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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2: 클릭의 유혹에 갇힌 사건·사고 보도] 유명인 사건·사고 보도 경쟁의 현황과 원인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12-29

최근 마약, 결혼과 이혼, 각종 범죄 등 유명인 사생활 보도가 급증했다. 유명인의 사건·사고 기사는 다른 뉴스보다 대중의 관심을 끈다. 그만큼 언론이 관련 기사를 양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정적 보도, 사생활 침해 우려 등 우리 언론의 유명인 관련 보도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주목 경쟁이 낳은 우리 언론의 타블로이드화 

 

선정적 보도는 통상 수용자의 감정적 반응을 순간적으로 끌어내 흥미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시청률을 높이거나 판매 부수를 올리려는 전략으로 생산되는 기사들을 말한다. 공적 가치보다는 자극적 흥미에만 호소하는 선정적 보도의 문제는 저널리즘 역사와 함께 시작됐지만, 최근 들어 포털과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상황에서 나타난 선정적 보도 양상은 새로운 위험과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언론의 선정적 보도 양상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이를 개념화하고 문제를 지적해 왔다. 이나연과 김창숙(2023)은 정치나 국제 뉴스 등 경성 뉴스가 감소하고 인간적 흥미 영역의 뉴스가 늘어나는 현상, 보도 영역과 상관없이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뉴스가 늘어나고 제목에서는 각종 문장 부호, 의성어나 의태어, 감정적 표현, 전투나 재난, 군사 용어 등을 사용해 수용자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문제, 취재 관행에서 타 언론을 단순 전재하거나 커뮤니티나 SNS 반응을 가져오는 등 취재 없이 기사가 양산되는 문제 등과 아울러 타블로이드화의 문제로 보았으며, 이에 따라 저널리즘의 질 하락과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기능 약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1)

 

포털 뉴스에서 제공되는 주요 언론사 보도의 상당수는 타블로이드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포털 메인 화면에서 뉴스 제목을 먼저 보고 기사를 클릭해 확인하는 뉴스 소비 방식이 보편화됨에 따라, 제목을 통한 주목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통해 지상파 뉴스가 전달될 때도 방송에서 제시된 제목과는 다른 보다 격화된 표현이나 신조어 등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목 경쟁에서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보도 소재가 바로 개인의 사생활이다. 저널리즘 윤리에 대한 고려, 개인의 사생활 보호 원칙에 대한 고민 없는 사생활 보도 양산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유명인의 사기 범죄 관련 보도다. 해당 사건은 유명인의 사생활일 뿐 아니라, 성전환·성관계·사기 등 자극적인 요소가 있었기에 언론은 무차별적으로 ‘단독’을 남발하며 포털 주요 뉴스로 루머와 신변잡기 정보를 송출해 이익을 얻었다. 사건 양태만 보면 사기 범죄인 사건을 전국민적 관심사로 확대한 것은 일차적으로 언론의 힘이자 문제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단기간 많은 기사가 생성되려면, 취재 과정과 취재 윤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나연과 김창숙(2023)이 지적한 점 중 하나는 저널리즘의 타블로이드화는 단순히 소재나 표현의 선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취재 윤리와 관행이 무너지는 것을 함의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10월 발생한 전청조 씨의 사기 범죄 관련 기사는 11일 동안 약 4,000개가 생산됐다고 한다.2) 특정 언론사는 동일 기간 100건이 넘는 기사를 내기도 했는데, 단순 산술로 보아도 1일 10여 건에 달하는 기사가 송출된 셈이다. 취재가 동반되거나 저널리즘 윤리에 대한 검토를 거쳐 생산된 기사라고 보기 어려운 보도량이다. 커뮤니티 반응과 타 언론사 보도 내용 요약은 물론, 일부 유튜버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 방송마저도 기사화됐다. 

 

최초 보도한 《여성조선》이 해당 사건을 다룬 방식도 문제인데, 남현희 씨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기사화했고 이 과정에서 특정 발언이나 에피소드가 보도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는 전청조 씨 입장 역시 다수 언론에서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해당 발언 내용 중에는 공중의 관심사가 아닐뿐더러 해당 내용이 공중에 알려질 때 발화자인 남현희 씨가 불필요한 인신공격을 받을 것이 자명한 내용도 많았다. 실제로 해당 뉴스가 포털 서비스와 각종 커뮤니티, SNS로 퍼지면서 ‘익명의 개인’들은 해당 사건에 말을 보탰고 그 보태진 말들은 대체로 두 사람에 대한 비하, 비난, 억측과 조롱이 대다수였다.


유명인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수익으로?

 

과거와 달리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개인의 사건·사고와 관련해 선정적 보도가 계속될 때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 중 하나는 개인에 대한 공격과 모욕의 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사생활 정보까지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이 쉽게 모욕하고 비난해도 되는 대상으로 인식해 온라인을 통한 공격적 언술이 늘어나게 된다. 가수 권지용 씨의 마약 복용 혐의와 관련된 뉴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유명인이나 스포츠 선수에 대한 비하와 모욕이 당사자의 심리적 고통을 가중하고 이로 인해 자살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포털에서는 연예나 스포츠 뉴스에 댓글을 달 수 없게 조치했다. 하지만 댓글이 클릭 유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 언론사들은 종종 연예인 관련 소식을 사회 뉴스란에 송출하기도 한다. 유명인의 사건 관련 보도는 사회적 사건이라는 논리로 사회 뉴스란에 배치해 유명인을 대중의 공격에 노출시킨다.

 

물론 이러한 사건사고에 사회적 성격과 공익적 목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약이나 사기 범죄의 경우 대중이 범죄 유형을 이해하고 행여 유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정 정도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단순 사건 보도로만 끝나지 않고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보를 제시해 뉴스 클릭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유명인의 피해가 증가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가수 권지용 씨의 경우에는 평소 행위가 마약 복용 때문인 것처럼 과거 사진과 영상 등에 단순 코멘트를 덧붙이거나 커뮤니티 반응을 붙이는 형태로 다수 기사가 송출됐고 이러한 기사를 읽은 대중은 해당 유명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을 댓글과 SNS에 게시했다. 언론은 대중의 관심사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만 사실상 유명인을 대중의 손쉬운 공격 대상으로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사생활 중심 보도와 공적 주제의 축소 

 

보도 내용 선정에는 몇 가지 윤리적 원칙이 있다. 보도 목적의 공익성, 절차적 과정에서의 윤리성과 합법성 등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가치로 보도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생활 보도에서 공익성을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보도 과정에서의 윤리성이 고려됐는지 두 가지 차원에서 본다면 해당 보도들은 매우 문제가 있으며 해당 보도로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가 컸다. 무엇보다 이러한 보도들은 보도 대상이 된 개인에 대한 공격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관심사와 공적 담론의 장을 축소한다. 

 

성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나 자주 가는 식당까지 뉴스화된 전청조 씨의 사례는 해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계와 사기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제시된 뉴스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소재는 단기간에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대중의 의제를 선점하게 되면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보도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게 한다. 관심과 주목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선정적 흥미와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적 욕구에 부응하는 정보들이 범람할 때 사회 현실과 공적 관심사에 투여 가능한 주목 자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적 의제 설정, 보도의 중심 돼야

 

연구자들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변화하는 저널리즘의 현실을 기자들이 어떻게 수용하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는 새로운 윤리 원칙을 찾을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3) <2023 언론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자들의 기사 생산 건수는 일주일 평균 신문사 20.0건, 인터넷 언론사 25.8건, 뉴스통신사 39.0건으로 많은 편이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쓰는 언론사의 경우 취재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4)

 

한편 이 조사에서는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에 대해 기자들이 인식하는 중요도가 낮게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는 다량의 기사가 생산되고 빠르게 소비되는 환경에서 언론의 전통적 기능인 공적 의제 설정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았다.5) 과거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을 담당하는 기자들의 관점에서 전통적 저널리즘 윤리와 규범적 가치에 대한 강조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저널리즘 윤리에서 전문직 이상과 불일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불일치는 주로 상업적 이윤 추구 가치가 중시되는 다매체 상황에서 언론의 공적 의제 설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인식만을 근거로 보도 가치를 구성하기에는 선정적 소재에만 몰두한 가십성 기사가 보여주는 부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개인의 인권 침해를 언론사가 유도하게 된다는 점과 그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공론장에서 공적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취재가 필수적이다. 취재 없는 기사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의제 설정이 힘을 잃었다’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일차적으로 기자가 취재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언론사가 수익률과 클릭수 위주의 가치 평가를 바꾸어야 할 것이지만, 저널리스트 정체성 차원에서도 언론의 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것이 절실하다. 공적 의제 설정을 중심에 두고 사건을 보도한다면, 최근 논란이 된 유명인 관련 사건·사고 보도에서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거나 유의해야 할 문제들을 의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이나연·김창숙, <포털에 게재된 주요 언론사 기사의 타블로이드화>, 미디어, 젠더 & 문화, 38(2), 181-228쪽, 2023.6.

2) 박재령, <열흘 동안 전청조 기사 4천개… “언론과 기자의 가치 판단 없었다”>, 미디어오늘, 2023.11.2,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516

3) 이강형·남재일, <디지털 저널리즘 현실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수용 태도: 저널리즘 원칙과 윤리의식 변화를 중심으로>, 언론정보학보, 통권 93호, 

7-38쪽, 2019

4),5) <2023 한국의 언론인>,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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