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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반복되는 사건, 멈춰있는 조직, 언론계 성인지 감수성 재진단]언론사 성인지 감수성, 달라지려면?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8-30

젠더 데스크 제도와 교육 강화는 언론 조직 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언론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2019년 <젠더 및 갈등 인지적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Gender and Conflict-sensitive Reporting)>을 발간했다. ‘젠더 인지적 보도(gender sensitive reporting)’ 혹은 ‘젠더 성찰적 보도(gender responsive reporting)’는 글로벌 저널리즘 영역에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젠더 인지적 보도 혹은 젠더 성찰적 보도란 사회의 성차별을 인식해 보도에서의 성별 균형을 중요시하며, 젠더 인지적 언어를 사용하는 등1) 언론 보도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위한 저널리즘의 책임을 인식하는 보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젠더 인지적 보도를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언론사 조직 및 개별 기자들의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다. 종종 성인지 감수성은 그 번역 표현 때문에 감정적인 영역에 속하는 주관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그 의미는 성차별에 대한 인지 및 차별 상황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실천 역량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2)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어야 하는 주체는 개별 기자뿐 아니라 조직 전체이자 언론계라는 장 그 자체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이란 보도에서의 적절한 용어 사용 문제뿐 아니라, 취재 아이템의 선정, 취재원의 선정, 기사 작성 후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고려, 언론사 조직에서의 성평등 문화 추구 등 다양한 범위에 걸쳐서 진행돼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음란한 말’이라서, ‘수치심’을 일으켜서 문제?

 

최근 다시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을 되짚게 한 사건은 정치권 취재기자들이 남녀 언론인 및 여성 정치인을 성희롱한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 문제였다. 해당 단톡방에서는 남성 기자 세 명이 여성 정치인이나 동료 언론인을 대상으로 성적 모욕, 외모 평가 등을 일삼았다. 

 

2017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으며 미투 운동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공유했던 단톡방 문제가 알려져 비판받은 것은 2019년의 일이다. 이처럼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이 문제가 구조적 차원의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언론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3)


우리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거론되는 주요 계기는 주로 성폭력 보도, 성희롱 사건 등이다.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종석 사건 당시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짐에 따라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 2018년 미투 운동 시기 한국기자협회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 기준 및 실천 요강’을 마련하고 2022년 개정하는 등, 언론계 내부에서는 성폭력 보도와 관련해 언론의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하기 위한 자율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2023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언론 보도 전반에 성평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보도 준칙 및 가이드라인에 대한 교육이나 인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은 이제까지 만들어진 여러 성폭력 보도, 젠더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 및 준칙의 첫머리에 공통적으로 제시된 바인 ‘잘못된 성 인식과 성차별적 문화 등 사회문화적 구조’의 문제로 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음란한 말’이라서 혹은 그러한 말들이 피해자들에게 ‘수치심’을 일으켜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환원·사고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적 문화 구조가 문제다. 

 

이와 같은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 없이는 조직 내 성평등 문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리고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 언론 보도에서의 변화를 기대할 수도 없다. 기자 육성 과정은 조직 문화와 관련을 맺고 있고, 취재원과 관계를 맺고 또 사회 현실에 대해 질문하는 법에 대한 훈련도 조직 문화 속에서 이뤄진다. 언론사 조직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취재 보도 과정 및 직장 문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성평등 보도는 개인 기자들에게 떠넘겨지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유엔 여성기구가 발간한 <젠더 및 갈등 인지적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

 

<출처 - https://eca.unwomen.org/sites/default/files/Field%20Office%20ECA/Attachments/Publications/2019/07/Guidelines%20for%20Media%20and%20Gender%20Ukraine/Guidelines_ENG_prew_40719_compressed.p

 

언론사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은 저널리즘 발전의 기반

 

단톡방 성희롱 등의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 개인 기자들에 대한 징계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다만 그 징계는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을 필요가 있다. 즉, 어떤 것이 문제인가에 대한 담론적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사 조직 내부의 변화를 위해 조직 전체가 함께 고민하는 계기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성인지 감수성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의 양태와 그 복합성을 이해하고 타자의 경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기자의 업무량이 많아 교육 시간 확보조차도 어렵지만, 단순히 외부 전문가에 의한 교육 시간을 늘린다는 방식의 대안이 아닌 공동체 내의 인식 전환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방법론과 내용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 내부에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조직 문화를 재구성하는 게 중요하기에, 신입 기자의 선발에서부터 조직 구성과 기자의 육성 과정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개입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더 나은 저널리즘이 되기 위해 개인의 삶과 안전을 돌보는 보도, 차별의 문제를 다루는 포용적 뉴스 제작 환경은 필수적이다.4) 이와 같이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뉴스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언론사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이 기반돼야 할 것이다. 

 

 

 

 

1) <Guidelines for Gender and Conflict-Sensitive Reporting>, UN women & UN Women in Ukraine, 2019.7, https://eca.unwomen.org

2) 안상수, 김이선, 김금미(2009), 성평등 실천 국민실태조사 및 장애요인 연구(Ⅰ): 사적 생활영역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3) <또 터진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측이 중징계 조치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 2024.7.1, https://media.nodong.org/bbs/view.html?idxno=124867&sc_category

4) 최이숙, <혁신의 시대,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저널리즘을 위한 모색과 실험>, 《신문과방송》, 202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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