기업의 활동이 더 주목받고 기사화되는 현실이다.1) 에릭 콘웨이(Erik Conway)와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의 책 《의심을 팝니다》는 과학이라는 포장을 뒤집어쓴 영리 기업의 활동들이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는가를 잘 드러내 줬다. 이처럼 기후 위기를 부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과학을 활용하는 한편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길이라면서 첨단 기술을 내세워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환경 비즈니스 그룹들이 존재한다.2) 이러한 신기술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객관적’인 정보 소개가 오히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비판이 제시되는 이유다.
한편으로 언론의 성향이 기후 위기 관련 보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도 있다. 예컨대 미국 언론의 분석 결과로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한 보도는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다.3)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문제는 한국의 경우 지지 정당 차이와 더불어 개발 이익을 둘러싼 의제 경쟁에서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보도 차이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편 기자들의 입장에서 기후 위기는 주제의 식상함 때문에 뉴스 가치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4)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가 이상 기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기이함을 지닌 사건으로서의 뉴스 가치를 갖게 된다. 이는 기후 위기의 성격 자체가 갖는 문제기도 하다. 기후 위기는 자연재해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문제 원인은 인간 활동이라서, 일반 국민이 이익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역을 규제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일어나는 전력 소모 문제가 대표적이다. 첨단 IT 기업의 탄소 발자국 문제는 일반인이 빨대를 사용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지구의 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제는 비트코인에 투자해 금전적 이익을 기대하는 사람들, 첨단 IT 기업의 주가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 반기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내용은 일회적 기사 안에 포함하기에는 취재가 어려운 내용이다. 결국 언론은 명백하고 가시적인 사건으로서의 기후 이상 사건과 이에 따른 피해에 집중하게 된다.
한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역시 어려움이 있는 부분일 것이다. 기술적 대안을 강조할 것인가, 지금 제시되는 기술적 대안은 정말 좋은 것인가? 이를 언론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풀뿌리에서부터 시작하는 생명운동, 대표적으로 환경 자원의 커먼스(Commons) 운동과 같은 것을 소개하는 것은 어떠한가? 이러한 주장들은 일견 이상적인 것으로 비치기 쉽고, 시민의 관심사로 확대되기보다는 특정한 ‘주장’ 소개에 그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후 위기를 ‘우리’의 문제로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기후 위기를 ‘우리’의 문제로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우리’는 어떤 범주를 포함하는 것일까?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와 그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5) 이는 기후 위기 회의론 등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가시적인 기후 위기 부정론의 영향이 있었던 서구의 경우와 다른 결과이며, 인식 수준의 문제가 개인적 대응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같은 연구 결과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높게 나타났다.6) 기후변화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내게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 느끼므로 개인적인 행동 변화를 시도하거나 정부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촉구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후변화라는 거대 의제는 이처럼 개인에게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도록 만든다. 기후 이상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피해는 자연재해로 나타나지만, 그 자연재해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거주 장소의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정책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이 문제는 정치적 문제고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문제기도 하다.7) 기후 위기를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다루면서 전 지구적 연대와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전달하는 기사의 상품성은 낮은 편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우선은 실용적인 입장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기후변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내 생애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혹은 나와 거리가 먼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적 실천 행동에 나서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8) 이러한 맥락에서 관여적 저널리즘의 시도로 기후 위기를 직접적인 시민 의제로 만들려고 했던 큐리어스클라이밋타스마니아(Curious Climate Tasmania) 실험과 같이 기후변화를 개인 경험과 일상생활에 연결하고 직접 질문을 작성하고 답을 추구하는 실천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하려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했다.9)
우리 언론의 경우에도 최근 2~3년간 기후 위기에 대한 보도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으며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잘 드러내는 보도 역시 이뤄지고 있다. 이 주제에는 보도의 지속성이 관건이다. 미디어 소비가 파편화된 현재지만, SNS에 공유되는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일차적 공간은 언론 보도의 영역이다. 또한 이 문제가 단지 기온 변화 문제가 아닌 개발 지상주의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제의 원인에 대한 환기와 대안 마련에 대한 주제 보도가 필요한 만큼이나, 개인의 삶 속에서 인식 전환을 만들어내고 일상 속에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시도 역시 중요하다. 기후 위기와 같이 거시적 사건, 나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들을 어떻게 나의 문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언론의 보도 방식, 주제 선정에 대한 고민이 계속돼야 할 시점이다.
1) Wetts, R.,
2) 이광석, 《디지털의 배신》, 인물과 사상사, 2020.
3) Howe, A. C., Stoddart, M. C. J., & Tindall, D. B.,
4) 윤순진, <한국 언론기자의 기후변화 인식과 보도 태도>, 환경사회학연구, 20(1), 7-61쪽. 2016. 물론 이 연구는 2016년 발표된 것이므로 최근 들어서 이러한 인식이 변화했을 가능성도 높다.
5) 김영욱·박단아·민혜민, <기후 변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완화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 광고연구, 118, 127-170쪽, 2018.
기자들의 입장에서 기후 위기는 주제의 식상함 때문에 뉴스 가치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가 이상 기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즉 기이함을 지닌 사건으로서의 뉴스 가치를 갖게 된다.
6) 5)의 책
7) 서영표, <기후변화 인식을 둘러싼 담론 투쟁>. 경제와사회, 112, 137-173쪽, 2016.
8) 한빛나라·김혜정·김영욱, <한국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 인식 지형 도출: 심층 인터뷰를 통한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 인식 비교>, 한국언론정보학보, 101, 465-505쪽, 2020.
9) Nettlefold J. & Pecl. G. 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