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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만 15세 이하 K-POP 신동을 발굴하겠다고 예고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관련 보도가 나가자 이내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결국 편성이 취소됐다. 이번 사례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사회적·윤리적 책무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언더피프틴>은 애초 MBN에 편성됐지만, 아동 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방송국 측이 편성을 취소, 폐지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 측은 최종 데뷔 조 촬영을 강행했고 촬영분을 편성해 줄 방송국을 찾는 중이라는 뉴스가 뒤따랐다. 이 프로그램은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을 목표로 내세웠는데 공개된 이미지에서 아동·청소년에게 과도한 노출을 요구했다고 비판받았으며, 여성·언론·청소년·교육·문화·인권·노동 등 관련 시민단체 129개가 모여 방영 계획 철회 성명(25.3.26)을 낸 바 있다.
해당 성명에서 시민단체들은 여성·아동 및 청소년 대상 오디션 및 연예 콘텐츠 전반에 대한 기준 수립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의 가이드라인보다 좀 더 구속력 있는 제도적 규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 또한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대중문화예술산업종사자가 알아야할 아동·청소년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들은 아동·청소년이 촬영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제한하고 학습권·건강권·휴식권을 보장하며, 성적 권리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신체 접촉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사이버 괴롭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고 사생활을 보호할 것, 이를 위한 제작자들의 책임 규정(전담 부서 지정 및 가이드라인 교육 의무)을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작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고 제작자들이 따라야 할 자율적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
윤리적 고려 이뤄졌다면 제작 불발됐어야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른다면 사실 <언더피프틴>은 기획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괴롭힘 노출에 대한 조치라는 항목은 매우 모호하고 구체성이 없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사이버 괴롭힘과 외모 평가 등의 고통이 뒤따른다는 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적돼 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의 정신적 안녕을 보호할 수 있는가는 지속적인 쟁점이 되어 왔으며, 아동·청소년의 보호는 특별히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콘텐츠 규제 정책 내에 아동·청소년을 포함,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보호 장치를 2021년부터 도입했다. 방송규정 7.15에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취약한 경우, 혹은 프로그램 참여로 인해 피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을 경우, 참여자 보호 조치를 통해 참여자들의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1) 프로그램 참여로 인한 피해 상황에는 사생활 공표, 도전적인 상황, 프로그램의 갈등과 대립 요소, 프로그램이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이 포함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편집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언더피프틴>에 제기된 아동 성 상품화 비판은 아이돌 산업이 성적 매력을 주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어린(즉, 2차 성징이 나타나기도 이전인) 아동에게 성적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점에서였다. 이는 한편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이 입을 수 있는 정신적 위해와도 관련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댓글이나 SNS를 통해 흔히 만나게 되는 위험 요소가 외모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에 근거한 모욕이다. 아이돌 산업은 노래와 춤 등의 다양한 재능을 요구하는 한편 특정한 신체적 기준, 특히 매우 마른 몸과 특정한 얼굴형, 피부색 등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특히 여성 아이돌의 경우 두드러지기 때문에, <언더피프틴>과 같은 프로그램은 윤리적 고려가 이뤄졌다면 제작 시도 자체가 어려웠을 수 있다.

관계 기관의 공적 조치도 필요
최근 호주 및 미국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몇몇 주, 영국 및 프랑스 등에서 15세 이하의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러한 법안이 발의되는 이유는 SNS가 따돌림의 도구가 되고, SNS에 게시되는 메시지들이 외모 강박, 섭식 장애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위해가 되고 있다는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2)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SNS를 매개로 활발하게 유포되면서 신체 이미지에 대한 왜곡된 인식 강화와 이에 따른 청소년의 정신 건강 악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동·청소년을 무조건 취약한 존재로 가정하는 것도 문제적일 수 있다. 또한 무조건 금지하고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환경의 어떠한 부분은 분명 청소년의 신체 및 정신 건강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증명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을 보호 장치 없이 방송에 노출하고, 경쟁에 참여하게 하는 <언더피프틴>은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과거와 다르게 방송의 영향력이 약화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회적 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는 오프콤의 제안대로라면 프로그램 출연자뿐 아니라 시청자를 위한 복지에도 해당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자율적 가이드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1)
2) Nawaz FA., Riaz MMA., Banday NUA., Singh A., Arshad Z., Derby H., & Sultan MA.(202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