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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Ⅰ: ABC 제도] ABC 제도, 그 이후를 생각하다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05-07

ABC 제도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가운데, 이제 이 제도를 어떻게 재정비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현행 ABC 제도 개선 방안과 더불어 현시대 상황에 맞는 디지털 뉴스 유통 인증 제도 도입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결함이 있는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관행을 분석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행 ABC 제도는 제도 자체의 결함보다는 불투명한 운영이 행위자에 대한 불신과 그 결과물에 대한 배척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ABC협회(이하 ABC협회)가 세워둔 신문 발행부수 공사 기준은 국제ABC연맹(IFABC)이 권고하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는 가입 회원사들이 자기 기입 방식으로 신문 인쇄부수와 발행부수, 유료부수를 비롯해 지대 수금 현황과 독자 유형 등에 대한 자료를 지국별로 구분해 신고하면, ABC협회가 이러한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서 신문사 본사에 대한 독자 관리 실태와 인쇄 현황, 신문 수송과 지국 수령 등을 검수하고, 신문사별로 층화임의추출법을 통해서 24개 표본지국을 선정한다. 그 이후 각 표본지국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유료부수를 유료부수, 준유료부수, 결합부수, 재무부수 등 협회가 제정한 기준에 따라서 측정하고, 이를 취합해 인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거나,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현행 ABC 제도의 개선이고, 둘째는 디지털 뉴스 유통에 대한 인증 제도 도입에 대한 제안이다. 

 

상업광고와 정부광고의 차이

 

가장 먼저 ABC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가장 최선은 현재 ABC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자율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다. 신문부수 인증은 민간기업이나 단체, 개인이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출하는 통계다. 광고주는 신문 구독자의 구매력을 기대하고 광고를 의뢰한다. 예컨대 30대 중산층 주부들이 선호하는 신문이나 50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신문, 주식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신문,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신문 등 신문마다 조금씩 그 특색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광고주들은 광고회사들이 분류해 놓은 신문 제호별 독자 특성에 맞춰, 해당 신문의 영향력을 유료부수로 판단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ABC협회가 인증하는 유료부수는 광고주에게는 화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광고주는 신문광고를 통해서 새롭게 출시한 생활용품이나 공산품이 목표 대상에 폭넓게 알려져 상품 판매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자사가 투자한 자본이 빠르게 순환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광고 집행 목적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상업광고와는 조금 다르다. 정부광고는 행정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행정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정부광고와 행정 정보 유통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일간신문에 행정 정보를 광고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제공하고, 이러한 정보가 지역 주민들에게 읽히면 목적은 달성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보나 반상회보를 제작해 유통시키는 것보다 비용과 정보신뢰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광고와 행정 정보 전달에는 전체 대상 집단인 해당 지역 인구 및 가구 수 대비 정보도달률인 ‘신문 유통부수’가 중요하다. 이때 민간 영역에서 사용하는 발행부수나 유료부수는 참참고할 수 있는 통계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광고 집행에서도 매체사와 광고업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ABC협회의 발행부수 및 유료부수 공사 자료가 사용됐다. 시장에서 활용하는 자료가 있는 상태에서 굳이 정부광고와 행정 정보 유통을 위한 별도의 지표를 추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 보도하듯 ABC협회의 공사 자료가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려진 상황이라면,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지표로는 사용할 수 없다. 물론 ABC협회가 현재의 불투명한 경영과 조사 과정을 개혁해 정부광고 집행에 필요한 정확한 지표를 제공한다면, 현행 기준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구독료 100%, 80%, 50%, 10% 납부), 무료부수(NIE 등 후원부수, 결합부수, 투입부수)에 대한 투명한 인증 자료를 제공한다면 현행제도 유지도 기회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개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광고주협회와 광고제작사협회조차도 신문광고 집행을 위한 기준으로 ABC협회 공사보고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관행을 대변하는 지표가 ABC협회 운영비인 회비 납부 비율이다. 매체사 납부액은 연간 약 18억 원인데 반해, 광고업계 납부액은 약 5,000만 원에 불과하다. 광고업계는 사용하지 않는 지표에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ABC협회를 개편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어렵다. 국제ABC연맹은 비정부 민간단체로 정부의 행정·재정적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며, 민간 영역에서 사용될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생산한다. ABC협회도 이 원칙을 따른다. ABC협회를 운영하는 이사회 구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인으로 등록된 협회가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면 관리감독 기능을 가진 행정기관이 사무검사를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사무검사를 통해 ABC협회에 부수공사와 협회 운영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가 아닌 영리단체에 대한 주무 행정기관의 권고는 제한적인 강제력만 있을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민간기관인 ABC협회에 투명한 신문부수 공사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히 없다.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경찰청이 신문지국의 세금포탈과 신문기업의 부수조작을 통한 공적자금 편취에 대한 의혹을 조사한다면,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상이 언론 기업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자칫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언론의 자유’라는 초가를 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부광고 지표 관리해야


그렇다면 어떠한 개선방안이 가능할까? 상업광고에 사용하는 지표와 정부광고에 사용하는 지표를 분리하면 된다. ABC협회가 광고주를 위해 취합하는 신문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공사는 계속해서 현행처럼 민간자율로 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선택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디지털 ABC 제도 개선 등을 위해 지원한 공적자금은 회수하고, 정부광고와 후원금, 공적지원금 집행을 위해서는 더 효율적인 지표인 신문 유통부수에 대한 인증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담당할 필요가 있다. 이 지표는 행정정보와 공익광고의 도달률을 측정해 정부광고와 정부지원금,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후원금 집행에 한정해서 사용하도록 산출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광고를 수주하고 각종 후원금과 공적지원금 신청을 희망하는 신문사는 유통부수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자기기입방식으로 제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유통원 산하 공동배달센터 가운데 표본을 선정해 해당 신문사의 유통부수1)를 인증하면 된다.

 

유통부수 인증은 굳이 ABC협회처럼 유료구독자 명단과 신문대금 입금 현황을 일일이 비교하고, 또 신문지국이 본사에 납부한 지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신문유통원의 인증 과정은 더 간편하게 설계할 수 있다. 만일 신문사가 일부 민감한 경영자료까지 공개하면서까지 정부광고나 후원금, 공적지원금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부광고를 포기하고 정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으면 된다. 이러한 조사를 위한 예산은 정부광고 수수료에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미 신문사들은 ABC협회 운영을 위해 연간 약 18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어, 별도의 조사비용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개선 방안을 간략히 도해하면 [표]와 같다.

 

 


[표] 현행 ABC 제도와 개선 방안

 

 

정부광고의 집행 기준 마련을 위해서 지표를 생산한다면 관계 법령 정비가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홍보매체 선정 기준 가운데 제6조 제2항의 “전년도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검증·공개한 신문 및 잡지”는 “전년도 유통부수를 신고·검증·공개한 신문 및 잡지”로 개정하고,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자료 요청은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를 “전체 유통부수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에서 정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7조에 따른 신문 및 잡지의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 요청 대신 에이비시부수공사[ABC부수공사(사단법인 한국에이비시협회가 실시하는 신문·잡지의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에 관한 조사를 말한다)]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7조에 따른 신문 및 잡지의 전체 유통부수 인증을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한다”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광고 집행에 대한 법령과 연동돼 있는 신문 및 잡지에 관한 다양한 법령도 함께 개정돼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디지털 뉴스 유통에 대한 공사


그러나 ABC 제도를 개선해도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ABC공사이다. 현재 ABC협회는 2011년부터 종이신문 공사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사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공사는 측정위탁업체가 공사를 희망하는 인터넷 언론사 웹페이지에 이용정보를 수집하는 객체를 삽입(Tagging)하는 페이지 태깅(Script Embedd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BC협회의 온라인 공사는 국제ABC연맹이 2010년 제정한 디지털 플랫폼 측정표준에 맞게 설계됐다. 현재는 약 30개 인터넷 신문 웹사이트의 순방문자(Unique User), 방문자(Visit), 페이지 조회수(Page View), 체류시간(Duration Time), 주간 방문일 수(Visit Days)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용자가 신문사 홈페이지를 PC 혹은 모바일 기반으로 접속했을 때만 이용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포털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경우에 매우 제한적인 이용량 측정만 가능하다. 또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SNS에서 친구나 인플루언서가 추려 주는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ABC 제도가 발달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2010년을 정점으로 종이신문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이용률 조사도 전면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신문공사기구인 북미ABC협회는 2009년부터 통합미디어보고서(CMR, Consolidated Media Report)를 발행하고 있다. 통합미디어보고서는 종이신문과 전자신문, 자사 웹사이트에서 이용되는 뉴스의 소비를 측정해 병렬적으로 제공한다. 북미ABC협회는 협회가 제공하는 공사 자료가 종이신문뿐만 아니라 온라인 이용률까지 확대됐다는 의미에서 2011년 협회 명칭을 AAM(Alliance for Audited Media)으로 개칭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BPA월드와이드협회(BPAWW)는 종이신문과 전자신문, 웹 이용뿐만 아니라 해당 신문의 SNS, 앱, 이벤트, 웨비나·백서 이용정보까지 취합해 병렬적으로 기재하는 브랜드 보고서(Brand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영국에서도 영국ABC협회가 멀티 플랫폼 인증보고서(MPC, Multi-Platform Certificate)를 발간하고 있다. 멀티 플랫폼 인증보고서에는 종이신문과 전자신문, 웹 이용률, 전시회와 이메일 이용, SNS 등 미디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채널의 이용정보를 모아서 병렬적으로 게재한다.

 

 

AAM의 통합미디어보고서

 

<출처 - ENR(Engineering News-Record)>

 

미국BPA월드와이드협회에서 발행하는 브랜드 리포트

<출처 - 어셈블리 매거진>

 

독일IVW(Informationsgemeinschaft zur Feststellung der Verbreitung von Werbetrgern)도 종이신문과 전자신문에 대한 부수 인증뿐만 아니라 온라인 페이지 조회수를 1997년부터 취합해 공개하고 있다. 독일IVW는 2009년부터 온라인 페이지 조회수뿐만 아니라 순방문자 이용률까지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독일IVW의 조사대상은 종이신문과 온라인 이용률, 자료실 이용률, 라디오 청취율, 영화관 관람객 수이며, 공사 자료는 병렬적으로 고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정보이용자가 언론사로 접속하지 않고, 포털에서 자체적으로 탑재했거나 이용자가 SNS 등에 퍼 나른 뉴스는 언론사별 뉴스이용률로 취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제ABC연맹이나 북미AAM, 독일IVW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날개 없는 추락, 지금 멈춰야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학규가 눈을 뜬 것은 딸이 인당수에 뛰어들어서가 아니다. 그는 종교인의 꼬임에 빠져서 딸이 마련해 준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했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는 못했다. 그가 눈을 뜬 것은 살아 돌아온 딸을 다시 만난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는 무책임한 종교인을 찾아갈 게 아니라 좋은 의사를 만났어야 했다. 신문 산업도 눈먼 심학규처럼 길을 찾지 못한 채 배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인당수처럼 순간마다 닥쳐오는 위기를 신문사는 그때마다 피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눈을 뜰 가능성이 있다면, 헛된 희망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은 ABC라는 유용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할 시간이다. 현행 ABC 제도의 파행이 제도적 모순인지, 구조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지 운영상 인재(人災)인지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적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현실에서는 환생을 위한 황금 연꽃이나 용궁은 없다. 부질없이 공양미 삼백 석만 빼앗길 뿐이다. 스스로 눈을 뜨지 못하는 자에게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는다.

 

 

 

 

 

 


1) 유통부수는 독자가 구독료를 지불하는 유료부수와 신문사가 무료로 독자에게 배달하도록 지국에 배달수수료를 지불하고 유통시키는 부수를 합산한 부수다. 신문사 본사가 배달수수료를 잔지로 지불하든, 현금으로 지원하든 배달수수료를 지불한다면, 이를 인정한다. 다만 유료든 무료든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 명단은 신문사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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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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